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시 ‘공유재산 관리·감독’, ‘축산방역체계’ 허점 노출
논란의 발단은 지난 6월 열린 이천시 행정사무 감사에서 “춘천시에서 전염병으로 매몰된 돼지 사체 소멸 처리장소가 이천시로 지정된 부분은 심각한 문제”라며 연구시설이 폐사체 처리시설로 사용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15일 춘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월, 2020년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살처분한 돼지 1만 5000두에 대한 처리 사업을 위한 ‘가축 매몰지 발굴 소멸처리 용역’ 사업을 공고했고 관련 법규와 규정에 따른 적격심사를 거쳐 당시 3순위 업체인 D사와 6억 3451만 원에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이천시에 연구시설 사용에 관한 문의 결과 ‘사용 가능하다’라는 답변을 받아 사업 수행자 결정에 참고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천시는 “공유재산인 연구시설에서 동물 사체 처리작업을 진행한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맞서면서 양 지자체 간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취재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천시는 지난 2014년 11월 H 대학교 산학협력단(이하 협력단)과 국책사업인 ‘토양·지하수 오염방지 기술개발사업(가축 매몰지 사후관리 평가와 안정성 확보)’을 목적으로 연구사업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2021년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연구단지 조성에 따른 일시사용을 허가했다.
이후 협약 관계가 종료됐고 2022년 3월 협력단 단독으로 ‘가축 매몰지 관련 연구개발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요청에 의거 이천시는 2022년 3월(1차)과 2024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2028년 8월까지 ‘농지의 타 용도 일시사용 변경’을 허가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허가 조건으로 ‘협의 신청 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의거 사업을 시행해야 하며 사업계획을 변경할 경우 변경허가(협의)를 받아야 하고 타목적으로 용도를 임의 변경할 수 없으며 무단으로 용도 변경할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처벌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천시 관계자는 “우리시는 연구목적으로 사용을 허가했지 해당 시설에서 영리 목적의 수익사업을 하도록 허가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더욱이 사용허가 당사자는 협력단이지 D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H대 협력단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인 사항이라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입장표명을 미뤘다.
한편, 이천시는 허가목적(연구개발사업 수행) 적합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협력단에 시설 사용중지 명령과 공유재산 무단점유 사용에 따른 변상금 부과와 원상복구 명령 등을 조치했다.
하지만, 시 소유의 공유재산 부실관리·감독에 대한 비난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를 제기한 이천시의회 서학원 의원은 “시유지를 연구목적으로 무상 임대 후 사기업의 영리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는 절차도 미흡했다”고 질책했다.
이외에도 이천시는 질병 감염으로 매몰된 가축 사체 처리와 관련, 허술한 ‘축산방역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관련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매몰된 동물 사체 수를 고려하면 춘천에서 이송된 물량은 최소 900여 톤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인결과 해당 시설에서 약 150톤은 현직 이천시의회 A 의원이 대표로 부산물 비료, 농작물 재배, 농업 폐기물을 주요 사업으로 운영하는 농업법인 Y사에서 퇴비화 처리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가축 매몰지 사후관리 지침’에 따르면 ‘매몰지에서 발굴한 가축의 사체와 열처리 부산물은 사료나 비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위반 여부에 대한 의문은 물론 150여 톤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의 처리 과정도 밝혀지지 않아 각종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양 지방자치단체 간 엇갈린 주장으로 인한 사실 확인과 사업 수행자선정, 소멸처리 과정 등을 추가 취재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
유인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