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주 수익성 우려에 경기 둔화 맞물려…금 선물 역대 최고치, 비트코인 상승 질주
#빅테크 실적 성장세 주춤
미국 S&P500 지수는 7월 17일(현지시각) 5669.67을 정점으로 하락하며 한때 5400선 아래까지 밀렸다. 상승세에 제동을 건 재료는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거품론이다. 공격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수익이 나지 않고 있어 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체의 수혜가 지금처럼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미국 경기 흐름과도 연관이 크다. AI 투자를 주도하는 업체들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다. 이들 기업은 경기흐름에 민감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 경기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이들의 실적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실적이 부진하면 미래 투자비용을 줄이라는 투자자의 압박이 커질 수 있고 이는 엔비디아 등에 악재가 될 것이란 논리다. 3분기에도 빅테크 실적 부진이 계속된다면 AI와 반도체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미국 증시가 주춤하면서 우리 증시도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발 AI·반도체 투자 열풍의 수혜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7월 12일 2896을 정점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해 7월 25일에는 2700선까지 위협받았다. 전망도 어두워졌다. 주요 증권사들의 8월 코스피 전망은 신한투자증권이 2680~2900, 키움증권이 2680~2950, 한국투자증권 2600~2800이다. 가장 긍정적 전망을 낸 곳이 삼성증권인데 3분기 2650~3050, 4분기 2700~3150이다. 2700선이 무너질 가능성을 모두 인정한 셈이다.
#다시 부활한 트로이카
지난 7월 31일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사실상 예고하면서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4.1% 아래로 떨어졌다. 올 1월 이후 최저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둔화를 반영한 결정이다. 경기가 둔화되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연 4%대 수익률은 3%대로 떨어진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매력적이다. 금리가 더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해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금값 상승세도 가파르다. 금 선물 가격은 7월 2480달러 선까지 올랐다. 역대 최고치다. 달러를 무기화하는 미국에 맞서 금으로 국부를 보유하려는 신흥국과 부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최근 가격 상승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수까지 겹쳐지고 있다.
6월 말 6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도 다시 7만 달러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11월 대선에 출마하는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후보 모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해 긍정적인 정책을 예고하면서다. 특히 트럼프 후보는 정부 차원의 비트코인 보유를 공약으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보유하면 이자가 발생하는 채권과 달리 금과 비트코인은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금리가 낮을수록 상대적 매력이 높아지는 이유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