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인기 커지는 만큼 음지 산업도 커져…팬사인회 입장 상담 등 분야도 다양

현재도 X(옛 트위터)에서 ‘항공편+정보’를 검색하면 아이돌이나 한류스타의 항공권 정보를 판매하겠다는 계정들이 쉽게 나타난다. 스타들이 머무는 호텔 정보도 판매 대상이다. 7년이 지났지만 가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만 원 이하로 정보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얻은 정보로 일부 팬들은 공항에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구매한다. 퍼스트 클래스 티켓으로 출국장에 들어간 뒤, 스타가 출국하는 게이트 앞까지 따라가 촬영하거나 지켜본다. 스타가 비행기에 탑승하면 출국장을 나와 티켓을 환불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퍼스트 클래스 등 높은 클래스 항공권을 구매한 뒤 24시간 이내에 취소하면 위약금이 없거나 미미했다.
이러한 극성 팬과 사생 팬들의 사례뿐 아니라 일부 상인들이 면세점에서 싹쓸이로 쇼핑한 뒤 항공편을 취소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퍼스트 클래스 등 티켓 취소 수수료에 변화가 생겼다. 대한항공은 2019년 예약부도위약금을 대폭 인상했다. 당시 단거리 노선 취소 수수료는 약 5만 원이었지만, 2019년부터 20만 원으로 올랐다. 대한항공은 “이번 결정은 최근 낮은 수수료 및 수수료 면제 제도 등을 악용해 허위 출국 수속 후 항공권을 취소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보 유출에 기획사들이 손 놓고 있던 건 아니다. 2024년 6월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항공권 정보를 불법으로 거래한 혐의를 받은 일당이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하이브는 2023년부터 대응팀을 구성해 SNS(소셜미디어) 계정 운영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경찰에 고소했으며,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들이 K-팝 아티스트의 항공권 정보를 거래해 수억 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거래된 정보는 스토킹 행위에 사용되었으며, 하이브는 아티스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트위터 등에서는 항공권, 호텔 등 연예인 사생활 정보 판매 글이 넘쳐 나고 있다.

아이돌 업계 관계자 A 씨는 극성팬들이 굳이 위버스 소통 중 전화를 거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생팬이 번호를 구매했더라도 스타가 모르는 사람 전화를 받지 않으니, 라이브 방송 중 전화를 걸어 흐름이 끊기거나 전화를 끊으려고 하면 진짜 번호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K-팝 스타,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들을 위한 서비스도 K-팝 음지 사업의 일환이다. 콘서트 티켓팅 전 ‘대기번호 선점’을 위한 링크 불법 판매도 하나의 사업 수단이다. 트위터 등에서 파는 이런 링크를 통해 남들보다 먼저 입장해 대기번호 앞자리를 받을 수 있다.
트위터에서는 이 링크를 통해 티켓팅에 성공했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어 아이돌 팬 B 씨는 “어떻게 링크를 확보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들을 통해 예매에 성공했다는 후기는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티켓팅 방법은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댈티, 아옮 등의 방식도 있다. 흔히 ‘댈티’(대리 티켓팅)는 전문 업자가 의뢰한 사람의 계정에 대신 접속해 매크로를 사용해 대리로 티켓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때 업자는 해당 아이디로 동시 접속하면 안 되며, 동시 접속 시 수고비를 요구한다고 경고한다. ‘아옮’(아이디 옮기기)은 예매한 업자가 접속자가 적은 시간대에 예매한 표를 취소하고, 양도받을 사람의 계정으로 접속해 곧바로 취소표를 예매하는 방식이다. 콘서트 입장 시 본인 확인이 강화되면서 아옮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취켓팅’(취소 티켓팅)은 이런 취소표를 노리고 예매를 대신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음악 방송은 아이돌 팬들이 꼭 가고 싶어 하는 무대 중 하나다. 음악 방송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보통 양식을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제출자 선착순으로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폼림’(폼 올림픽)이라고 부른다. 폼림은 제출까지 1초 이내에 결정되기 때문에 올림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작업도 일정 수수료를 받고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존재한다.
이처럼 참여하기 어려운 아이돌 음악 방송(음방)에서는 음방 한정 포토카드를 받을 수 있으며, 이를 웃 돈까지 주고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팬이 아닌 사람들은 아르바이트 목적으로 평일 새벽부터 줄을 서서 음방에 참여해 포토카드를 얻기도 한다. 소액의 교통비와 인증 비용만 들여 획득한 포토카드를 웃돈을 붙여 거래하는 것이 일종의 아르바이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인기 그룹의 소속사는 방청권을 신청한 사람이 실제로 자신들의 팬인지, 아니면 다른 인기 그룹의 팬이지만 경쟁이 적은 그룹의 소속사로 방청권을 신청한 뒤 인기 그룹을 응원할지 알 수가 없다. 이에 소속사는 해당 팬덤인지 확인하기 위해 일종의 준비물을 요구한다. 팬덤마다 다르지만 보통 앨범, 음원 인증서, 응원봉, 팬클럽 가입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대여하는 서비스까지 성행 중이다.
음지 사업 중에는 팬 사인회컷(팬싸컷) 유료 상담도 있다. 팬 사인회는 아이돌 팬들이 꼭 가고 싶어 하는 이벤트 중 하나다. 아이돌과 직접 만나 악수하거나 짧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서는 앨범을 몇 장 구매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앨범 한 장당 추첨권을 하나 넣어주는 경우도 있고, 구매 수량이 많은 순서대로 팬싸컷이 결정되는 줄세우기 방식도 있다.

추첨으로 뽑는 경우 확률을 계산해 일정 수 이상의 추첨권을 넣고 당첨되길 바라야 하지만, 줄 세우기 방식에서는 몇 장을 사야 팬싸컷에 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때 몇 장을 사야 할지 상담해주는 것이 팬싸컷 유료 상담이다. 업자들은 약 2만 원에 몇 장을 사야 팬 사인회에 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며, 오히려 이 방법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K-팝 음지 산업이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앞서 아이돌 업계 관계자 A 씨는 “K-팝 산업을 좀먹는 병폐를 근절하기 위해선 팬, 기획사, 관련 업계, 관계 당국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팬들 스스로 불법 콘텐츠 이용을 자제해 수요 없는 공급이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기획사들도 불법을 행한 이들에게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거나 그에 가담한 팬들에게도 강한 페널티 부여해야 한다”면서 “티켓팅 업체는 예매 전 직링크 유출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고, 방송사들은 무분별한 암표 거래를 양산하는 준비가 덜 된 한류 콘서트를 지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항공정보 유출 등 음지 산업은 수사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지만 큰 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돼 왔다. 불법 행위에 대한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수반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