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스뮤직, 민 대표 발언 반박 근거 될 내용 공개…하이브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도 참전할까
지난 23일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단독 보도를 통해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카카오톡 채팅 내용이 새롭게 공개됐다. 지난 4월 민 대표가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하이브의 훼방으로 뉴진스의 제작부터 데뷔까지 전부 밀렸다"는 데 대한 반박의 근거가 될 만한 자료였다.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에서 민 대표는 연습생 선발에서 뉴진스 제작, 레이블 설립 등을 자신의 지인인 무속인을 통해 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 대표와 하이브,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쏘스뮤직의 삼자 협의체로 새 걸그룹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민 대표가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업무에 지장을 줬고, 쏘스뮤직 소속 연습생을 빼앗아 뉴진스로 데뷔시켰으며, 무속인과 나눈 대화 내용을 토대로 파악하건대 레이블 어도어를 설립한 뒤 뉴진스를 빼내고 싶다는 의사를 꾸준히 보여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과 관련 근거 자료는 쏘스뮤직을 통해 공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쏘스뮤직은 서울서부지법에 민 대표를 상대로 명예훼손, 업무방해 및 모욕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5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쏘스뮤직이 문제로 삼은 민 대표의 발언은 지난 4월 1차 기자회견에서 나온 △뉴진스 멤버들을 본인이 직접 캐스팅했다고 주장한 것 △뉴진스를 하이브 최초 걸그룹으로 데뷔시킨다고 한 약속을 (하이브 측이) 일방적으로 어겼다고 주장한 것 △쏘스뮤직이 뉴진스 멤버들을 방치했다고 주장한 것 등이다. 당시 쏘스뮤직 측은 민 대표의 이 같은 발언으로 소속 걸그룹인 르세라핌 멤버들이 "뉴진스의 데뷔를 방해한 그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 극심한 악플에 시달리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장과 함께 민 대표의 발언이 허위임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해 제출했다고도 전해졌다.
'허위를 입증할 증거' 가운데 하나가 민 대표의 카카오톡 채팅 내용으로 파악된다. 민 대표는 업무의 대부분을 카카오톡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하이브가 민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찬탈' 배임 시도를 문제 삼아 감사를 진행할 때도 카카오톡 채팅 내용을 중점으로 채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증거 자료가 '하이브가 진행한 어도어 감사'에 한정돼 채증된 것이라는 점이다.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 대해 민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하며 어도어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이에 대한 내부 감사와 함께 업무상 배임 고발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채증된 자료는 내부야 어떻든 외부적으로는 하이브와 어도어(민 대표) 사건에 한해서만 공개 또는 활용돼야 맞다. 하이브의 감사 목적이 민 대표의 배임 의혹을 밝히는 데 있었던 만큼, 특히 이 과정에서 채증된 증거의 공개 여부에는 하이브 산하의 레이블일 뿐 어도어와 관련 없는 쏘스뮤직이 관여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민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하이브의 감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되면서 그 유출 배경에 하이브가 있는지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앞서 하이브가 6월 4일 민 대표가 하이브에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패한 뒤 '재판기록 등의 열람 제한 신청'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재판기록 열람 제한은 △소송 기록 중에 당사자의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이 적혀 있고 제삼자에게 비밀 기재 부분의 열람 등을 허용하면 당사자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클 우려가 있는 때 △소송 기록 중에 당사자가 가지는 영업비밀(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영업비밀)이 적혀 있는 때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이 제한 신청을 심리해 비밀성에 관한 소명이 있다고 인정하면 제한 결정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각한다.
당시 하이브는 가처분 소송 과정에서 자신들이 제출한 민 대표 및 어도어 관계자 등의 카카오톡 채팅 캡처본, 하이브와 민 대표 간 체결한 주주간계약서 등을 근거로 열람 제한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 채팅 캡처본의 경우 제삼자를 포함해 단순 개인들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 주주간계약서에는 영업비밀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전해졌다. 하이브가 열람제한을 신청한 직후부터 가처분 결정문 등 재판 기록의 열람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면 제한된 상태다.
제한 신청에 대해 민 대표 측 법률대리인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동안 민 대표 측이 강하게 항의해도 감사부터 소송까지 하이브 측이 계속해서 관련 자료를 유출해 왔는데 가처분 소송이 끝나고 나서야 뒤늦게 열람 제한을 신청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람 제한 신청 이후부터 하이브는 민 대표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거나 추가적인 반박 자료를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켜왔다. 나머지는 민 대표에 대한 고발 수사를 지켜보고, 결과에 따라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하면서 '공적이고 법적인 영역'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이브를 대신해 산하 레이블이 바통을 넘겨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식적으로 무대응을 택하고 있는 동안에도 민 대표와 맞붙은 다른 레이블을 통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관련 자료들이 외부로 공개될 수 있다. 앞서 관련 자료 유출 건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하이브는 이로써 '대리 여론전'을 펼칠 수 있게 된 셈이다. 걸그룹 아일릿의 소속사이자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 역시 민 대표를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라 향후 빌리프랩도 하이브의 대리 여론·폭로전에 동참할지 관심이 모인다.
민 대표는 쏘스뮤직 측의 주장과 관련 보도에 대해 "명백한 허위 사실이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