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장구균 농도 수영 적합 기준 충족 못 해…파리 올림픽 철인3종 대표팀 일부 이상 증세 호소
파리의 상징과도 같은 아름다운 센강에는 사실 정반대의 오명도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강’이라는 오명이다. 수질 악화로 인해 1923년부터는 아예 수영이 금지됐으며, 이런 금지 조치는 올림픽 직전까지 지속되었다.
수질 모니터링 단체인 ‘서프라이더 재단’이 올림픽 개막 전 6개월간 실시한 수질 검사에 따르면, 센강의 수질 오염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총 14개 샘플을 채취한 결과 대장균, 장구균의 농도가 수영 적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오염된 물에서 수영을 한다면 건강상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면서 “선수들의 건강이 매우 염려된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파리는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가장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들어간 곳은 새로운 경기장이나 스타디움이 아닌 바로 센강 정화시설이었다. 지하 터널과 지하수 저장 탱크 공사에만 14억 유로(약 2조 원)가 투입됐다. 올림픽 수영장 20개와 맞먹는 크기인 거대한 저장 탱크는 초과 빗물을 저장해서 오폐수가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시설이다.
안느 이달고 파리시장 역시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센강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는 홍보 행사를 하기도 했다. 당시 이달고 시장은 NBC뉴스 인터뷰에서 “수질은 훌륭하다”며 “매우, 매우 좋다. 조금 차갑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개막식 당일 내린 폭우와 대회 초반 연이어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예정된 공식 훈련이 갑자기 악화된 수질로 취소됐는가 하면, 철인3종 남자 경기는 당초 예정일보다 하루 연기되기도 했다. 실제 물에 뛰어든 선수들 가운데 구토 증세를 보이거나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벨기에 혼성 계주 대표팀 가운데 한 명인 클레어 미셸은 경기 하루 전날 “안타깝지만 몸이 아파서 기권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벨기에 올림픽위원회 측은 “미셸이 대장균에 감염됐다”고 밝히면서 센강의 수질 오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셸은 앞서 여자 개인전에 참가해 센강에서 수영을 한 바 있었다.
그런가 하면 스위스의 아드리앙 브리포드 역시 철인3종 남자 개인전에 참가한 뒤 감염병 진단을 받고는 중간에 기권했다. 그의 상태가 센강 수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스위스 대표팀 관계자는 “브리포드 대신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던 시몬 웨스터만도 같은 증세를 보여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면서 불쾌함을 내비쳤다.
선수들이 수영을 마친 후 구토를 하는 모습도 전세계에 그대로 생중계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캐나다의 타일러 미슬로추크 선수는 결승점을 통과한 직후 구토를 했고, 뉴질랜드의 아인슬리 소프 선수 역시 경기를 마친 후 “(물)맛이 좋지 않았다. (강물 색은) 약간 갈색을 띠었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러니 각국의 선수들이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고안해온 저마다의 자구책도 화제를 모았다. 호주의 철인3종 선수인 캐롤린 브로데릭은 “대장균에 효과적인 약을 한 달 전부터 복용했다”면서 “경기를 마친 후에도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를 복용했다. 피부 세척, 귀 세척, 눈 세척도 했다”라고 밝혔다.
영국의 철인3종 선수들은 수영을 마친 후 소독제로 피부를 구석구석 문질러서 씻는 방법을 택했다. 이 방법에 대해 미생물학자이자 인디애나대 의과대학 교수인 빌 설리번은 “이 방법은 피부 감염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다. 단, 수영 직후여야 한다”라며 이렇게 충고했다.
“얼마 되지 않은 문신이나 피어싱, 아물지 않은 상처가 없어야 한다(만약 있다면 입수 전에 반드시 방수 밴드를 붙이는 게 좋다). 비누와 물로 손을 깨끗이 씻고 샤워를 하는 건 최선의 방법이다. 보통 손가락 10개는 가장 흔한 감염 원인이 된다. 만약 음식을 먹기 전에, 혹은 얼굴을 만지기 전에 손을 씻는다면 병원균에 감염되는 확률을 낮출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은 어떨까. 미국 선수인 세스 라이더는 “파리에 도착한 후부터는 일부러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 손을 씻지 않고 지냈다. 대장균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다”라고 자신만의 비법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 방법에 대해 설리번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소용이 없다”라면서 추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설리번은 올림픽에 참가하기 한 달 전부터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섭취해왔다는 미국의 테일러 스피비 선수의 방법에 대해서는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는 수영 도중 강물을 통해 섭취하게 될지도 모르는 해로운 박테리아와 ‘경쟁하여 이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설리번은 “미생물이 장으로 들어가면 복제하고 분열하기 위해 자원을 필요로 한다. 만약 유익한 박테리아인 프로바이오틱스로 장이 가득 채워져 있다면 나쁜 박테리아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빼앗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단, 프로바이오틱스가 감염병에 걸리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증상의 심각성과 지속 시간을 줄이는 데는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어느 정도 오염된 강물이 위험한 걸까. 2006년 철인3종연맹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수영 경기를 해도 좋은’ 기준은 대장균의 경우 100ml당 최대 1000CFU, 장구균은 100ml당 400CFU 미만이다. 이보다 오염도가 심한 물에서 수영할 경우, 위장염, 결막염, 피부 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오염된 물을 한 모금만 마셔도 설사를 할 수 있고, 요로나 장에서 감염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모두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코넬대학의 생물 및 환경공학 전문가인 브라이언 람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젊고 건강할수록 어떤 종류의 병원균도 버텨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심해야 할 건 사실 대장균뿐만이 아니다. 물속에서 대장균이 검출된다면 이는 다른 유형의 병원균과 박테리아, 바이러스도 물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서프라이더’ 유럽지부에서 일하는 리오넬 셰일러스는 “유럽 규정에 따르면 감시해야 할 대상은 대장균과 장구균뿐이다. 약물 오염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산업 오염이나 화학 오염도 마찬가지다”라고 꼬집었다. 셰일러스는 “센강은 여러 방법으로 심하게 오염될 수 있다”면서 “나는 이 강에서 수영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어쩌다 한 번쯤 술주정뱅이는 있을지 몰라도”라고 비난했다.
감염될 경우 잠복기는 보통 3~4일이지만 짧게는 하루, 길게는 10일이 걸리기도 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대장균에 감염될 경우의 증상은 설사, 구토, 탈수 등이 있다. 일부 변종에 감염될 경우에는 위경련과 혈변 증상이 나타나며, 때로는 열이 나기도 한다. 증세가 심각할 경우에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증상은 수일 내에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레딩대학의 미생물학자인 사이먼 클라크 박사는 ‘메일온라인’에 “대변으로 오염된 물속에서 수영을 하면 대장균과 다른 모든 종류의 병원균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고 말하면서 “종종 수도국이 강과 바다에 하수를 방류할 때만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인근 농장 동물들의 배설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건 시가 독소 생성 대장균(STEC)이다. 이는 설사를 일으키는 희귀종(대장균 균주)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최대 15%의 확률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인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이 나타날 수 있다. STEC은 감염된 동물이나 배설물에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된 사람과 접촉할 때 전파된다. 또한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수영 중에 실수로 마시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실 주의해야 할 것은 대장균뿐만이 아니다. 하수도에는 촌충과 같은 다른 ‘불쾌한 것’들도 많이 있을 수 있다. 듀크대학 산하 니콜라스 환경학교의 하천 과학 교수인 마틴 도일은 “강물에는 온갖 종류의 오염물질이 있다”고 말했다. 강물 외에 호수, 심지어 바닷물도 마찬가지다. 특히 비가 내린 후에는 주차장, 잔디밭, 정원, 들판에서 흘러내리는 유출수로 인해 기름, 타르, 배설물 등 온갖 오염물질들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들이야말로 “가장 큰 걱정거리들”이라고 도일은 말했다. 따라서 2주 넘게 몸이 아프거나, 설사를 하거나 복통이 지속되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거나, 피부에 가려운 발진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회충, 구충, 촌충 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존스 홉킨스 보건안보센터의 선임 학자이자 전염병 의사인 아메시 아달자는 “우리는 미생물로 뒤덮인 행성에 살고 있다”면서 “바닷물 한 스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박테리아가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위험한가는 강물 속에 있는 박테리아의 양에 달려 있다. 아달자는 “강물에 무엇이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호수나 강에서 수영하려면 비가 온 후 최소 48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달자는 “물속에 있을 때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거기에는 상어, 돌고래, 고래만 있는 게 아니다. 대변도 있다”라고 충고했다.
사실 올림픽에서 수질 오염이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10km 수영 마라톤, 철인3종, 요트, 조정 등의 경기가 열렸는가 하면,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오다이바 해양 공원에서 철인3종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차기 올림픽 개최지인 LA 역시 마찬가지다. 라구나 비치를 따라 야외 수영 경기를 개최할 계획인 LA 조직위 측은 “센강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하수 및 정화 처리 시설을 개보수하기 위해서는 역시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입장인 데다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부정적인 경험담을 고려한다면 서둘러 대안을 마련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센강 아래엔 각종 쓰레기에 전쟁 유물까지…
프랑스 파리의 센강은 수면 위로는 아름다운 경치를 제공할지 모르지만, 수면 아래에는 온갖 종류의 쓰레기, 박테리아, 오물이 가득 차 있다. 이는 전 세계의 오래된 도시들처럼 파리 역시 복합 하수도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폐수와 우수(빗물)가 같은 배관을 통해 흐른다는 의미다.
때문에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이 배관들은 최대 용량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경우 초과된 폐수는 정화 시설(처리장)로 흘러들어가는 대신 센강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센강에서는 악취 가득한 탁한 강물이 흐르게 된다.
더욱이 수질 악화로 수영이 금지되면서 지난 100년 동안 센강은 화물과 사람들을 운송하는 배만 오가는 용도로 사용됐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독성이 강해져서 물고기들도 살아남기 힘든 지경이 되고 말았다. 고장난 자전거나 각종 오물을 내던지는 쓰레기 투기장이 되기도 했다.
설리번 교수는 “센강으로 스며드는 많은 하수가 있다. 토양 침식으로 인해 동물의 배설물이 물로 씻겨 내려오기도 한다”면서 “이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되면 대장균과 기생충의 일종인 와포자충과 지아르디아 등 기타 여러 병원균들이 생성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역사가 긴 만큼 지금까지 센강에서 발견된 기이한 쓰레기들도 많았다. 와인병, 자전거, 도로 표지판, 우산, 침수 자동차 등은 그나마 평범한 축에 속한다. 19세기 전쟁 때 사용된 포탄이 발견된 적이 있는가 하면, 10세기 유물인 바이킹 검이 발견되기도 했다. 센강에서는 매년 12개 정도의 포탄이나 탄약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는 1·2차 세계대전에 사용되던 것들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간혹 각종 동물들도 발견된다. 평소 센강에서 흔히 목격되는 쥐, 땃쥐, 비둘기 외에 악어, 공비단뱀, 심지어 고래까지 발견된 적도 있었다. 가령 1984년 퐁뇌프가의 지하 터널에서는 작은 악어 한 마리가 포획됐다. 먹을거리가 많고 따뜻한 하수구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 악어의 당시 나이는 두 살이었다. 긴급구조대에 의해 구조된 악어는 악어 농장으로 이송됐고, 그곳에서38년 간 건강하게 지내다가 생을 마감했다.
2006년과 2012년에는 각각 한 차례씩 바다표범이 발견됐다. 비록 파리의 기후는 바다표범이 선호하는 조건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렇게 발견된 바다표범들은 보통 한두 달 정도 머물다가 떠나곤 했다. 2009년에는 누군가 키우다가 버리고 간 듯한 미국 남동부의 희귀종인 악어거북도 목격됐다.
그런가 하면 2012년 발견된 공비단뱀의 사체는 파리 시민 전체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 머리가 없는 채 발견된 공비단뱀의 무게는 40kg에 육박했으며, 길이는 3m에 달했다. 누군가 뱀을 죽인 후에 강에 던진 것으로 추정됐지만, 끝내 범인은 잡을 수 없었다.
이 밖에도 노쇠하고 병든 벨루가 고래 한 마리가 센강에서 발견돼 파리 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건도 있었다. 고래 전문가들은 아마도 벨루가가 소음 공해가 심한 르아브르 어귀에서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80여 명의 구조대원이 구조작업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벨루가는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2022년 죽은 채로 발견된 새끼 범고래 역시 비슷한 경우였다. 훗날 두개골에 총상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굶주림과 영양실조였다. 이 범고래의 뼈대는 국립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