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임차인’ 세워 무자본 갭투자…전세사기 일당 줄줄이 ‘실형’

수백억~수천억 원 사기 ‘간 큰’ 건축왕 다수…검찰, 최고 ‘무기징역’ 선고

[일요신문]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무자본 갭투자 등으로 대규모 전세 사기 범죄를 저지른 일당에 대해 재판부의 실형 선고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서민 세입자를 겨냥한 전세사기 범죄에 경종을 울리겠다며 최근 수백억 원 규모 전세 사기를 저지른 한 건축왕에 대해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 깃발.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전세 세입자로부터 받는 보증금만을 이용해 주택을 취득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기’ 방식을 써 10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 4명에 대해 재판부가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방법원(형사15단독)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부동산자문업체 대표 A 씨(38)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B 씨(37) 등 공범 3명에게는 징역 2∼3년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 씨 등은 2021년 6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인천지역에서 빌라 여러 채를 사들인 뒤 세입자 10여 명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13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지하층 여러 채를 3000만∼5000만 원에 사들인 뒤 매매 계약서를 1억 원 대로 부풀려 작성하고, 허위 임차인을 내세워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빌라 매매대금을 지불하고 남은 대출금을 챙겼다. 허위 임차인 명의로 받은 전세 대출금은 실제 임차인에게서 받은 부풀린 전세 보증금으로 갚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 사기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 2일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형사2부)은 지난 2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구리 전세사기’ 사건 총책 겸 부동산컨설팅업체 대표인 B 씨(42)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해당 업체 임직원과 허위 임대인, 알선책, 분양대행업자 등 일당 8명에게는 징역 1년 3월에서 8년까지를 각각 선고하고, 11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서울 670채, 경기 158채, 인천 100채 등 오피스텔과 빌라 928채를 사들인 뒤 전세 보증금 2434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들은 매매 시세가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구조인 주택들에 임차인들을 속여 들이면서 분양대행업자와 공인중개사, 허위 임대인, 알선책 등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결과 분양대행업자는 공인중개사에게 리베이트 제공 등 홍보 문자를 보내 임차인을 확보하고, 공인중개사는 법정 중개수수료의 4∼10배를 받고 전세 계약을 중개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 5월 24일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한편 인천지역 등에서 수백억 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건축왕’에 대해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17일 인천지방법원(형사14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 C 씨(62)에게 무기징역과 범죄 수익 343억 원 추징을 구형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30명에게는 각각 징역 2∼10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C 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72채의 전세 보증금 305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C 씨는 앞서 148억 원대(191채) 전세사기 사건으로 이미 항소심 선고까지 이뤄진 상태로, 추가 기소된 다른 83억 원대(102채) 전세사기 사건에 대한 재판도 받고 있다. 

이강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