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일정 대거 취소됐던 ‘코로나 시기’ 도박 빠져…연예계 “같은 사례 더 있을 수도” 우려
게다가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됐을 당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진 연예인이 꽤 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는데 이진호가 딱 그 시기인 2020년 불법 도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만큼 불법 도박 광풍이 경찰 수사를 통해 다른 연예인으로 확대될 여지도 존재한다.
경찰이 정식 수사도 아닌 내사(입건 전 조사)를 시작한 시점이 10월 15일이다. 하루 전인 14일 한 민원인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진호의 상습도박, 사기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경찰 내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민원에 대해 먼저 내사를 진행한 뒤 입건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입건이 이뤄지면 정식 수사가 시작된다. 이미 이진호가 14일 스스로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도박 혐의를 인정하는 글을 올린 만큼 곧 내사가 종결되고 정식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들은 불법 도박 사실이 밝혀지면 향후 활동에 엄청난 지장을 받을 터라 최대한 감추려 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연예인의 불법 도박은 대개의 경우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다.
이진호의 불법 도박은 정반대로 진행됐다. 10월 14일 이진호가 먼저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도박 사실을 고백했고, 이를 본 민원인의 국민신문고를 통한 수사 의뢰로 경찰 내사가 시작됐다. 자칫 이진호가 먼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경찰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진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핵심만 요악하면 불안과 딜레마, 그리고 채무 변제다. 2020년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 불법 도박에 빠져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았고 이후 언제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질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불안’이다.
차라리 모든 걸 고백하고 벌을 받고 나면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일을 해야 조금이나마 빚을 변제해 나갈 수 있었기에 선뜻 선택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건 ‘딜레마’다.
그리고 불법 도박으로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게 됐지만 죽을 때까지 이 빚은 꼭 제힘으로 다 변제할 생각이라고, 채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변제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적었다. ‘채무 변제’ 관련 내용으로 이 부분이 이진호가 남긴 글의 핵심일 수 있다. 모르는 번호로 채무 관련 전화가 오는 등 더 이상 채무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각종 언론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이진호의 도박 빚의 규모가 거듭 알려지고 있는데 채무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SBS는 이진호의 채무가 23억여 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대부업체는 물론이고 주위 연예인들에게도 돈을 빌렸는데 연예인들에게 빌린 돈만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에게 1억 원가량, 개그맨 이수근에게 5000만 원가량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무려 5억 원을 빌려준 연예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하성운과도 채무 문제가 얽혀 있다. 가수 영탁도 돈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영탁 측은 2023년 7월 18일 이진호에게 돈을 빌려줬지만 9월 12일에 전액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영탁처럼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연예인도 있을 수 있고, 돈을 빌려준 뒤 아직 못 받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이 더 있을 수도 있다. 또한 방송국 임원, PD, 작가 등 방송관계가 가운데에도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이진호는 이미 채무 변제 등을 위해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현재 경기도 소재의 1인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진호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미 시작될 가능성도 있었다. 지난 6월 이진호에게 수천 만 원을 빌려줬지만 돌려받지 못한 지인이 서울 강남경찰서에 이런 내용을 고소한 것. 이 사건은 이진호가 채무를 변제하면서 9월 초 지인이 고소를 취하해 불송치로 종결됐다. 최근에도 연예인 등 돈을 빌려주고 못 돌려받은 지인들이 이진호를 상대로 사기죄 고소 및 출연료 가압류 진청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빌려준 동료 연예인과 방송 관계자 등 지인들은 이진호가 불법 도박에 빠진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이진호가 세금 납부, 부모님 일 등을 이유로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이수근의 경우 이진호 어머니 병원비 명목으로 5000여만 원을 빌려줬다고 한다. 다만 이 채무는 추후 이진호가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호의 연예계 활동은 올스탑됐다. JTBC ‘아는 형님’은 고정 출연 중이던 이진호를 하차시켰으며 기존 출연 분량도 최대한 편집했다. 또한 이진호가 양세찬과 함께 출연한 한국닌텐도 웹 콘텐츠 ‘찐세 게임방’은 모든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했다. 10월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코미디 리벤지’의 경우 단체 팀전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이진호 출연 분량만 편집하는 게 어려워 그대로 서비스됐다. 다만 이진호는 제작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비하인드 스틸’에서도 편집되는 등 홍보 마케팅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이진호는 고향인 경기도 화성에서 ‘화성시 홍보대사’로도 활동지만 최근 해촉됐다.
문제는 이진호가 2020년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 불법 도박에 빠졌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각종 연예계 일정도 대거 취소됐던 시기인데 당시 연예계에선 잦은 스케줄 취소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연예인들 가운데 일부가 인터넷 불법 도박에 빠졌다는 풍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이진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 됐다.
이로 인해 연예계에선 이진호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인터넷 불법 도박에 빠진 연예인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칫 이진호의 고백으로 시작된 경찰 수사가 연예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연예관계자는 “이진호가 어떤 계기로 당시 불법 도박에 빠져 들었는지, 이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동료 연예인이 있는지 등이 중요하다”면서 “누군가 이미 불법 도박의 세계에 빠져 이진호를 끌어들인 연예인이 있거나 이진호의 영향으로 불법 도박에 손을 댄 연예인이 있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