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선 3조 원대가 합리적이라는 분석…비인기 업종 한계, 흥행 포인트 잡기 안간힘
DN솔루션즈의 전신은 1976년 설립된 대우중공업의 공작기계 및 자동화사업 부문이다. DN솔루션즈는 대우그룹과 두산그룹 등을 거쳐 DN그룹 계열사가 됐다. DN오토모티브는 2021년 자회사 지엠티홀딩스를 통해 DN솔루션즈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KB인베스트먼트 등이 영구채 형태로 2200억 원을 투자했다. DN그룹은 DN솔루션즈 인수 과정에서 1조 1700억 원을 외부에서 조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인수대금 2조 946억 원 중 DN그룹이 직접 조달한 금액은 9500억 원 수준이다.
DN오토모티브는 내년 1월까지 DN솔루션즈 IPO를 마무리하기로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다. 현재까지는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DN솔루션즈는 지난 5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UBS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DN솔루션즈는 최근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와 최대주주 지분 일부 매각도 단행했다. KDB산업은행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500억 원을 투자해 DN솔루션즈 신주 833억 원, 지엠티홀딩스가 보유한 구주 1667억 원을 인수했다. 지엠티홀딩스가 구주를 매각하면서 측정한 DN솔루션즈 기업가치는 약 2조 6000억 원이다. KDB산업은행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DN솔루션즈가 3조 원대에 상장해야 어느 정도 이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DN솔루션즈가 최대 7조 원의 몸값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3조 원대가 합리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DN솔루션즈와 같은 공작기계 기업은 증권가에서 인기가 많지 않다. 단순 비교할 수 있는 경쟁사도 없다. 그나마 현대위아가 경쟁사로 거론되지만 현대위아에서 공작기계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 된다. 현대위아 시가총액 1조 5000억 원의 대부분은 열관리 사업 등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위아가 최근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4000억 원에 매각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현대위아의 국내 공작기계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이고, DN솔루션즈의 시장 점유율은 약 50%다. 현대위아의 공작기계 사업부문 가치가 4000억 원이면 DN솔루션즈의 가치도 1조 원 미만으로 평가받는 셈이다.
DN솔루션즈는 IPO 흥행을 위해 협동로봇, 자동화 로봇, 인공지능(AI) 자율제조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자동화 솔루션 ‘코보솔’은 국내 여러 박람회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익은 아직 미미하지만 5조 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HD현대마린솔루션, 두산로보틱스가 DN솔루션즈의 목표”라며 “공작기계를 넘어서는 흥행 포인트를 잡기 위해 주관사단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DN솔루션즈가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지 못하면 IPO를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FI들과 재협상에 나서야만 한다. 일정대로 IPO에 돌입하면 구주 매출로 지분 일부를 처분해 빚을 상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DN그룹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필요하긴 했었네’ DN오토모티브-동아타이어공업 합병 앞과 뒤
DN오토모티브는 지난 6월 계열사인 동아타이어공업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합병비율은 DN오토모티브와 동아타이어공업이 각각 1 대 0.155로 정해졌다.
두 회사는 당초 한 회사였지만 2017년 인적분할을 통해 분리됐다. 분할 당시 동아타이어공업 관계자는 “사업부문별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7년 만에 재합병하는 것이다. DN오토모티브와 동아타이어공업은 이번에도 합병 배경에 대해 “계열사 간 경영자원 통합을 통한 경쟁력 강화 및 시너지효과 시현, 조직운영 효율성 도모 및 지속 성장 추구”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합병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 준수’라고 적시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이외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그런데 지주사인 DN오토모티브는 동아타이어공업의 지분 12.66%를 보유한 2대주주다. DN오토모티브는 유예기간 2년이 지난 올해 중에 이를 해소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합병 구조만 놓고 보면 동아타이어공업에 불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동아타이어공업은 지난해 기준 연 배당률이 7.9%에 달한다. 반면 주가자산비율(PBR)은 0.46배에 그친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동아타이어공업이 배당을 더 늘린다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열풍을 타고 저평가가 해소될 여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동아타이어공업의 부채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22.20%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송동환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DN오토모티브는 부채비율 210.36%, 순차입금의존도 39.37%로 전반적인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라며 “양사 합병으로 재무 부담은 일정 수준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DN오토모티브에 유리한 합병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DN그룹 관계자는 “동아타이어공업에서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등 양사 시너지를 내기 위한 합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 회사의 오너 일가 지분율은 비슷하다. 동아타이어공업의 경우 고 김만수 동아타이어그룹 회장이 지분 28.61%를 갖고 있었다. 김만수 회장의 장남 김상헌 DN오토모티브 회장과 손자 김민찬 씨는 각각 12.75%, 10.04%를 보유했다. 그러다 지난 6월 김상헌 회장이 상속을 완료해 지분 41.36%를 보유하게 됐다. DN오토모티브는 김만수 회장이 생전 증여를 완료했다. DN오토모티브의 주주는 현재 △김상헌 회장 30.30% △김민찬 씨 14.65% △김효정 씨(김상헌 회장 장녀) 5.00%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관련, DN그룹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이 정해진 것”이라면서도 “합병 후 자사주 소각, 배당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