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102억 대손 인식, 최종 손실 더 커질 듯…비게임 사업 적자 NHN “채권 회수 다각 노력중”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지만…
NHN은 2013년 설립 직후부터 비게임 사업 확장에 공을 들였다. NHN은 2014년 고도소프트(현 NHN커머스)와 한국사이버결제(현 NHN KCP), 티켓링크(현 NHN링크) 등을 인수했고, 2016년에는 네오위즈인터넷(벅스뮤직)을 인수했다. NHN 자체적으로도 2014년 통합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에 진출했고, 2015년에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출시했다.
NHN은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NHN의 올해 2분기 매출 5994억 원 중에서 게임 매출은 1064억 원이다. NHN은 △결제 및 광고사업 매출 2958억 원 △커머스 매출 574억 원 △기술(클라우드) 매출 980억 원 △콘텐츠 매출 534억 원 등을 기록했다.
문제는 비게임 부문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임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NHN 전체 이익보다 크다. 즉, 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모두 합쳐도 적자라는 뜻이다. NHN 자회사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곳은 결제대행(PG) 업체 NHN KCP다. NHN KCP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 233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2746억 원으로 17.85%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5억 원에서 124억 원으로 7.74% 늘어나는 데 그쳤다. NHN KCP의 영업이익률은 4.52%에 불과해 PG 업체 치고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큐텐 정산 지연 사태는 NHN KCP를 포함한 PG 업체들에 큰 숙제를 안겼다. 업체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PG사가 대신 물어줘야 한다. 평소에는 거의 고려하지 않았을 리스크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신생 플랫폼이 생기면 PG 업체는 큰 고민을 하지 않고 계약을 맺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기류가 바뀌었다.
NHN은 티몬 사태로 다른 경쟁사보다 큰 피해를 입었다. NHN은 티몬캐시를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등 티몬과 협력 관계에 있었다. 티몬은 유동성 악화 직전 10% 할인 가격으로 티몬캐시를 판매했다. 발 빠른 이용자들은 티몬캐시를 구입한 뒤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했다. 티몬캐시는 월 50만 원만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었지만 사태 발생 직전 200만 원으로 확대됐다.
안현식 NHN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8월 6일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102억 원가량을 선제적으로 대손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래가 집중적으로 몰린 시기는 2분기가 아닌 7월이다. 최종 손실은 이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NHN 관계자는 “(큐텐 사태와 관련해) 3분기에도 변동의 여지가 있다”며 “티몬의 미회수 채권 회수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본연의 사업 경쟁력 확장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작 게임 출시 미뤄지고…
증권가에서는 NHN이 간편결제와 전자상거래 사업(커머스 부문)을 최대한 축소해야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페이코는 2022년 500억 원대 적자를 냈다가 지난해 마케팅 비용을 줄인 덕에 적자 폭이 157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NHN의 커머스 사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NHN은 지난해 4분기 7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NHN은 커머스 부문의 장기 미회수채권을 대손상각비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페이코 손실이 눈에 띄게 축소되고는 있지만 이미 마케팅 지출을 줄이는 정책이 강력한 기조임을 고려하면 올해 손실 폭 개선세는 더딜 수밖에 없다”며 “올해 실적 개선의 관건은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커머스가 얼마나 회복하느냐 여부”라고 내다봤다. NHN은 2분기 커머스 부문 실적과 관련해 의미 있는 수준의 적자 감소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현대차증권은 NHN의 실적 개선을 위해 게임 사업이 반등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NHN이 출시 준비 중인 게임 ‘다키스트 데이즈’는 지난 7월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거쳤으며 내년 출시할 예정이다. NHN은 또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중으로 스텔라판타지, 프로젝트G 등 다수의 신작을 내놓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게임사는 평균 주가이익비율(PER)이 20배 수준인데 NHN은 13배에 그친다”며 “다키스트 데이즈를 통해 종합적인 역량을 갖춘 게임사라는 점을 인정받는다면 ‘멀티플 리레이팅(같은 규모의 이익을 내더라도 주가 측면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다키스트 데이즈는 출시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 NHN은 3분기 다키스트 데이즈를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내년 1분기로 연기된 상태다. CBT 과정에서 “모바일로 하기에는 게임이 너무 어렵다”는 이용자 반응이 많았던 것도 우려 요인이다. 정우진 NHN 대표는 지난 8월 6일 컨퍼런스콜에서 “게임 완성도를 높이고 더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부득이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측면에서 또 다른 변수는 주주 환원이다. NHN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냈음에도 올해 초 주당 500원을 배당했다. 이는 NHN 설립 이래 첫 배당이었다. NHN은 2022년 8월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NHN은 큐텐 사태 등의 영향으로 다음 3개년 주주환원책 발표를 미룬다고 밝혔다.
안현식 CFO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진행할 의지는 변함없으나 급작스러운 티몬 사태 때문에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연기하게 됐다”며 “연내 반드시 공개할 것이며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다각도로 정부 정책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