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 기대 이하, 두산밥캣 합병도 삐거덕…두산 “사업재편 완료 후 성장 가속화 기대”
두산로보틱스가 최근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품으려 한 것도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신설법인)로 나눈 후 두산밥캣 지분 46%를 들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지주회사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합병비율 재산정을 요구했지만 그래도 일부 조정을 거쳐 연내 합병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하반기 매출 1000억 이상 나와야 목표 달성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상장 당시 올해 매출 1172억 원, 영업이익 흑자를 전망했다. 증권사에서도 두산로보틱스의 전망이 실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증권사의 두산로보틱스 올해 실적 평균 예상치는 매출 1250억 원, 영업이익 20억 원이었다. 이 전망치는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이 수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253억 원, 영업손실 147억 원을 기록했다.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하반기 매출 1000억 원, 영업이익 160억 원 이상 발생해야 한다.
두산로보틱스 매출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2분기 북미 지역 매출은 66억 3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4% 증가했다. 북미 지역 실적 개선은 솔루션 판매 매출 증가 때문으로 알려졌다.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팔 하드웨어만 판매하거나 이에 수반되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솔루션 형태의 매출이 있다.
북미 지역은 협동로봇 수요가 높아 제품의 판매단가도 높다. 두산로보틱스는 북미시장 판매 채널을 다수 확보해 내년까지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미 지역 매출 규모 자체는 수십억 원대에 불과하다. 성장률 자체는 높지만 전체 규모 자체는 크지 않은 것이다.
협동로봇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공동작업을 하는 로봇을 뜻한다. 로봇이 인간의 업무를 대신할 수는 없고 보조하는 개념이다.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덴마크 유니버설로봇이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일본 화낙, 대만 테크맨로봇, 두산로보틱스 등이 잇고 있다. 다만 유니버설로봇을 제외하고는 점유율이 10%를 밑돈다. 두산로보틱스는 글로벌 4위권이긴 하지만 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유니버설로봇 모회사는 네덜란드 반도체 테스트 장비 업체인 테러다인이다. 테러다인은 실적 설명회에서 로보틱스 사업부문을 가장 강조한다. 테러다인은 지난 2분기 기업설명회에서 로보틱스 사업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6% 늘었고, 지난 1분기 발표한 인공지능(AI) 기반의 협동로봇 MiR1200 팔레트 잭이 엔비디아와 협력해 4분기부터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률도 10~20% 후반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흑자 구조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협동로봇 부문도 승자독식 구조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점점 보편적인 견해가 돼가고 있다”며 “5000억 원 매출을 내는 압도적 선두 회사가 겨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는 것은 후발주자들의 상황은 훨씬 안 좋을 것이라는 걸 예고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두산로보틱스가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분기별로 2배씩 성장해야 하는데, 만약 이런 조짐이 있다면 공급 계약 공시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는 뉴스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목표 실적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에서도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했고, 한화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 등도 잇따라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가 국내 1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두산로보틱스가 내놓은 카드는 장기전 돌입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당초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배당을 모조리 수취할 수 있었다. 두산밥캣은 최근 3년(2021~2023) 배당액이 총 4158억 원에 달한다. 연평균 1386억 원을 배당한 것이다. 두산로보틱스가 이 정도의 현금을 매년 수취하면 협동로봇 시장에서의 출혈 경쟁에 대한 대비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100% 자회사로 만드는 방안은 무산됐다. 일단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지분 46%를 보유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이 경우 예상되는 연간 배당수입은 750억 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사업재편은 양사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두산로보틱스는 기업공개(IPO·상장)를 통해 이미 3200억 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배당금 수취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며 “고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시장 회복 지연, 경기침체 등으로 매출 성장이 예상치에 미달되고 있지만 향후 두산그룹의 사업재편이 완료되면 시너지 창출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협동로봇과 두산밥캣의 소형 굴삭기는 영역이 전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두산로보틱스 "M&A 위해 로봇 기업 리스트 검토 중"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상장하면서 공모 자금을 △자율이동로봇(AMR), AI 기업 M&A 및 지분 투자 △생산시설 및 R&D 투자 △해외 영업망 확대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투자금을 M&A 영역에서 제대로 집행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미국 금융투자업체 D20캐피탈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유일한 두산로보틱스의 M&A 공시다.
D20캐피탈은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재원 전 두산중공업 상무가 2019년 설립한 회사다.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박인원 사장이 맡고 있다. 박 사장은 두산그룹 3세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삼남이다. D20캐피탈 인수 배경에 오너 일가의 교감이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D20캐피탈은 지난해 매출 11억 원, 순손실 44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두산로보틱스는 644억 원에 D20캐피탈을 사들였다.
앞서의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D20캐피탈은 미국 내에서 벤처·창업 기업 투자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로봇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 머신’ 관련 벤처·창업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기술, 네트워크 등을 확보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라며 “두산로보틱스는 IPO로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M&A를 위한 글로벌 로봇 관련 기업 리스트를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