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레드팀 제안에서 시작해 629톤 탄소 저감 효과 내는 특화지구가 되기까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6월 18일 양평군 세미원에서 조용익 부천시장, 김대순 안산부시장, 박승원 광명시장, 전진선 양평군수와 ‘1회용품 없는 특화지구’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탄소저감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다.
1회용품 없는 특화지구란 말 그대로 1회용품을 사용을 자제하는 지역을 조성하는 것이다. 1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데 이를 위한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도민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한다. 2026년까지 총 30억 원의 도비가 들어가는 대신 3년간 1회용품 1,130만 개를 저감해 약 629톤의 탄소배출 저감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RE100, 신재생에너지,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낯선 단어였지만 이젠 더 이상 멀리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는 세계 경제를 기후 대응과 떼려야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구글, 애플, 아마존, MS 등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는 이유다.
최근 볼보와 GE가 납품 기업에 2030년까지 RE100을 요구하면서, 확답을 못 한 업체들에겐 장기 납품 계약을 파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 세계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 전체가 이미 기후위기 대응과 동반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조금 다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7월 16일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이 OECD 모든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였는데, 유일하게 한 나라만 줄었다고 했다. 바로 한국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금지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일부 품목에 대한 규제를 미루며 세계적 추세와 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만 역주행하는 상황에서 김동연 지사는 “정부가 못하면 경기도가 대신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도는 지난해 4월 ‘경기 RE100’ 비전을 선포하고 “오늘의 기후위기를 내일의 성장 기회로”라는 구호를 내세워 기후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회용품 없는 특화지구 조성 또한 이런 취지와 맞닿아 있다.
3년간 629톤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기대되는 특화지구지만 시작은 2022년 도정 레드팀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레드팀이란 도민 입장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경기도정에 대한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는 조직으로 김동연 지사의 지시로 2022년 말 꾸려졌다.
레드팀은 2022년 10월 첫 번째 안건으로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선정했다. 전국에서 해마다 1회용컵 사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대부분 회수되지 않고 소각돼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공직자들이 나서 1회용품 사용 억제 문화를 확산시켜 가는 것이 의미 있다고 본다”고 레드팀은 설명했다.
레드팀은 △다회용 컵이나 텀블러 자동세척이 가능한 세척기 설치 △다회용 컵 제작 △다회용 컵 사용 시 커피 등 음료 할인 △다회용 컵 반납 회수기 설치 등 다양한 세부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부터 청사 내 카페 1회용 컵 사용금지 및 다회용 컵 대여·수거·세척 체계가 구축돼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여기서 김동연 지사는 1회용품 제한을 단순히 본청 내에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경기도는 1회용품 사용 제한을 도 청사와 도의회, 북부청사와 산하 공공기관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세운다. 내부 사용뿐 아니라 외부인 응대와 외부 반입까지 제한하는 계획이다.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1회용품과의 이별까지 염두에 둔 담대한 계획이었다.
경기도는 올해 1월 23일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 선언에 나서며 기후대응에 최일선에 섰다.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중앙정부 정책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한편 일회용품 안 쓰는 생활 문화를 국민 일상에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도는 공공부문 선도 분야, 민간 확산 지원 분야, 도민 참여 활성화 분야, 추진 기반 조성 분야로 나눈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탄소저감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바람은 산하 공공기관의 자발적 참여로 이어졌다. 경기교통공사,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도농수산진흥원 등이 ‘1회용품 제로 선언’, ‘1회용품 OUT’ 선언에 나서며 탄소저감 실천에 동참했다.
그리고 지난 6월 마침내 도는 1회용품 없는 특화지구 5곳을 선정, 탄소저감의 메카로 육성할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에 선정한 특화지구는 부천시, 안산시, 광명시, 양평군 등 4개 시군의 5곳에 조성한다.
지구별 특색을 살펴보면 부천시는 가톨릭대학교, 부천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유한대학교 등 4개 대학캠퍼스를 중심으로 대학생·주민 서포터즈를 구성해 1회용품 사용자제 문화를 확산할 예정이다. 이들 4개 대학교와 인근에는 현재 총 158개의 카페가 있다.
안산시는 다문화 거리인 샘골로 먹자골목 상인회·주민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1회용품 없는 거리 만들기를 추진한다. 이곳에는 263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광명시는 무의공 음식문화거리와 광명사거리 먹자골목 등 음식 문화의 거리 2곳에 다회용기 인프라를 설치하고 1회용품 제로(ZERO)데이 같은 이벤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음식점 195개, 카페 20개가 운영 중이다.
양평군은 세미원 관광지를 중심으로 1회용품을 획기적으로 감량하고 친환경 탄소중립 테마 관광지구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63개 음식점과 카페 18개, 편의점 6개가 운영 중이다.
경기도는 특화지구 지정 목표에 대해 “사업자(카페·음식점 등), 소비자(도민, 공공기관, 기업, 등) 간 협력관계 구축 및 1회용품 사용 근절에 대한 자발적 실천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도는 이번 특화지구 지정이 도민들의 다회용기 사용 경험을 유도하고 지역 전반에 다회용기 사용 분위기를 조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