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삼성·LG 등 인기구단 호성적도 흥행돌풍 이끌어…ABS 도입으로 ‘판정 의구심’ 줄어들어
2024시즌 전국 구장에서 벌어진 720경기에서 기록한 관중 수는 1088만 7705명이다. 압도적인 관중 기록이다. 이전까지 KBO리그의 최다 관중 기록은 2017시즌의 840만 688명이다. 사상 최초로 900만 명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1100만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다. 평균관중은 1만 5122명이다. 이 역시 2012시즌 1만 3451명을 넘은 최고 기록이다. 10구단 전체가 예외 없이 1만 명 이상의 평균관중을 기록했다. 이 같은 기록적인 흥행가도를 달린 원동력은 무엇일까.
#초반 분위기 이끈 한화
이번 시즌 KBO리그는 개막부터 뜨거웠다. 본격적인 막이 오르기 전부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의 미국 메이저리그 개막전, '서울 시리즈'가 열리며 분위기를 달궜다. 3월 23일 막을 올린 리그는 개막전 5경기부터 전 경기 매진으로 시작했다.
특히 시즌 초반 분위기를 이끈 팀은 한화 이글스였다. 한화는 개막을 앞두고 가장 기대를 받는 팀 중 하나였다. 지난 4년 동안 10위-10위-10위-9위에 머무르며 좋은 신인들을 연달아 지명했다. 외부 FA로 내야수 안치홍까지 영입하며 야망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한화에 많은 눈길이 쏠린 이유는 돌아온 류현진의 존재감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FA자격을 획득한 류현진이었다. 팔꿈치 인대 수술 이후 복귀한 2023시즌, 여전히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기에 스토브리그 초반에는 빅리그 잔류가 예상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KBO리그 개막을 약 1개월 남겨둔 시점, 류현진은 친정팀 한화 복귀를 확정 지었다.
12년 만의 KBO리그 복귀였다. 류현진은 데뷔 직후부터 한화에서 신인왕과 MVP를 휩쓸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로 떠났음에도 언제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국내 야구인 중 하나였다. 한화 팬들은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보유한 것과 다름이 없다'며 류현진의 복귀를 반겼다.
류현진까지 합세한 한화는 시즌 초반 관중몰이로 뜨거운 분위기를 주도했다. 류현진이 등판한 개막전은 패배를 안았으나 이후 7연승 가도를 달렸다. 류현진을 제외하고 나서는 선발 투수마다 승리를 안았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문동주, 황준서 등 어린 투수들도 승리투수가 됐다. 비록 시즌 초반이었으나 자연스레 순위표 최상단은 한화가 차지했다.
한화의 선두질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한 번 달아오른 분위기는 쉽게 식을 줄 몰랐다. 3월 29일 홈 개막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관중석을 빈틈없이 채운 이들은 5월 1일까지 17경기 연속 매진으로 리그 신기록을 세웠다. 홈경기 71경기 가운데 47경기에서 매진이 되며 자그마치 66.2%의 매진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누적 관중 수는 80만 4204명으로 리그 9위의 기록이다. 구단으로선 대전 구장의 적은 수용인원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호성적에는 흥행이 뒤따른다
프로 스포츠계에선 '최고의 흥행 수단은 성적'이라는 말이 있다. 구단의 성적이 좋으면 자연스레 관중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1, 2위에 오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나란히 매진율 41.1%(73경기 중 30경기)를 기록했다. 한화에 이은 공동 2위의 기록이었다. 3위 LG 트윈스는 2만에 육박하는 평균관중 1만 9144명으로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KIA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내 인기구단이다. 4월부터 꾸준히 리그 선두 자리를 지키는 호성적에 흥행도 이어졌다. 광주뿐 아니라 전국에 분포한 KIA 팬들이 리그 흥행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흥행에 중심에는 데뷔 3년 차 내야수 김도영이 있었다. 141경기에 나서며 안타 3위(189개), 홈런 2위(38개), 득점 1위(143개), 타율 3위(0.347) 등 각종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쳤다. 리그 역사상 최초의 월간 10홈런-10도루, 최연소 30홈런-30도루(20세 10개월 13일), 역대 한 시즌 최다 득점 등의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
삼성도 3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서는 성적으로 호응을 이끌었다. '왕조시절 막내' 구자욱은 이번 시즌 팀의 캡틴이 되어 3할 타율(0.343)-30홈런 이상(33홈런)-100타점 이상(115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마운드에선 원태인이 15승으로 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대구에서 나고 자라 한 팀에서만 활약하며 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 선수들이다.
#인기에 탄력 더한 숏폼·ABS
리그의 수장, 허구연 총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시즌 흥행 요인으로 새로운 중계권 계약,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도입, 10구단 전력평준화를 꼽았다. 총재 취임 3시즌 만에 거둔 성과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는 유무선 중계권을 두고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새 파트너는 OTT 서비스 '티빙'이었다. TV가 아닌 매체로 중계를 보려면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에 팬들이 반발이 따랐다. 그럼에도 KBO 사무국은 소셜미디어에서 짧은 길이의 경기 영상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 허용됐다며 새로운 계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내 팬들도 새로운 중계 형태를 향한 닫힌 마음을 열었다.
ABS의 신규 도입도 큰 변화였다. 투수의 볼 판정을 인간 심판이 아닌 기계에 맡기며 일관성을 더하게 됐다. 팬들도 판정에 대한 의구심을 덜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역사적인 시즌'을 만든 KBO리그는 가을야구가 진행되고 있다. 역대 최대 흥행을 이끈 구단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하며 향후 어떤 맞대결이 펼쳐지든 빅매치가 될 전망이다. 사상 첫 정규리그 1000만 관중을 돌파한 KBO리그가 가을야구에서는 어떤 기록을 만들어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