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트 트레이닝만 별도로 해…“야구 테크닉보다 체력 다지는 데 힘써”
프로야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에 지명된 선수들 중 개인적으로 야구 레슨을 받지 않고 학교 야구부에서의 운동만으로 좋은 선택을 받은 이들이 있다. 전체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전주고 정우주, 3순위 삼성 배찬승 등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개인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
정우주는 관련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버지가 항상 강조하셨던 말씀이 “야구하면서 코치를 두 명 두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야구를 배우는 과정에서 코치가 두 명이면 혼란스러울 거라는 이유에서다. 나도 아버지 말씀에 동의해서 레슨 제의나 제안이 들어오면 정중히 거절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우주가 흔들리지 않았던 건 아니다. 가끔은 개인 레슨을 통해 조금 더 체계적으로 투구 폼이나 구종을 배우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럴 때마다 정우주의 아버지는 아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줬다.
“개인 레슨은 안 받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은 따로 했다. 지난 9월 대만에서 열렸던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시작 전 대표팀 합류를 준비하며 처음으로 개인 트레이닝을 받았다. 기술적인 훈련이 아닌 몸의 쓰임새를 활용하는 법을 배우고 체력을 다지는 운동을 했던 터라 그 트레이닝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투수의 몸은 사용할수록 닳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부족한 부분을 미리 채워주려고 노력하고, 훈련 방법이나 과정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다. 프로에서는 지금보다 이닝이나 투구 수가 훨씬 많아질 것이므로 몸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배찬승도 레슨장이 아닌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시했다. 그는 중3 때부터 친구들이랑 헬스클럽을 다니기 시작했고, 헬스클럽 관장의 도움을 받아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한다.
“헬스장을 다니고 나서 야구 실력이 더 나아졌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엄청 마른 체형이었다. 중3 기말시험 끝나고 고등학교 진학하기 전에 체형을 키워야겠다 싶어서 친구들 따라 헬스장을 찾았다가 큰 효과를 봤다. 그때 같이 갔던 친구들은 운동이 너무 힘들어 모두 그만뒀는데 나 혼자 끝까지 살아남았고, 관장님의 도움을 받아 섀도 피칭 등을 하면서 체력과 힘을 키웠다. 덕분에 지금과 같은 체형을 키울 수 있었고, 이번에 전체 3순위로 꿈에 그리던 삼성 지명을 받게 됐다. 지명 직후 헬스클럽 관장님한테 감사 인사를 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다.”
배찬승도 개인 야구 레슨장을 다니게 되면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차이를 느끼게 될까봐 부담스러웠다고 말한다.
“투구폼이 일정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배울 때랑 레슨장에서 지도받을 때의 폼이 다르다면 선수만 힘들어진다.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한 덕분에 근육도 많이 붙고, 그로 인해 구속이 상승됐으며 150km/h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프로 입단 후에는 더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이가 어릴 때는 기술보다는 체력을 키우는 게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한 프로팀 스카우트 관계자는 “고교 시절까지는 야구의 테크닉보다 체력 다지는 게 훨씬 중요하다”면서 고교 투수들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요즘 고교 투수들은 구속을 늘리는 데 집중한다. 그래야 프로팀의 관심을 받기 때문이다. 개인 레슨장을 다니며 150km/h 이상의 구속을 올리는 선수들이 많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도 150km/h 이상 던지는 투수들이 20여 명이나 됐을 정도다. 그러나 프로팀 스카우트들은 선수가 갑자기 구속을 늘렸는지, 아니면 탄탄한 체형 속에서 높은 구속이 나오는지를 살핀다. 즉 그 투수가 ‘단기 속성반’을 거쳤는지 아니면 학교에서 꾸준히 자습과 복습을 통해 자신의 구속을 끌어올렸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학교 감독, 코치들도 당장의 성적을 내기 위해 체형과 체력보다 기술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 많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단기 속성반’ 선수들보다 자습 복습에다 예습까지 준비하는 선수들이 늘어나야 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