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감소 실적 부진 속 미래 전망마저 불투명…모회사 SK이노 “성장 위한 다양한 옵션 검토 중”
SK IET도 한때는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SK IET는 2021년 5월 공모가 10만 5000원으로 상장해 같은해 7월 24만 9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현재 주가는 3만 원대에 불과하다. SK IET는 상장 당시 직원 218명이 282만 3956주를 청약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인당 평균 13억 6000만 원을 청약한 것이다. SK IET는 당시 청약을 위한 대출까지 지원했고, 한 대리급 직원이 4억 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고정비 부담 큰데 수요는 줄고
분리막은 배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재다.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으면 단락(쇼트)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분리막은 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사업자 입장에서 고정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제조원가에서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80% 이상이다. 기본적으로 출하량이 많아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에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SK IET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 1518억 원에서 올해 2분기 617억 원으로 59% 감소했다. SK IET는 지난해 2분기 5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2분기에는 58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SK IET가 421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더 안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SK IET는 SK온 외 신규 고객을 발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SK IET가 미국 대선 전까지 수주 확보는 물론, 미국 현지 생산 계획 확정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6일 발표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최종 규정은 분리막 원단(원재료)을 배터리 부품이 아닌 재료로 분류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분리막은 중장기적으로 매력이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 화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리막이 필요 없다. 벌써부터 분리막이 없는 미래를 가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SK그룹의 SK IET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애매해진 것은 사실이다.
일본 도레이도 분리막 사업 철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도레이는 2022년 LG화학과 설립한 헝가리 합작법인(JV) 지분과 경상북도 구미시에 설립한 분리막 업체 도레이BSF한국을 LG그룹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영석 LG화학 첨단소재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지난 7월 25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분리막 사업은 전지소재 성장과 분리막 사업의 경쟁력 등을 고려해 이전 생산능력 확장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증설 시점 너무 빨랐나
SK IET 주주들은 SK IET 증설 계획이 너무 빨랐다고 지적한다. SK IET는 2021년 3월 1조 1300억 원을 투자해 폴란드 3·4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SK IET의 기존 폴란드 1·2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6억 8000만㎡다. 폴란드 3·4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각각 4억 3000만㎡로 총 8억 6000만㎡다. 공장이 완공되면 SK IET는 폴란드에서만 연간 총 15억 4000만㎡ 규모의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다. 폴란드 3·4공장 증설은 당초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수요 감소를 감안해 증설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폴란드 2공장도 시범 운영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쟁사인 더블유씨피는 SK IET와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블유씨피도 전방 산업 악화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더블유씨피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168억 원에서 올해 2분기 18억 원으로 89% 감소했다. 그러나 SK IET와 달리 이익을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더블유씨피는 증설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더블유씨피는 연간 생산능력을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8억 2000만㎡로 유지하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 감소했고, 더블유씨피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의 배터리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블유씨피의 매출 증감률은 선방한 수준”이라며 “업황이 개선되는 국면에서도 이익이 정상화되는 속도가 분리막 기업 중 가장 빠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SK IET는 소속 구성원들은 배터리업계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지난해 성과급을 기점으로 자부심에 금이 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SK IET의 지난해 성과급은 기본급의 200%에 그쳤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000%를 수령했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40%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올해 들어 SK IET 매각설이 나오자 임직원들의 사기마저 떨어졌다. SK IET 한 직원은 “하루아침에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돼 박탈감이 크다”며 “성과급이 주가와 연동돼 있는 시스템이다 보니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졌는데 매각설 때문에 더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IB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최근 합병을 계기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 모색을 제안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SK IET를 단기간에 매각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하면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수소, 원자력 등 미래에너지는 물론,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아우르는 자산 100조 원, 매출 88조 원의 에너지 회사로 등극하게 된다. 합병 법인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SK IET 지원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배터리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SK IET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