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투자업체 2곳 설립에 ‘이례적’ 평가…두산 “대주주 개인적인 사안이라 확인 어렵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박용성 전 회장은 지난해 미국에 부동산 업체 FXP와 금융투자 업체 YCSP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FXP는 박용성 전 회장이 지분 62.88%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장남인 박진원 부회장이 36.25%, 차남인 박석원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 대표가 0.88%를 각각 갖고 있다. YCSP의 지분구조는 박용성 전 회장, 박진원 부회장, 박석원 대표 등 삼부자가 각각 20%, 15%, 15%씩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50%는 외부 자본의 몫이다.
박용성 전 회장은 FXP와 YCSP의 대표를 맡고 있다. 박용성 전 회장과 그의 자녀를 제외한 다른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은 투입되지 않았다. 박진원 부회장은 FXP와 YCSP에 지분을 투자했지만 현재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박진원 부회장의 장녀 박상효 씨가 FXP와 YCSP 매니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1999년생인 박상효 씨는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두산그룹 내에서 오너 일가가 개인적으로 해외 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례적이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개인 자격으로 설립한 해외 법인은 FXP와 YCSP뿐이다. 박용성 전 회장은 2015년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회장과 중앙대학교 이사장에서 퇴임한 이후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2016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4세 경영 시대에 접어들었다. 동시에 두산그룹 3세 오너 일가는 대부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박용성 전 회장이 미국 내 설립한 법인은 사업목적만 확인될 뿐 매출 규모나 향후 사업 계획 등은 베일에 싸여 있다.
두산그룹이 5세 경영 시대에 접어들면 현실적으로 모든 오너 일가가 회장을 맡기는 어렵다. 실제 YCSP의 펀드 투자도 박상효 씨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두산그룹 관계자는 “대주주의 개인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의 전통에 따르면 박진원 부회장이 차기 두산그룹 회장직의 다음 순서로 꼽힌다. 두산그룹은 3세 경영 당시 장자 순으로 회장을 맡았다. 박두병 회장의 장남 박용곤 명예회장 자녀의 다음 차례는 삼남 박용성 전 회장의 자녀라는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차남 박용오 전 회장 일가는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하면서 두산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 비슷한 사례로 LS그룹은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이 돌아가며 회장을 맡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올해 회장 8년 차로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두산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전직 회장인 박용성·박용현·박용만 회장의 경우 두산그룹 회장 재직 기간이 3~4년 수준이었다. 두산그룹이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등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경영권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원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두산그룹은 박 회장의 퇴임 시기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두산의 이사 임기가 통상 3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박 회장이 연임을 하면 10년 이상 장기 집권할 근거가 마련된다. 하지만 박정원 회장 및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두산 지분은 39.72%지만 이 중 박 회장 본인 소유 지분은 7.41%에 불과하다. 그룹의 전통에 따라 언제든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도 특이할 것이 없다.
하지만 회장직 승계의 경쟁자로 꼽히는 박정원 회장의 동생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 두산그룹이 지난 3월 역사관 ‘두산 헤리티지 1896’을 개관할 당시 리본 커팅식에 참석한 오너 일가는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회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할 때도 두산그룹에서는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회장이 동행했다. 뿐만 아니다. 박지원 회장의 (주)두산 지분율은 2021년 말 4.94%였지만 현재는 장내매수 등을 통해 5.32%로 늘렸다. 반면 박진원 부회장의 (주)두산 지분율은 수년째 3.64%다.
박진원 부회장이 박지원 회장을 제치고 차기 두산그룹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산업차량은 2021년 7월 (주)두산으로부터 분할됐다. 분할 후 두산산업차량의 매출은 2021년 7~12월 4599억 원, 2022년 1조 2652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매출이 성장세에 있다. 하지만 두산산업차량이 두산그룹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 내부거래액이 2021년 7~12월 2314억 원에서 2022년 7637억 원으로 늘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임원 취임은 가족 내부에서 일정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정하는 것으로 추측되며 경영진 구성은 회사의 실적과 직결되므로 냉철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영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원칙론만 고수하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