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펫몰’ 출원하고 지분 투자도 적극적…대상 “구상 단계” 윤곽 내년쯤 구체화될 듯
대상홀딩스가 지난 9월 4일 신규 상표권 ‘대상펫몰’을 출원했다. 대상홀딩스에 따르면 대상펫몰은 국제상품분류(NICE분류)상 29류, 31류, 35류에 해당한다. 29류는 각종 가공식품, 31류는 동물 간식·사료 등이다. 35류 지정상품에는 ‘애완동물용 사료·의류·장난감·화장품 도매업’뿐만 아니라 ‘인터넷종합쇼핑몰업’ ‘전기통신에 의한 통신판매중개업’ 등이 포함돼 있다.
대상이 반려동물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론칭해 동물용 사료나 장난감 등의 판매 사업을 영위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상이 반려동물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대상홀딩스는 지난해 2월 대상펫라이프를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하고 ‘닥터뉴토’ 브랜드를 출시하며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1월에는 40억 원을 추가 출자하고 상반기에는 고양이 전용 용품 브랜드인 ‘헤일리 클럽’을 론칭하기도 했다. 주요 사업 내용은 반려동물용 사료 및 관련 용품 판매에 집중돼 있다.
대상펫라이프는 반려동물 시장에서 지분투자와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상펫라이프는 지난해 5월 사료·간식 브랜드 ‘뽀시래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위드공감을 인수했다. 펫커머스 전문기업인 ‘지앤원’ 지분도 꾸준히 늘려 약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향후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펫몰’을 론칭할 경우 이리저리 나뉜 브랜드들을 통합해 판매하는 채널을 확보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수익화에는 고전하는 추세다. 대상펫라이프는 지난해 매출 250억 원에 순손실 18억 원을 기록했다.
대상펫라이프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펫산업 업계 한 관계자는 “동물이 오랜기간 탈 없이 잘 먹은 사료 등은 쉽게 안 바꾸는 측면이 있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브랜드들과 경쟁하면 초기에는 시장점유율 늘리는 데 고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경쟁자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검증을 받은 해외 사료·용품 업체와의 차별화도 숙제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개·고양이 수백여 마리가 신경·근육병증 집단 발병해 사망한 사건을 놓고 국내 업체들이 생산한 사료·용품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특정 브랜드 사료들을 ‘볼드모트 사료’라 부르며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국내산 제품은 불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아직까지는 국산 제품 인식이 외산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실질적으로 제품의 수준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닌데 해외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와 선호도, 신뢰성 면에서 밀려 국내 제품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라며 “장난감이나 반려동물 용품 등에서 국산 제품의 위상이 어중간한 것도 문제다. 고가제품을 쓸 거면 검증된 수입산을 찾고 중저가 제품을 쓸 때도 더 저렴한 중국산이나 동남아시아산을 찾는다.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대상이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건 대상그룹 중장기 전략을 담당하는 임상민 부사장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임상민 부사장은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이자 임세령 부회장의 동생이다. 현재 임 부사장은 전략담당중역을 맡아 사업구조 재편과 인수합병 등을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상은 연결기준으로 4조 1075억 원의 매출과 123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22년보다 매출은 0.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6% 줄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하락세다. 대상은 현재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대상펫몰 상표권은 현재 심사대기 상태로 상표 등록에 통상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윤곽은 내년에야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상 관계자는 “아직 구상 단계이기 때문에 관련 사업의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답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고 밝혔다.
#식품업계의 또 다른 격전지 ‘펫푸드’
대상뿐만 아니라 최근 식품 기업들은 앞다퉈 반려동물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농심은 올해 신성장 사업으로 펫푸드 시장을 낙점하고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반려동물 영양제 사업에 진출했다. 풀무원은 2022년 초 풀무원아미오를 풀무원식품으로 편입하고 반려동물 먹거리 사업으로서의 브랜드 방향성 등을 확립했다. hy(옛 한국야쿠르트)도 2020년 펫 전문 브랜드 ‘잇츠온 펫츠 펫쿠르트’를 론칭하며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펫푸드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펫푸드 사업자 분들이 단순히 사료의 입장에서 접근했다면 식품업계에서 접근하는 방식은 좀 다르다. 먹거리 기업이다 보니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수준의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그래서 식품업계에서 새롭게 출시하는 펫푸드들의 경우 대부분 안전하다거나 영양 성분을 강화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식약처 허용 기준보다 식품 첨가물을 훨씬 적게 사용하는 점을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식품업계가 반려동물 먹거리 시장 등에 앞다퉈 진출하는 이유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생산시설이나 식품 제조와 관련된 노하우 덕분에 사업 확장이 어렵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에서 반려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22년 기준 62억 달러(약 8조 원)로 추산되며 2032년에는 152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635만 마리에 그쳤던 전체 반려동물 개체수도 2022년 799만 마리로 4년 만에 26%가량 증가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