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콘서트 앞서 13년 만에 굿즈 등 상표 출원…YG엔터 “15주년 투어 총력, 추후 활동 확정된 내용은 없어”
#향후 최대 20년 상표 보유
YG엔터테인먼트가 지난 9월 ‘2NE1’ 상표권을 신규 출원했다. 신규 상표권은 국제상품분류(NICE분류)상 28류, 41류로 분류되는데 28류는 응원봉, 인형, 피규어 등의 상품이고 41류는 라이브공연업, 연예인 공연서비스업, 팬클럽 서비스업, 화보출판업, 음반·음악제작업 등에 해당한다. YG엔터가 올해 출원한 신규 상표권이 등록되면 YG엔터는 향후 최대 20년 동안은 2NE1 상표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YG엔터가 2NE1의 상표권을 출원한 건 2011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상품분류는 09류로 지정상품은 내려받기 가능한 전자음악, 음악이 녹음된 컴팩트 디스크 등이었다. 특허사무소 공앤유의 공우상 변리사는 “그 전에는 가수와 가수의 음악에 주로 포커싱 했다면 지금은 콘서트뿐만 아니라 파생 콘텐츠나 포토카드, 굿즈 등까지 열어둔 셈”이라며 “이번 콘서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2NE1 관련 사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라고 말했다.
2NE1은 지난 4~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YG엔터와 손 잡고 데뷔 15주년을 기념한 완전체 콘서트 ‘웰컴 백’ 인 서울(2024 2NE1 CONCERT ‘WELCOME BACK’ IN SEOUL)을 열었다. 약 10년 6개월 만의 완전체 콘서트에 사흘간 준비된 1만 2000석은 전석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2NE1은 2세대 아이돌 중 걸그룹 최정상에 자리매김한 ‘음원 강자’였다. 하지만 2016년 갑작스러운 해체 발표와 함께 팀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2022년 리더인 CL의 주도로 미국의 종합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깜짝 완전체 무대가 한 차례 성사된 바 있다. 다만 2NE1의 상표권은 전 소속사인 YG엔터가 보유하고 있었던 탓에 2NE1이 자체적으로 공식적인 완전체 활동을 이어나갈 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NE1은 이번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마닐라·자카르타·고베·홍콩·도쿄·싱가포르·방콕·타이베이 등 총 9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번 콘서트와 투어로 향후 행보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이 완전체 컴백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와 관련, YG엔터 관계자는 “추후 (2NE1의) 활동 관련 확정된 내용은 없으며, YG엔터는 15주년 투어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왜 재소환해야 했을까
YG엔터가 2NE1을 재소환한 이유와 관련해 ‘실적 겨울’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YG엔터는 올해 2분기 이후 블랙핑크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어닝 쇼크’를 맞았다. YG엔터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900억 원, 영업손실은 11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3%가량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3분기 역시 어닝 쇼크가 예상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투어의 성과에 따라 향후 2NE1과 YG엔터가 합작해 앨범도 내고 추가적인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도 열려 있다고 본다. 매출 볼륨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런데 정식 계약을 체결해 향후 활동을 이어나간다 해도 연차가 높을수록 아티스트 측의 배분비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률이 향상될지는 모르겠다. 밸류(기업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영향력이 아주 클 것 같진 않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2NE1의 경우 수년 이상 활동을 중단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아이돌 그룹들이 재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인기가 정점에 오른 경우일 때가 많아 대부분 아티스트가 협상력을 가진다. 그러나 2NE1의 경우 수년간 활동을 중단한 상황이기 때문에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는 YG엔터 측이 배분비율과 관련해 우위에 있을 개연성이 높다.
인기가 이미 입증된 그룹을 소환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도 있다. 신인과 달리 이름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과 프로모션, 음반·뮤직비디오 제작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음악 산업에서 가장 수익이 크게 나는 분야는 콘서트다. 2NE1은 투어와 콘서트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그룹이고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을 맞이하면서 공연 시장에 폭발적인 관심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수익 다변화를 꾀하는 YG엔터에 적합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앞서의 증권사 관계자는 “기획사 입장에서 수년 동안 활동을 안하던 아이돌 그룹을 동원했는데 이미 규모감 있는 15회차 월드 투어가 확정이 됐고 굉장히 액티브한 반응이 오고 있는 상태”라며 “메이저 엔터사들 중에서 거의 유일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베이비 몬스터가 11월에 정규앨범을 내고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규모 있는 아레나급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블랙핑크도 공백을 메우고 내년에 돌아올 확률이 유력하다”며 “2NE1까지 활동을 연장하게 된다면 내년 실적은 기대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걸그룹 ‘여자친구’도 돌아온다
이미 활동을 중단하거나 해체한 걸그룹을 재소환하는 연예기획사가 YG엔터뿐만은 아니다. 하이브 자회사인 쏘스뮤직 역시 내년 1월에 걸그룹 ‘여자친구’의 재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쏘스뮤직은 지난 9월 24일 여자친구가 내년 1월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로 팬들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년 데뷔한 여자친구는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등 많은 히트곡을 내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21년 재계약 없이 돌연 전속계약 해지 사실이 발표됐다. 현재 여자친구 멤버 중 은하, 신비, 엄지는 비비지(VIVIZ)로 재데뷔해 활동 중이고 소원, 예린, 유주는 솔로 활동 중이다.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브의 경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분쟁으로 ‘뉴진스’ ‘르세라핌’ ‘아일릿’ 모두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전반적으로 IP로서 산하 걸그룹들의 확장성을 잃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구원투수’로서 여자친구의 재영입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하이브 관계자는 “내년 1월 걸그룹 여자친구의 재결합은 버디(여자친구 팬클럽 이름) 여러분들께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드리고 싶다는 멤버분들의 바람이 모여 성사된 프로젝트”라며 “아직 일회성 프로젝트인지 다시 팀을 결성해서 활동할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려운 단계”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