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철거 이후 6년 만 설치…대북전단 보복한 북한에 맞불
국가안보실은 이날 오전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살포한 데 대해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6월 8일 재개된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 탈북민 단체들이 6월 6일부터 대북전단을 날린 것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전단에는 K팝이나 한류 콘텐츠 외에도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한 모욕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6월 2일 한국으로 쓰레기 등을 매단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이 북한으로 ‘삐라’(전단)를 보내온다면 재개하겠다고 했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이날 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는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해 “철저한 대응조치”라며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100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 24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었고 이동식 장비도 16대 있었다. 그러나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에 따라 고정식 확성기는 철거돼 창고에 보관 중이고 이동식 장비인 차량도 인근 부대에 주차돼 있었다.
정부는 5월 31일 발표한 정부 입장을 통해 예고한 대로, 상응조치들을 해나갔다. 앞서 정부는 6월 2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회의와 3일 실무조정회의, 4일 국무회의를 거쳐 남북 간 적대적 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접경지역 군사훈련과 확성기 방송 등이 가능하다.
심리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선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심리전을 한국이 본격화한다면 북한에 큰 부담으로 작동할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한다”며 “북한의 새로운 세대인 장마당 세대가 이전과는 매우 다르게 국가에 대한 의존도도 낮고 또 외부 환경에 노출 빈도도 큰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주장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북한도 대남 방송을 할 것인데 그것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활이나 여러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 포 사격 훈련이 이뤄지면 북한도 해안포 사격 등 여러 가지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남북 간의 재래식 무기와 관련된 부분에서 강 대 강 대결 구도로 가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