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파라다이스’ 따로 있나
▲ 파라다이스그룹이 상속 분쟁에 휘말렸다. 지난 2004년 11월 고 전락원 회장 빈소. | ||
이미 전락원 회장의 재산은 전 회장이 사망한 2004년 11월 3일 상속이 끝난 상태다. 전지혜 씨의 이번 소송은 그간 알려지지 않은 전락원 회장의 재산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번 소송을 통해 막대한 것으로 알려진 파라다이스그룹의 숨겨진 재산 규모가 어느 정도나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락원 회장의 자녀는 전필립 회장, 전원미 씨(40), 전지혜 씨 삼남매다. 전락원 회장의 사후 이들은 상속을 완료하고 추후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까지 작성한 상태다.
그렇지만 지난 12일 전지혜 씨는 “오빠인 전필립 회장이 상속인들에게 정당한 분배를 하지 않은 채 상속재산 전부를 독차지했다”며 서울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전 씨가 밝힌 상속재산 목록을 보면, (주)파라다이스 주식 2490만 8147주, 파라다이스 계열사 주식 370만 주의 주식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호, 의왕시 포일동 2○○-○번지 토지 222㎡ 등의 부동산, 예금 90억 원, 주식예수금과 채권 등 20억 원, 퇴직금 23억 4300만 원, 계열사들에 대한 대여금 306억 원, 개인 대여금 72억 원 등의 현금과 고가의 조각품 등이다.
전 씨는 “전필립 회장이 ‘전락원 전 회장의 유언장이 없다고 한 채 다른 형제가 상속받을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상속재산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라다이스 측은 반박자료를 통해 “상속은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전락원 전 회장은 사망하기 직전인 2004년 7월 23일 법무법인의 공증 하에 유서를 작성했고, 유산분배는 이 유서에 따라 한치도 틀림없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전지혜 씨 또한 2005년 1월 13일 법무법인의 인증하에 ‘상속 재산의 처분 등 관련 상속인간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합의서에는 전 씨의 자필 서명과 날인,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어 있다. 합의서에는 “별지의 목록대로 상속 재산을 처분함이 피상속인의 유지이자 상속인들 간의 상속 이후의 재산 분할의 협의로서 유효함을 상호 확인한다”, “각 상속인들의 유류분(법정 상속액의 2분의 1)에 미치지 않더라도, 본 합의로서 피상속인이 생전에 처분한 재산의 증여 및 유언증서의 처분 내용을 유지로 받들어 향후 일체의 권리 행사를 포기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회장직을 물려받은 전필립 회장. | ||
재계에서도 상속을 둘러싸고 이런 경우가 가끔씩 벌어진다. 한진그룹의 경우도 장남 조양호 회장과 다른 형제간에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아버지인 조중훈 회장이 차명으로 관리하던 재산을 분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차명으로 알았던 명의자들이 실제 자신들의 재산이라고 하는 등 사안이 복잡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세간에서는 막대한 현금동원력을 가진 파라다이스그룹의 숨겨진 재산들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모든 재산을 모두 공개한다면 그 상속세 또한 적은 액수는 아닐 것이다.
전락원 회장의 막내딸인 전 씨는 ‘전락원 회장은 위에 열거된 재산 이외에 국내외에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내외의 모든 상속재산’을 거론한 것은 해외에도 공개되지 않은 재산이 꽤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것도 공동상속인의 한 사람인 전 씨의 주장이라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셈이다.
파라다이스 측은 “유서에 따라 공정하게 상속이 집행됐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전 씨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이산은 “보도자료 내용 그대로다”라고 답변했다. 전 씨의 주장대로 유언장이 없다는 얘기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전 씨가 유언장이 없다고 하는 것은 숨겨진 재산에 대해 따로 작성해 놓은 유언장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는 상속 합의서에서도 ‘유서 이외의 권리’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통해서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전지혜 씨는 왜 지금에서야 소송을 낸 것일까. 이에 대해서 전 씨는 보도자료를 낸 이후 더 이상의 언급을 피하고 있다. 소송대리인인 신봉철 변호사는 “더 이상의 언론 대응은 안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 씨가 근무하는 지엘네트워크를 찾아갔으나 “거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씀드릴 것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지엘 네트워크는 파라다이스 호텔과 연계된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전 씨가 이사로, 전 남편인 김재훈 씨(37)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특이한 것은 전 씨가 지난해 12월 남편 김 씨와 6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이혼을 했음에도 회사에서는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엘네트워크에서 전 씨를 찾았을 때도 “아직 출근 전”이라고 답을 했는데 이로 보아 매일 출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소송이 벌어진 이후 파라다이스 측에서 여행사업부를 신설하고 해외여행사업 쪽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점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전지혜 씨의 사업 영역과 겹치는 셈이다.
한편 전 씨의 언니인 전원미 씨 측을 취재하기 위해 전 씨의 남편이 운영하던 무역회사 포에버코리아를 찾았으나 1년 전 사업을 접고 미국으로 출국한 후였다.
한 차례 공방이 오간 뒤 전 씨 측은 “더 이상 반박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소송 과정은 조용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파라다이스 측은 “파라다이스 그룹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덧씌워질까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세간의 관심은 이번 소송을 통해 파라다이스그룹의 숨겨놓은 재산의 규모와 실체가 밝혀질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