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키트 판매량 일주일 만에 두 배 증가…‘FLiRT’ 중증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지만 유행 확산세
코로나19 관련 대형 이슈는 미국에서 불거졌다. 6월 27일(현지 시간) ‘TV토론’에서 참패한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요구 목소리가 커졌다. 그럼에도 재선 의지를 분명히 하며 유세 일정을 강행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7월 17일 코로나19에 감염돼 주요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델라웨어주 별장에서 체류했다. 그리고 결국 21일 재선 포기를 선언했다. 코로나19가 현직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의지를 꺾어버린 결정타가 된 셈이다. 그렇게 다시 한번 코로나19가 글로벌 화제의 중심에 섰다.
코로나19는 팬데믹이 끝나고 엔데믹에 돌입했을 뿐 사라진 질병은 아니다. 과거처럼 대유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전염병이다. 현재 미국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미국 질병예방센터(CDC)가 거듭 이번 여름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해 경고해왔다. 지난 6월CDC는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미국 39개 주에서 나타났다며 여름 유행을 예측한 바 있다. 7월 6일에는 CDC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주 대비 약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본 상황도 만만치 않다. 7월 20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7월 8일부터 14일까지 1주일 동안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가 5만 5072명으로 전주 대비 1.4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5월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증가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는 더 이상 코로나19 신규 감염 환자수를 집계하지 않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신 일본은 후생노동성이 감염병 동향 파악을 위해 전국 약 5000곳의 의료기관을 지정해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따라서 5만 5072명은 일본 전체 코로나19 신규 환자수가 아닌 5000여 개 지정 의료기관에서 보고된 수치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한다면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최근 엔저 현상으로 한국인의 일본 관광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7월 26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가 6월 넷째 주 63명에서 7월 셋째 주 225명으로 3주 사이 3.6배 증가했다.
과거에는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이 있었을 만큼 여름에는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이 크게 유행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흐름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코로나19는 겨울 유행이 끝난 뒤 조금 잠잠해졌다가 다시 여름 유행이 시작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요즘에는 여름에 에어컨 등 냉방 가동을 많이 해 급격한 체온 차이가 발생하는 데다 실내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바로 이런 부분이 호흡기 감염병 전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에서 중요한 요소는 ‘새로운 변이’의 등장이다. 올여름 유행은 이미 5월에 예견됐다. 5월 8일 뉴스위크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FLiRT’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LiRT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종인 KP.2, KP.3, KP.1.1 등을 지칭한다. 겨울철 주요 변종이던 JN.1을 대신해 FLiRT가 주요 변종이 되면서 재유행이 예측된 것이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종인 만큼 증상도 기존 오미크론 계통과 유사하다.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워릭 대학교 분양종자학 교수 로렌스 영은 “FLiRT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미국의 한 하수도에서 처음 발견됐다”며 “CDC 데이터에 따르면 KP.2 변이가 미국 내 신규 감염의 2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북반구를 중심으로 이번 여름 코로나19 재유행을 FLiRT가 주도하고 있다. 5월에는 FLiRT 가운데 KP.2 변이가 가장 유행했지만 현재는 KP.3 변이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5월 27일부터 6월 23일 사이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가운데 75%가 KP.3 변이라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KP.3 변이가 처음 확인된 것은 4월로 5월까지는 검출률이 2.5%에 불과했지만 6월에 12.1%로 급등했다. 한국 역시 KP.3 변이가 주요 변종이 되면 유행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KP.3 변이를 비롯한 FLiRT의 중증도가 기존 변이 바이러스보다 더 증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유행 확산세는 여전히 문제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다고 알려지면서 경각심이 많이 떨어졌지만 고령자, 면역력 저하자,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는 여전히 위험한 질병이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상황에서 고위험군은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등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게다가 이번 여름 재유행이 가을을 거쳐 겨울에 더 큰 규모의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