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보상에 350억,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대금도 정산 난망…야놀자 “재무 상황에 영향 안 미쳐”
야놀자는 티메프 사태로 인해 직접적인 손실을 입게 됐다. 야놀자는 “티메프에서 야놀자의 숙소·레저 상품을 예약·결제해 사용이 어려워진 약 8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예약 금액만큼 전액 야놀자 포인트로 보상한다”고 밝혔다. 야놀자가 보상할 포인트 규모는 약 50억 원이다. 야놀자는 제휴 업체의 티메프 미정산 대금 300억 원도 보상하기로 했다. 야놀자가 티메프 사태 수습에 총 350억 원을 지출하게 된 셈이다. 야놀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310억 원보다 큰 액수다.
야놀자의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대금도 현실적으로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놀자는 지난해 4월 인터파크커머스를 큐텐에 매각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인터파크에서 쇼핑 및 도서 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인터파크커머스 매각가는 1870억 원이었다. 야놀자는 당시 계약에 따라 190억 원만 우선 받고, 나머지 1680억 원은 2026년까지 받기로 했다. 그러나 큐텐은 티메프 사태 이후 잔금 지급 능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야놀자로서는 1680억 원을 떼일 위기에 놓인 셈이다.
야놀자는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계약 당시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담보로 설정했다. 큐텐이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대금을 끝내 지급하지 못하면 야놀자는 큐익스프레스 지분 약 25%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은 큰 가치가 없다는 평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의 자본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243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억 원에 불과하다. 큐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매출 810억 원, 영업손실 159억 원을 거뒀다.
야놀자는 “정산 받지 못한 금액이 일부 있으나 재무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니다”라며 “야놀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야놀자는 담보 설정 당시 큐익스프레스 기업가치를 7000억 원으로 평가했다. 지분 매각에 나서더라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업황 부진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티메프에 입점한 다수의 여행사들은 소비자들이 티메프로부터 구입한 여행 상품을 취소·환불한 후 여행사에서 재결제해야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에 적지 않은 소비자가 재결제하지 않고 여행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티메프 사태로 손실이 발생하며 성수기인 3분기에도 (여행업계가)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야놀자는 최근 클라우드와 여행 두 영역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야놀자는 최근 식자재 업체 블루바스켓을 매각했다. 대신 야놀자는 지난해 말 싱가포르 현지법인 ‘야놀자 클라우드 솔루션 싱가포르’를 설립했고, 올해 들어서는 인도 온라인 여행 예약 솔루션 업체 ‘룸스XML솔루션스’와 이스라엘 여행 업체 ‘MST트래블’을 인수했다.
야놀자는 호텔·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데일리호텔의 서비스를 오는 11월 야놀자 플랫폼에 통합시킬 예정이다. 야놀자는 또 야놀자 플랫폼과 인터파크트리플을 연내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중복 사업을 통합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야놀자인터파크지회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및 일방적인 발표는 용납될 수 없으며 이번 법인 재편의 모든 과정에서 구성원들과의 책임 있는 소통 강화를 요구한다”며 “경영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구성원들의 처우 보장과 안녕을 모든 선택과 결정의 상황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야놀자의 미국 나스닥 IPO 추진설이 돌고 있다. 야놀자가 지난해 12월 미국 현지 법인 ‘야놀자US’를 설립한 것도 나스닥 IPO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미국 블룸버그는 지난 6월 7일(현지시각) “소식통에 따르면 야놀자는 미국 IPO를 통해 4억 달러(약 5238억 원) 조달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야놀자는) 골드만삭스그룹과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야놀자의 목표 기업가치는 70억~90억 달러(약 9조 3555억~12조 원)로 알려졌다. 야놀자 주식은 지난 6월 장외 거래 시장에서 주당 7만 원 이상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4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장외 시장에서 현재 평가받는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5조 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 야놀자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후 야놀자 플랫폼 접속자가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여행 사업 위축에 따른 대책과 IPO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성식 야놀자리서치 대표는 지난 8월 7일 기자간담회에서 “(IPO 관련해) 답변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