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민 섬기는 리더십”, 한동훈 “시대정신 꿰뚫어”, 이재명 “먹사니즘의 뿌리”
추도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등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자리했다. 김원기 임채정 문희상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이낙연 김부겸 전 국무총리,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김관영 전북지사,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노재헌 김현철 노건호 씨 등 전직 대통령 자제들도 모습을 보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추모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세계적인 민주주의·인권 운동가였고 대한민국을 바꾼 대통령이었으며, 국민의 무한한 자부심이었다”며 “언제나 국민을 믿고 국민을 섬겼지만, 단순히 여론과 시류에 영합하는 정치는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이라면 비판을 감내하고라도 책임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 의장은 “대통령은 독재에 맞서 싸울 때도, IMF 국난을 헤쳐 나갈 때도 언제나 국민을 믿고 국민을 섬기셨다”며 “대한민국과 한반도에 새로운 길을 연 담대한 리더십,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을 존경한다. 남북관계가 나날이 대결로 치닫고 한반도 평화가 흔들리는 지금, 대통령 같은 지도자가 계셨다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절감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추도사에서 “김대중 대통령 정치를 경험해보지 못한 2003년 이후 태어난 세대들도 사회에 진출했다”며 “세월만으로 보면 이제 대통령님 정치가 잊혀져갈 만한 때도 됐지만 많은 시민들이 김대중 정치와 리더십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상인적 현실감각과 서생적 문제의식을 갖춰야 한다’, ‘정치는 국민보다 반보 앞서야 한다’, ‘현미경보다 치밀하게 보고 망원경처럼 멀리 봐야 한다’, ‘정치는 진흙탕 속에서 피는 연꽃과 같다’ 등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어떤 정치인보다 진영을 초월해 시대정신을 꿰뚫는 혜안을 보여줬다 이 말씀들만 실천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직무대행은 추도사에서 “오만과 독선의 윤석열 정권 2년 반 만에 민주주의는 무너졌고, 민생경제는 파탄 났으며, 한반도 평화와 안보는 깨졌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반민족적 ‘역사 쿠데타’까지 감행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굳건히 세운 대한민국이 지금, 총체적 위기에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박 직무대행은 “대통령의 말씀처럼,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 정의의 역사와 지혜로운 국민을 믿고,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겠다. 대한민국을 위기로부터 지켜내겠다”며 “민주당이 ‘행동하는 양심’의 최선봉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의 민주당 당대표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에 앞서 추도식에 들렀다. 그는 SNS에 “이상을 잃지 않되 현실에 뿌리내려 국민의 삶을 바꿔야 한다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가르침은 (제가) 자주 강조했던 ‘먹사니즘’의 뿌리”라며 “지치고 흔들릴 때마다 모진 고난에 맞서 끝끝내 인동초의 꽃을 피워낸 대통령님의 삶을 기억하겠다. 시대를 앞선 용기와 결단으로 마침내 스스로 길이 된 거인의 결기를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