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모두 호르몬 영향 미쳐 성기능 저하…우울 증상 나타나거나 만성피로 느낀다면 의심
1. 늘 피곤하다
전문가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술을 마시면 몸이 무거워지고, 탈수 상태가 되며, 심한 경우 두통을 느낀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술은 렘(REM)수면 단계를 방해한다. 렘수면은 매일 밤 겪는 네 단계의 수면 가운데 기억력, 학습 능력, 창의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 요크대학의 중독 전문가인 이안 해밀턴은 “렘수면 단계는 뇌에 휴식과 회복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술을 마시고 잠들면 다음 날 상쾌하게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밤중에 깰 경우 렘수면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담배 및 알코올 연구 그룹의 멜리사 올드햄 박사는 이렇게 잠에서 깨는 이유에 대해 “밤늦게 우리 몸이 알코올을 대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술을 마신 후에는 알코올의 진정 효과로 몸이 이완되고 졸음이 느껴져 더 빨리 잠들 수는 있지만 깊은 잠을 잘 수는 없다. 알코올이 위와 소장에서 혈류로 흡수된 후 밤새 천천히 대사되기 때문이다. 올드햄 박사는 “이로 인해 밤에 더 자주 깨고, 그 결과 다음날 아침이면 더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술을 마시면 피곤한 이유는 렘수면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알코올로 인한 탈수 증상도 다음날 피로감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다. 술을 마시면 밤중에 물을 마시기 위해 자주 깨게 되고, 또한 요의를 느껴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장기적인 음주는 건강한 적혈구에 필요한 비타민 B와 엽산의 흡수를 방해한다. 프라이어리 호스피탈 로햄튼의 중독 치료 전문 컨설턴트이자 정신과 의사인 데이비드 맥러플란 박사는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거대세포성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시 말해 적혈구는 늘어나지만 이런 경우 건강한 적혈구보다 빨리 분해되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않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피로감, 균형감각 상실, 손발 저림, 기분장애, 위장 장애 등이 있다.
2. 성욕이 없다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장기간 과도한 음주를 하면 성욕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는 호르몬과 연관이 있다.
가령 알코올은 초기에는 세로토닌, 도파민,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겉보기에는 성욕을 증가시키는 듯 보인다. ‘뉴필드 헬스’의 임상 관리자인 네이선 펜맨은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호르몬의 수치는 감소한다. 이로써 성욕이 줄어들고 심한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이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남성의 경우 알코올이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발기 및 유지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또한 음주는 오르가슴을 방해하거나 혹은 지연시킬 수 있으며,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일시적인 상태에서 만성으로 바뀌기도 한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술을 마신 후에는 오르가슴을 느끼는 게 어려워지거나, 혹은 오르가슴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
3. 우울하고 불안하다
술을 마시면 초기에는 진정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뉴필드 헬스’의 정신건강 예방 담당인 리사 건은 “이 효과가 사라지면 일반적으로 불안 수준이 더 심해지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알코올이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화학 전달물질 사이의 균형을 저해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건은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인 측면도 있다. 술을 마시면 나른한 상태가 돼서 평소에는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특히 만취해서 ‘블랙아웃(알코올로 인한 기억력 상실)’ 상태가 되면 깨어난 후 오히려 불안, 두려움, 걱정, 공포감 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4. 눈 건강이 나쁘다
술을 마시면 어지럽거나, 눈이 흐릿해지거나, 심지어 사물이 겹쳐 보이는 등 일시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증상으로 그치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옵티컬 익스프레스’의 임상 서비스 책임자인 스티븐 해넌은 “술을 마시면 안구 건조증과 관련된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증상에는 혈관 확장으로 인한 눈 충혈, 가려움, 자극감 또는 불편함, 흔들리는 시야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증상들은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알코올을 장기간 남용할 경우에는 보다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가령 눈에서 뇌로 시각 정보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시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은 중심 시력을 손상시키는 황반변성 및 시신경병증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시신경병증은 눈의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에 장애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알코올 남용과 이러한 질병 사이의 정확한 인과관계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알코올 중독과 관련이 있는 비타민 A 결핍이 원인일 수 있다고 의심한다. 해넌은 “술을 끊거나 적게 마시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몸이 회복되면서 음주의 장기 및 단기적인 영향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4시간 동안 술을 마시지 않으면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알코올 때문에 흐릿했던 시야도 맑아진다.
5. 면역력이 나빠진다
우리의 면역 체계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음주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켜 결국 감염과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파르미카’의 수석 약사인 카롤리나 곤칼베스는 “단기적인 알코올 섭취는 대식세포, T세포, B세포 등 면역세포의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 이 세포들은 병원체를 식별하고 퇴치하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이 세포들에 손상이 일어나면 감염과 질병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알코올이 혈류로 흡수되기 전에 첫 번째 접촉 지점인 위장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즉, 장 기능과 면역체계에 도움을 주는 장내 미생물의 집합체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알코올에 노출될 경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곤칼베스는 이에 대해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은 장내 미생물과 장 면역 체계 사이의 소통을 방해한다. 또한 위장관의 상피세포, T세포, 호중구를 손상시켜 장벽을 손상시킨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알코올은 염증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 생성에 영향을 미쳐 면역 반응의 균형 상태를 깨뜨린다.
6. 생리주기가 불규칙하다
과음은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 곤칼베스는 “많은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에 함유된 에탄올은 호르몬을 생성하는 뇌하수체와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시상하부, 그리고 난소의 상호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총칭하여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HPG) 축’이라고 하는데, 알코올 섭취는 HPG 축의 일부인 황체형성호르몬(LH)과 난포자극호르몬(FSH)의 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난포의 성숙과 배란에 영향을 미쳐 호르몬 및 생리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질 수 있다.
7. 난임이다
‘영국난임학회’에 따르면 음주는 여성의 가임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음주로 인해 생식과 관련된 호르몬 불균형이 초래되고, 적은 음주량으로도 여성의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이나 임신부들의 경우 태아의 건강을 위해 절대 술을 마시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덴마크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술을 1~5잔 마실 경우 여성의 가임력이 낮아지며, 10잔 이상의 음주는 임신 가능성을 더욱 감소시킨다.
남성의 생식 능력 역시 마찬가지다. 맥러플란은 “과도한 음주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정자의 수와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의 경우 알코올은 배란과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한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8. 고혈압이다
과음은 혈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펜맨은 “과음을 하면 혈관이 좁아질 수 있다. 혈관이 좁아지면 심장은 몸 전체에 혈액을 보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며, 이로 인해 혈압이 상승한다”라고 말했다. 고혈압은 혈관, 심장, 뇌에 부담을 주며, 이로 인해 심장마비, 뇌졸중, 치매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경우 전조 증상이 뚜렷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혈압이 매우 높은 사람들은 자주 두통을 호소하거나, 시야가 흐릿하거나,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는 코피를 자주 흘리거나 숨이 가쁜 증상을 호소할 수도 있다.
[체크리스트] 음주 습관을 파악하는 10가지 질문
다음은 전세계 의료 전문가들에 의해 널리 사용되는 알코올 사용장애 식별 테스트(AUDIT)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하여 개발된 테스트를 통해 과연 나의 음주 습관은 어떤지 살펴보자.
1. 술을 얼마나 자주 마시는가.
□ 0점: 전혀 안 마신다
□ 1점: 한 달에 1회 미만
□ 2점: 한 달에 2~4회
□ 3점: 일주일에 2~3회
□ 4점: 일주일에 4회 이상
2. 평소 술을 마시는 날에는 몇 잔을 마시는가.
□ 0점: 0~2잔
□ 1점: 3~4잔
□ 2점: 5~6잔
□ 3점: 7~9잔
□ 4점: 10잔 이상
3. 지난 1년간 한번 술을 마실 때, 소주 1병 또는 맥주 4병 이상을 마신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혹은 거의 매일
4. 지난 1년간 술을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혹은 거의 매일
5. 지난 1년간 평소 같으면 할 수 있었던 일을 술 때문에 못했던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혹은 거의 매일
6. 지난 1년간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 해장술이 필요했던 적은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혹은 거의 매일
7. 지난 1년간 술을 마신 후 죄책감이 들거나 후회를 한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혹은 거의 매일
8. 지난 1년간 술 때문에 전날 밤의 일이 기억이 나지 않았던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
□ 0점: 전혀 없다
□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
□ 2점: 한 달에 한 번
□ 3점: 일주일에 한 번
□ 4점: 매일 혹은 거의 매일
9. 술 때문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다친 적이 있었는가.
□ 0점: 없다
□ 2점: 있지만, 지난 1년간은 없었다
□ 4점: 지나 1년간 있었다
10. 친척이나 친구, 의사 혹은 기타 건강 전문가들이 음주 습관을 걱정하거나 술을 끊을 것을 권유한 적이 있는가.
□ 0점: 없다
□ 2점: 있지만, 지난 1년간은 없었다
□ 4점: 지난 1년간 있었다
[결과]
○ 0~7점: 합리적인 음주 범위 내에 있으며, 알코올 관련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낮다.
○ 8점 이상: 유해하거나 위험한 음주습관이다.
○ 8~15점: 중간 수준의 위험. 현재 수준으로 술을 마시면 직장, 사회관계 등 건강과 생활 전반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술을 줄이도록 노력한다.
○ 16~19점: 술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알코올 사용장애일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술을 줄이는 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전문의 또는 상담가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 20점 이상: 알코올 의존 가능성. 음주로 이미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알코올에 의존적일 가능성이 높다. 점진적으로 술을 끊거나 최소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알코올 의존성 정도를 확인하고, 금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