밀덕·군 간부 지망생 등 85명 참가, 안보 현장·최전방 군대 체험…“망원경 속 금강산 오를 수 없어 아쉬워”
#“호국 정신 이어 가자” 국토대장정 출정
1일차인 6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향군회관에서 진행된 국토대장정 출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출범을 신고하고 결의문을 낭독한 대원들 눈빛은 비장해보였다.
신상태 향군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국토대장정의 의미는 74년 전 6·25 전쟁을 기억하는 것”이라며 “국토대장정에 참가하며 도전했던 경험과 용기는 앞으로 사회생활에서 부딪힐 수 있는 장벽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보견학 프로그램인 만큼 ‘밀덕’(‘밀리터리 덕후’의 줄임말, 군사 관련 애호가)이거나 군 간부 지망생인 참가자가 많았다. 원광대학교 군사학과에 재학 중인 김민규 씨(20)는 “교수님 추천으로 국토대장정에 참여하게 됐다”며 “영화, 드라마 등 미디어로 6·25 전쟁을 접했는데, 전사적지를 직접 탐방해보고 싶었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출정식을 마친 대원들은 버스를 타고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했다. 도착 당시 의장대 동작시범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원들은 절도 있는 의장병들 동작을 참관한 뒤 의장병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이어 현충탑으로 이동한 대원들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참배했다. 이번 국토대장정 단장을 맡은 김성래 향군 안보처장은 방명록에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 영웅의 숭고한 호국 정신을 이어 가겠다”고 적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버스로 이동해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에 도착했다. 이후 대원들은 육군 12보병사단 서화대대를 향해 걸었다. 서화대대에 도착한 대원들은 생활관에 들어가 저녁 식사를 하고 짐 정리, 샤워 등 개인정비를 마친 뒤 조별 활동에 임했다.
취침 시간이 다가오자 단장 주관 저녁 점호가 시작됐다. 인원 현황 및 건강 상태 파악은 기본, 생활관 청소 상태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향군 측에 따르면 군이 제공한 숙소를 깨끗이 청소해 상태를 온전히 보전하기 위함이라고. 또한 대원들은 야간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불침번을 1시간마다 2명씩 교대로 근무하기도 했다.
#민통선 넘어 금강산 보이는 통일전망대로
2일차인 6월 26일 아침, 기상하고 간단히 세안을 마친 대원들은 아침 점호를 받기 위해 생활관 밖으로 향했다. 인원 점검이 끝나고 스트레칭을 마친 대원들은 아침 식사를 위해 병영 식당으로 향했다.
버스 출발 시각이 8시이기 때문에 대원들은 쉴 틈이 없었다. 분주하게 짐 정리를 하고 생활관 청소를 마친 대원들은 버스에 탑승했다. 대원들을 실은 버스는 제진검문소와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을 통과해 민통선 북방지역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곳은 DMZ박물관. 대원들은 냉전 시대 유산인 6·25 전쟁과 비무장지대(DMZ)를 주제로 한 전시를 살펴봤다. 또다시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고성 통일전망대. 당시 날씨가 엄청 맑았기 때문에 금강산과 구선봉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 인공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달린 북한군 초소도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었다.
통일전망대 견학을 마친 대원들은 2일차 첫 행군을 시작했다. 통일전망대 휴게소에서 제진검문소까지 약 4.7km 거리를 1시간가량 걸었다. 제진검문소까지 도착한 대원들은 인근 식당으로 향해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버스를 타고 백골병단전적비로 향했다. 백골병단은 6·25 전쟁 때 창설된 국군 최초 정규 유격대로 설악산, 오대산 일대에서 첩보 수집 임무를 맡아 수행한 부대다. 대원들은 6·25 전쟁 중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순국 산화한 백골병단 장병의 넋을 기리며 참배했다. 이후 대원들은 육군 7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로 이동해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개인정비를 하면서 다음날을 준비했다.
ROTC(학군사관) 후보생이자 용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재학생인 권민성 씨(23)는 “오는 8월에 예정된 하계입영훈련에 적응하기 위해 국토대장정에 참여했다. 학군사관 후보생으로서 경험하지 못했던 병사 생활을 직접 체험해보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권 씨는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러나 남북으로 분단돼 있기 때문에 직접 가보지 못해 아쉽다”며 2일차 일정 동안 소감을 전했다.
#고된 날씨와 행군…발 물집 생긴 대원들 속출
3일차인 6월 27일 목요일, 아침 점호와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버스를 타고 강원 화천군 ‘평화의 댐’으로 이동했다. 대원들은 북한 임남댐의 수공(水攻)에 대응하기 위해 평화의 댐이 만들어졌다는 해설사 설명을 들었다. 평화의 댐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경관에 감탄하면서 촬영하기도 했다.
평화의 댐 견학을 마친 대원들은 평화의 댐 인근 칠천교부터 오천터널-오미리마을까지 약 12km 거리를 행군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폭염예보는 없었지만, 햇빛은 상당히 쨍쨍했다. 그리고 칠천교부터 오천터널까지의 오르막길 탓인지 지쳐 보이는 대원들이 많았다.
긴 터널까지 지난 대원들은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간식으로 지급된 에너지바와 이온음료로 고갈된 에너지를 채우기도 했다. 짧은 휴식을 마친 대원들은 오미리마을로 향했다.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에 대원들의 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오미리마을에 도착한 대원들은 인근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체력을 회복했다.
오후에도 행군이 이어졌다. 대원들은 강원 화천군 미륵바위에서 붕어섬까지 약 5km 코스를 걸었다. 이 코스를 동행하면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이연호 씨(여·22)는 “가방이 무겁고 오래 걸었던 탓인지 너무 힘들다. 가방을 버스에 두고 행군할까 말까 고민했었다”고 속마음을 털어냈다.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 씨는 군 간부 지망생이 아닌 일반 학생이었기 때문인지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끈기를 발휘해 목적지인 붕어섬까지 무사히 걸었다.
행군 일정을 마친 대원들은 육군 1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로 이동해 정비했다. 1, 2일차에 비해 행군 거리가 늘어난 탓인지 컨디션이 안 좋아진 대원들이 속출했다. 발에 물집이 생긴 대원을 비롯해 근육통이나 두통 등을 호소한 대원들이 있었다.
그러나 여정은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아직 방문하지 못한 동부전선 전사적지와 서부전선 일대 답사를 위해 대원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일정을 준비했다.
※[대학생 국토대장정 6박7일 동행취재②]로 이어집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