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수술 우려에도 FA 예상…김혜성 빅리그 진출에 영향 줄 수도
김하성은 2021년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25시즌 상호 옵션 행사 시 연봉 700만 달러(계약금 100만 달러는 별도)를 받는 내용이었다.
김하성이 지금 시점에서 원래의 인디펜던트 스포츠 & 엔터테인먼트(ISE)에서 대형 에이전시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으로 옮겼다는 건 샌디에이고 구단과의 인연을 마무리 짓고 FA를 통해 새로운 팀과 계약을 맺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더욱이 김하성은 최근 어깨 부상으로 곧 수술을 앞두고 있다. 불리한 상황에서 FA 시장에 나서는 김하성으로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샌디에이고 구단과 상호 합의하에 2025시즌 옵션을 실행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구단도 선수도 원하지 않는 그림이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김하성을 대체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주전 기회를 기다리고 있고, 팀 내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김하성 또한 내년 시즌을 700만 달러의 헐값(?)에 묶이고 싶지 않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보라스 코퍼레이션 관계자가 김하성과 접촉했고, 김하성과 스캇 보라스가 직접 만나 에이전트 협상 계약을 맺는 것으로 이어졌다.
스캇 보라스는 구단한테는 ‘악마’, 선수에게는 ‘천사’의 이미지를 안고 있는 협상의 귀재다. 어려워 보이는 선수들 협상을 엄청난 데이터와 치밀한 분석 자료를 구단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선수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걸로 유명하다. 그로 인해 FA를 앞둔 선수들이 스캇 보라스를 찾는 경우가 많다. 추신수도 2010년 클리블랜드와의 장기 계약을 앞두고 기존의 앨런 네로 에이전트에서 스캇 보라스로 에이전트를 바꿨다. 그 덕분에 장기 계약이 아닌 단년 계약을 맺은 뒤 신시내티 레즈에서 한 시즌을 보내고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1억 30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추신수로선 당시 에이전트 교체가 신의 한 수였다.
스캇 보라스는 추신수 외에도 박찬호, 류현진에 이어 2023년 12월에는 이정후와 손을 잡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간 1억 1300만 달러 계약을 따냈다. 이 계약은 스캇 보라스가 아니라면 만들어낼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하성은 새로운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까. 걸림돌은 김하성의 어깨 수술이다. 항간에는 김하성이 새로운 팀과 단기 계약한 뒤 건강한 몸 상태에서 FA 계약을 노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김하성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에 의하면 김하성과 보라스는 FA 시장 참전 가능성을 더 높이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하성과 절친인 후배 이정후도 김하성과 스캇 보라스와의 계약을 크게 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하성이 FA 시장에 나선다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키움의 김혜성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팀의 A 스카우트는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팀을 떠난다면 김혜성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 구단과 김하성이 상호 옵션을 발동하지 않고 계약 관계를 마무리 짓는다면 김하성 자리를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맡는다고 해도 샌디에이고 구단에서는 4번째 내야수를 찾을 것이다. 시즌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4번째 내야수가 꼭 필요한데 그 자리에 김혜성이 적임자로 보인다. 다른 스카우트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김혜성을 주전급으로 보는 팀들은 거의 없다. 4번째 내야수라면 김하성을 좋아하는 샌디에이고 팬들을 위해서라도 한국의 또 다른 ‘HS KIM’(김혜성) 영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어깨 부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던 김하성이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게 됐다. 과연 김하성은 FA를 통해 새로운 팀을 만나게 될까? 아니면 단기 계약을 맺고 숨 고르기를 택할까. 이번 겨울에도 해외야구 뉴스에 ‘스캇 보라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릴 것 같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