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간다면? 한동훈 ‘문자 답장’ 아닌 ‘윤과 식사’…탐나는 민주당 인재? 한 ‘우원식’ 원 ‘추미애’
7월 9일 TV조선 주최로 열린 1차 토론회에선 예상대로 ‘김건희 여사 문자’를 두고 후보들 간 난타전이 벌어졌다. 한 후보를 상대로 나머지 후보가 집중 공격하는 양상이었다. 나경원 후보가 먼저 “김 여사 문자 원문을 보면 사과 뜻을 명백히 밝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사자 얘기를 듣지 않고 소통을 단절한 것은 정치적 판단 미숙”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한동훈 후보가 김 여사 문자에 답하지 않은 것을 꼬집은 것이다.
윤상현 후보도 “이건 정치 이전에 인간의 감수성에 대한 문제”라며 “적어도 내가 아는 형수님(김건희)이 문자를 5번 보냈으면 ‘공적으로 논의해서 답을 드리겠다’고 하는 게 인간”이라며 한 후보를 직격했다. 원희룡 후보의 경우 “정책 비전과 리더십 경쟁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먼저 모범을 보이겠다”며 문자 관련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 후보는 “당시 여러 가지 경로로 김 여사가 실제 사과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전달받고 있었다”며 “그 상황에서 제가 사적인 연락에 응했다면 더 심각한 악몽 같은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 제가 이걸(당시 사정을) 다 공개했을 때 정부와 대통령실이 위험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 후보는 그러면서 “김 여사는 지금까지 사과를 안 하고 있다. 사과할 의사가 있으면 저한테 허락받을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당대표가 된다면 더 어려운 상대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중에 누구냐”라는 질문엔 후보들 간 입장이 갈렸다. 나경원 원희룡 한동훈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윤상현 후보는 이재명 전 대표를 꼽았다.
총선 책임론을 두고도 후보들은 부딪혔다. 한 후보는 “제가 지원 유세 다닐 때 세 분은 왜 안 하셨나”라고 물었다. 나 후보는 “책임을 뒤집어씌우신다. ‘저는 제 지역을 지키는 것만 해도 너무 어렵다. 한강 벨트를 사수하는 것 이상을 할 수 없다’며 분명히 할 여력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총선이 얼마나 어려웠나”라고 반발했다. 이에 한 후보는 “저는 차라리 불출마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을) 했다. (나 후보 등은) 본인 선거만 뛰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윤 후보도 “(비대위원장으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책임지는 사람이 이런 말씀을 할 수 있나”라며 “원 후보도 그렇고 모두가 다 지역에서 열심히 백병전을 치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며 “제가 이재명을 꺾으러 간 사람이었는데 여론조사에서 거의 불가능한 도전으로 나와서 잠을 3~4시간 자며 사투를 벌였다”고 했다.
후보들은 일명 ‘밸런스 게임’ 질문을 받고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후보는 무인도에서 함께 산다면 국민의힘의 ‘찐윤’ 이철규 의원(1번)과 총선백서TF위원장 조정훈 의원(2번) 중에서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1번을 선택하면 2번도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또 “과거로 돌아간다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식사(1번)와 김 여사 문자 답장(2번) 중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엔 1번을 골랐다.
나 후보는 “국민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이미지를 공주(1번)와 친일(2번) 중 골라 달라”는 질문에 2번을 고르며 “이제는 친일·반일 프레임을 넘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오랜 지인의 문자 읽씹(1번)과 연판장 받기(2번) 중 무엇이 더 기분 나쁘냐”는 질문에 2번을 골랐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초선 의원들이 나 후보의 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린 바 있다.
윤 후보는 “한 곳만 간다면 지역구 최대 축제(1번)와 아버지 팔순잔치(2번) 중 어디를 가겠느냐”는 질문에 1번을 고르며 “일단 지역구부터 갔다가 아버지의 팔순은 개인적으로 챙기겠다”고 했다. “배가 침몰하는데 구명조끼가 한 개만 있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1번)과 윤석열 대통령(2번) 중 누구에게 주겠느냐”는 질문엔 1번을 고르며 “(박 전 대통령이) 여성분이고, 윤 대통령은 수영을 좀 하고 박 전 대통령은 수영을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원 후보는 “내일 한일전이 열리면 손흥민(1번)과 이천수(2번) 중 누구를 기용하겠느냐”는 질문에 2번을 택했다. 되돌리고 싶은 과거 발언으로 박근혜 탄핵(1번)과 민주당 입당 가능(2번) 중엔 1번을 골랐다. 원 후보는 “2번은 사실이 아니고, 1번은 당시 보수의 궤멸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민주당 프레임에 우리가 말려들었다. 다시는 말려들지 말자는 것을 가장 깊은 교훈으로 새기고 있다”고 했다.
7월 11일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2차 토론회에서도 후보들 간 공방이 불을 뿜었다. 특히 이날은 1차 토론회 때 한 후보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던 원 후보가 날을 세웠다. 원 후보는 이날 한 후보가 지난 총선 때 ‘사천’을 했다며 당무감찰을 요구했다. 원 후보는 “(비례대표 명단의) 인간관계를 추적하니까 공통점이 지금 한 후보 검찰 최측근 인물, 한동훈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들 이외에는 설명이 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청담동 첼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은 녹음이라도 틀었다. 원 후보는 김 의원보다 못한 것 같다. 그냥 던져 놓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이런 식의 구태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후보는 “(원 후보 주장은) 그냥 뇌피셜”이라며 “(사실이 아니라면) 후보자 사퇴와 정계 은퇴 약속하라”고 했다.
원 후보는 ‘한동훈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김경율 회계사를 한 후보가 금감원장에 추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후보는 “추천한 사실이 없다. 허위사실 유포를 말아 달라”고 했다. 원 후보는 “인수위원회 때 기획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 추천이나 과정에 대해 다 알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인데 거짓말이라는 것이 드러나면 어떻게 책임지겠나”라고 물었다. 한 후보가 “사퇴하겠다. 원 후보는 어떻게 하겠나”라고 받아쳤고, 원 후보는 “책임지겠다”고 했다.
토론회에선 “민주당 의원들 중 가장 탐나는 인재가 누구냐”는 질문도 나왔다. 나경원 후보는 “탐나는 건 아니고, 데려오고 싶은 의원이 있다”면서 “이재명 의원”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이재명 의원을 데리고 오면 국회 분란과 민주주의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희룡 후보는 “아무도 내키지 않는다”라는 것을 전제로 추미애 의원을 선택했다. 원 후보는 “추미애 의원이 정권 창출을 만들어줬다. 그 비법을 적용하고 싶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는 “국회 폭거를 막기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모셔올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윤상현 후보는 “가장 친한 정성호 의원이 탐난다. 소신 있고, 합리적”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