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하난데 밴은 다섯대 ‘뭔가 수상하다’
▲ 그래픽=송유진 기자 eujin@ilyo.co.kr |
최근 서울 소재 일명 ‘부띠끄’(소규모) 연예기획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실상을 알고 보면 이 기획사들 중 일부가 기획사 간판만 걸어놓은 채 ‘차차차’ 대부업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 있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차차차’란 쉽게 말해 대부업자에게 자신의 차를 맡겨 놓고 차 값의 50~70%에 달하는 돈을 빌리는 신종 대부업을 의미한다. ‘차차차’는 법정이자를 넘지 않는 선에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서 정부 측 감시망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차차차’ 관계자 다수의 말을 들어보면 차차차는 엄연한 불법 대부업이라고 한다. 이유인즉 겉으로는 법정이자 한도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나 합법적인 계좌이체 이외에 별도의 수수료 명목으로 고액 이자가 현금으로 교환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쪽 관계자들 사이에선 ‘차차차는 안전하게 사기 칠 수 있는 불법 대부업’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문제성 있는 ‘차차차’ 대부업이 최근 들어 일부 신생 소규모 연예기획사 사이에서 남몰래 성행 중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사실일까.
신종 대부업 ‘차차차’의 실태와 연예기획사의 유착관계를 집중 조명해봤다.
최근 유명 업체 A 건설 대표의 아들 ㄱ 씨가 소규모 기획사를 차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적잖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은 단 1명인데도 불구하고 기획사가 보유한 대형차가 5~6 대에 달한다는 것이다. 소속 연예인 역시 조연을 주로 맡는 2등급 스타인 것으로 파악됐다.
흔히 연예 기획사에서 사용하는 대형차는 일명 7~10인승 ‘밴’으로 차종은 ‘스타크래프트’ 등이 유명하다. 그런데 이 소규모 기획사가 밴급 대형차 5~6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나 대형차의 경우 업계 규칙 상 1등급 스타에게만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차 유지비도 만만찮기 때문에 웬만한 대형기획사에서도 소속 1등급 스타가 연예 활동을 재개했을 시기에만 한시적으로 렌털업체를 통해 대형차를 대여해 사용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 작은 기획사가 대형차를 여러 대 보유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현재 ‘차차차’에 종사 중인 김 아무개 씨(42)는 “연예 관계자들이 볼 때나 수상하지 일반인 입장에선 기획사 대표가 고가의 대형차를 5~6대 갖고 있는 게 그리 이상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을 노린 거다”라면서 “대놓고 대부업을 하는 것보다 기획사 간판 아래서 ‘차차차’ 대부업을 하는 게 정부 감시망 피하기도 좋고 안전하다. 이런 이유에서 요즘 많이들 이런 변종 수법을 쓴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유명 건설업체 대표의 아들이 기획사를 차려 놓고 뒤에서 ‘차차차’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씨는 “목돈을 만지기 위해서 기획사를 차리는 거다. 기존의 ‘차차차’ 영업은 개인사업장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기획사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이다. 즉 법무법인으로 등록돼서 양도 시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차 구입 시에도 할부기간을 장기간으로 뺄 수 있어 ‘차차차’ 대부업을 몰래 하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차차차 업계 관계자 다수 역시 ‘단기간에 목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테면 대형 차 6대의 총 시중가격이 약 10 억 원이라고 할 경우 그걸 자기(기획사 대표) 이름으로 돌려놓는 식으로 재정을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들은 ‘10억 원 상당의 차들을 보유하기까지 모 기획사 대표가 들인 돈은 5억 원이 채 안 된다’는 충격적인 말도 덧붙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일까.
일례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 B 씨가 급히 1억 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다고 가정하자. 마침 B 씨는 최근 2억 원 상당의 고급 외제차를 할부로 구입한 상태였다. 급히 현금이 필요한 B 씨는 ‘차차차’를 운영하고 있는 한 기획사 대표에게 현금 90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 고급 외제차를 한시적으로 양도처분을 했다.
단 B 씨는 기획사 대표에게 양도한 고급 외제차의 나머지 월 할부금을 갚아야 한다. 또한 9000만 원에 대한 월 이자를 기획사 대표에게 장기간 넘기지 못할 경우 잠정적으로 해당 차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에 승낙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빌려간 9000만 원과 별도의 이자를 갚아야만 양도한 외제차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A 씨처럼 돈이 급한 사업가들의 경우 대부분 외제차 할부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이들의 재정적 문제를 이용해 2억 원 상당의 고급차를 단 돈 9000만 원에 손쉽게 사들이게 된 것이다.
소규모 기획사들이 차차차를 하면서 대형차를 사들이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적은 돈을 들여 억대의 고급차를 손에 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고급차들이 대포차나 유명 연예기획사 대형차 전문 렌털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기 때문이다.
준 메이저급 연예기획사 일부에서 기존의 렌털시장을 통해 밴을 들이지 않고 소규모 기획사가 은밀히 운영하는 ‘차차차’를 통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이유도 역시 돈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존의 렌털시장에서 대형 ‘밴’을 빌릴 경우 월 대여료로 약 250만 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제아무리 대형기획사라도 장기간 대형 밴을 렌털로 유지하는 게 재정적으로 부담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차차차를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 기획사들을 통해 차를 지급받는 기획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렌털업체보다 약 30%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기획사의 전 고위 관계자는 “기획사 간판을 버젓이 걸어놓고 뒤에서 ‘차차차’하면서 고수익을 올리는 꼴을 보면 이건 아니다 싶다. 사정이 어려워진 사람의 고급 대형차를 값싸게 뺏어서 대형기획사에 월세 명목으로 렌털해 주는데, 여기서 받는 월세라는 게 어떻게 보면 고리 대출이나 마찬가지지 않겠는가”라면서 “이런 불법이 성행하고 있는데도 동종업계라고 다들 쉬쉬하고 있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차차 시장에서도 계층이 생기고 있다. ‘불법 대포차’는 기존의 차차차에서 취급하고 ‘고급 대형차’ 전문 차차차의 경우 간판만 기획사인 차차차에서 거래되는 횟수가 늘었다. 재벌집 도련님들이 돈놀이를 할 겸 기획사 탈을 쓴 차차차 사업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폭로했다.
부유층 자제의 경우 대놓고 대부업을 하기엔 주변 눈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 때문에 그럴듯한 기획사를 차려놓고 대표직에 있으면서 뒤에서 이런 고급차 대부업을 즐긴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차차차 업자 이 아무개 씨(46)는 “재벌들은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획사 대표에 바지사장을 앉혀 놓는다. 여기에 대포통장을 만들어 안전을 기하는 것은 물론이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대형차들을 다른 대형 기획사에 렌털하거나 벤틀리 대포차를 또 다른 귀한 집 자제분들에게 빌려주며 짭짤한 재미를 보곤 한다”고 말했다.
대포차를 몰 경우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사건 등에서 한정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주변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부유층 자제들이 고급 대포차를 몬다는 설명이다. 이런 기획사 ‘차차차’ 실태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부유층 자제들 간의 ‘암거래’로 불법적인 고급차 거래가 점차 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