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실정 때문에, 잦은 탄핵 소추안 발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정권이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민주당 정권에서도 문제는 많았다. 그러므로 당시에도 야당이 민주당 정권을 향해 탄핵을 남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 이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있다.
첫째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 탄핵을 상대방에 대한 공격 무기, 정권 흔들기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공당으로서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민주당은 이제 임명된 지 하루밖에 안 된 공직자에 대해서도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이란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 수행 과정에서 불법을 자행했지만, 일반적인 절차에 따른 파면이 곤란하거나 검찰 기관에 의한 소추가 사실상 어려운 대통령·법관 등 고위공무원을 국회에서 소추하여 파면하거나 처벌하는 행위 혹은 제도를 말한다.
이런 개념에 입각해 민주당의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가 타당한지 판단해 보자. 현재 민주당이 드는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는 모두 네 가지인데,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이유는 이렇다.
첫째, 이 위원장이 취임 당일 회의를 소집해 방통위 상임위원 2인만 참석한 가운데 공영방송 임원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는 점이다. 둘째, 이 위원장이 MBC 간부 재직 시절 직원 사찰 프로그램을 불법적으로 설치한 것과 합법 파업에 참여한 기자와 PD 등을 대량 해고 또는 징계한 것도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편향된 인식을 갖는 것’이라는 근거를 들고 있다.
여기서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탄핵 사유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방통위 2인 체제 위법 운영’을 탄핵 사유로 들었다. 만일 이것이 탄핵 사유라면, 민주당이 먼저 이런 위법 사유를 해소했어야 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민주당은 현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했을 당시에 대통령이 임명을 ‘유보’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야당 추천 방통위원을 임명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해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편다. 여기서는 대통령이 최민희 의원을 방통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을 유보한 행위가 타당한지 여부를 논의하지는 않겠다.
여기서 논할 문제는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과거 방통위원으로 임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야당의 방통위원 추천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민주당은 분명 공당인데, 그렇다면 일단은 국가 기구가 원활히 돌아가게 만드는 것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민주당이 그런 공당으로서의 마인드를 가졌다면, 2인 체제가 위법이라고 주장하기 이전에 자신들 몫의 방통위원을 추천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했다면, 민주당의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들은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추천도 하지 않으면서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것이다.
또한, 이진숙 위원장의 과거 MBC에서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검찰이나 경찰 혹은 공수처에 고발하면 되는 것이다.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취임 즉시 탄핵’도 문제거니와, 검사들에 대한 탄핵 소추와 검사 탄핵 청문회는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법사위 야당 간사는 페이스북에 “조작과 협박으로 이재명 대표님과 가족, 그리고 동지들을 괴롭힌 무도한 정치 검사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는 글을 올렸다.
탄핵이란 항상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처럼 탄핵을 일상적으로 발의하면, 국민들도 더 이상 민주당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충격을 받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일상적 탄핵 소추’에 대해 국민들이 반응하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민주당은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방식의 상대에 대한 공격을 멈추기 바란다. 공당으로서의 마인드를 갖기 바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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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