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로스망에 설명자료 공유 등 내부 단속도…평검사부터 검찰총장까지 한목소리 반발
검사 탄핵 상황을 두고 ‘정치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특수통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냐’는 검찰 내부 반발을 우려했다는 평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법무부-대검찰청을 오가는 인사 평정 상위 10%에 속하지 않는 검사들 사이에서는 ‘그런 정치적인 사건을 수사할 일이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들도 있을 수 있다.
특히 MZ 세대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워라밸이나 개인의 커리어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아 ‘검찰 조직의 위기’ 앞에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임을 강조하려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검찰 내부에선 평검사부터 검찰총장까지 ‘검사동일체’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억지를 부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 각각 탄핵 부존재 설명 1페이지 할애
검찰이 내부 이프로스망에 공유한 부존재 설명자료는 4명의 검사들에 대한 탄핵 사유를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사마다 한 페이지씩 할애해 ‘문제될 행동이 없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강백신 검사에 대해서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에서 문제가 된 명예훼손죄는 적법하게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이며, 언론에 피의사실을 공표한 적이 없다”고, 김영철 검사에 대해서는 “구형량 사전 누설이나 위증교사는 모두 사실이 아니며 소환조사를 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무근으로 서면진술 내용이나 객관적 증거들을 종합해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상용 검사에 대해서는 “울산지검 근무 당시 회식에서 술에 취해 대변을 봤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명백한 사실무근”이고, 엄희준 검사에 대해서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위증교사도 모두 공수처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재정신청도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고 해명했다.
검사 개인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박상용 검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검사는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명백한 허위 사실로 당시 울산지검에 근무한 검찰 구성원들을 상대로 확인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강백신 검사도 지난 7일 이프로스에 10페이지 분량의 글을 올려 “유력자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편 범죄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형사사법 시스템을 개악함으로써 국민들의 기본권 보호가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이 글에는 임관혁 서울고검장이 “어느 모로 보나 위법하고 부당해 어안이 벙벙하다. 법 제정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는 입법부에서 이제라도 법을 지켜야 하는 게 소망”이라고 댓글을 달았고, 박재억 인천지검장은 “작금의 탄핵 발의는 목적, 사유, 절차 등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권한의 남용이다.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에도 한계가 있다”는 댓글로 비판했다.
강수산나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는 직권남용과 무고, 거짓신고와 관련된 ‘형법 사례 문제’를 게시했다. 가상의 케이스를 제시하며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무고와 직권남용, 거짓신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처럼 검찰 내부망에는 이원석 총장을 지지하는 현직 검사들의 글과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안동완·손준성·이정섭 검사 때와 사뭇 다른 반응이라는 평이다. 3명의 검사는 탄핵을 앞두고 개인적인 설명을 대검찰청에 한 적은 있지만, 별도로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거나 대검이 나서 내부 단속에 나서지는 않았다.
#“조악한 수준의 소추안” 평가도
평검사부터 검찰총장까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민주당에서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조악하기 때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위법한 압수수색도 검사의 탄핵 사유로 꼽았지만 정작 소추안에 기재된 압수수색 날짜가 틀렸다. 김영철 검사의 탄핵소추안에서 민주당은 조선일보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수수 의원의 명단을 보도한 시점을 ‘2023. 9. 5.’로 기재했지만, 실제 최초 보도가 이뤄진 것은 2023년 8월 5일이다.
또 부당하게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그 근거로 머니투데이와 경향신문 두 곳을 특정해 강백신 검사로부터 수사 관련 기밀이 노출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특정 언론에만 실시한 피의사실 공표가 아니라 검찰 백브리핑에서 이뤄진 설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당시 백브리핑에 참여한 검사는 민주당이 지목한 강백신 검사가 아니었다. 검사 대다수가 ‘보복성 탄핵’이라고 판단하고, ‘검사동일체’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금이라도 검사가 실수를 하거나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했다면 오히려 조직을 위해 개인을 포기할 수 있는 조직이 검찰”이라며 “오히려 그런 게 없다 보니 검찰 수뇌부를 중심으로 뭉쳐 민주당에 대응하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야당을 상대로 검사가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사상 초유다.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직무 정지를 당하자 평검사 회의가 열리는 등 집단행동으로 이어진 바 있고, 이명박 정권 때인 2011년 수사권 조정에 반발해 검찰총장과 검사장급 간부들이 집단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지만 이는 모두 청와대나 집권여당을 상대로 이뤄졌다.
#민주당, 소환 추진에 검찰 ‘불응’ 검토
민주당은 일단 검사 탄핵을 위한 청문회를 열고 4명의 검사를 직접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 ‘불참할 수 있는지 법적으로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개최의 근거로 삼는 것은 국회법 제131조다. 이 조항은 법사위가 탄핵소추안을 회부받으면 증거 조사를 위해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고, 그 방법 등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도록 돼 있다.
청문회 개최는 문제가 없지만 탄핵소추의 대상자인 검사를 증인으로 부르는 것을 놓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국정감사법 제10조 1항에는 상임위가 의결을 통해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는데, 대상자인 검사를 부르는 것은 출석 요구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또 박상용 검사의 경우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진술 회유 등 위법 수사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구속영장과 관련한 피의사실 공표 등이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됐는데, 법제사법위원회 박균택 민주당 의원의 경우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검찰청은 이 같은 내용을 모두 종합해 민주당의 청문회 개최 시 검사 불참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