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거론 특정 후보 향해 체육계 비토 높아…대통령실 “특정 후보 밀지 않아, 절차 따라 인선”
체육공단 이사장 임기는 3년이다. 2021년 2월 취임한 조현재 이사장 임기는 올해 2월 끝났다. 하지만 아직 조 이사장 후임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4월 총선, 10월 국정감사 등 정치적 일정과 맞물리며 이사장직 인선 과정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체육계에선 후임으로 거론됐던 한 후보의 귀책사유들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체육계에선 조 이사장 후임 발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룬다. 체육공단 이사장은 대한체육회장과 더불어 체육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평가받는다. 최근 체육계에 불거진 일련의 논란들을 수습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더 이상 이사장직 임명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체육계는 대한축구협회, 배드민턴협회 등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과 의혹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체육계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며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체육계 많은 원로들은 “체육계를 위해 진정성 있게 일할 수 있는 인물을 체육공단 이사장으로 발탁, 그를 중심으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체육계에선 더 이상 낙하산 인사가 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체육공단 이사장 자리엔 정권과 밀접한 인사들이 발탁되곤 했었다. 실제 이번 인선 과정에서도 현 정부와 관련이 있는 인사들이 후보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후임 인선이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지자, 낙선자가 올 것이란 말도 돌았다.
한 체육계 인사는 “체육공단 이사장 자리가 정치권의 낙하산용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체육계 출신이 필요하다”면서 “체육계 위기가 오래되면 윤석열 정부에도 부담이 된다. 체육계를 잘 알고, 또 체육인들로부터 인정받는 인사를 찾아 임명하는 게 정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체육계의 또 다른 인사도 “후임 이사장 하마평에 가장 많이 올랐던 한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때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또 대통령실 고위 인사와의 친분을 자랑하고 있다는 소문도 많다”면서 “정작 그에 대해선 체육계 시선이 곱지 않다. 그가 체육계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는 이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현직 이사장 임기가 끝난 지 8개월가량이 지났지만 대통령실이 신중한 스탠스를 보이는 것도 체육계의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인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정 후보를 밀고 있진 않다”면서 “다만, 최근의 체육계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