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타고 ‘악몽의 에버랜드’서 이륙
▲ IOC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건희 회장과 이 회장의 전용기. 연합뉴스 | ||
이 회장은 지난 2월 특별 사면을 받은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IOC 실사단의 평창 일대 방문기간 동안 현지 홍보활동을 벌인 바 있다. 평창 홍보에 주력하다보니 최측근인 윤종용 부회장 아들 결혼식에도 불참했다. 3월이나 4월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외유를 떠날 것으로 보이는 이 회장이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7월 과테말라 IOC 총회 때까지 해외에 머물 가능성이 거론된다. 해외에서 IOC 위원들을 직접 만나 유치 활동을 펼쳐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 회장의 외유가 국익을 위한 국제행사 유치 활동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삼성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 박노빈 씨 재판 일정이 이 회장의 외유 기간과 겹칠 것으로 보여 어느 정도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의혹 사건 재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지난 1월 18일로 예정돼 있다가 3월 이후로 연기된 바 있다.
전환사채 편법증여 과정에서 이 회장과 총수일가의 공모 여부는 재판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까닭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한 소환을 검토해왔고 결국 ‘에버랜드 재판 항소심 선고 이후 결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이 국가적 행사 유치를 위해 해외에 나가 있게 되면 그 기간 동안엔 이 회장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이 회장의 장기 외유가 예상되는 것과 맞물려 에버랜드 사건 수사팀에도 이 회장 측엔 가히 나쁘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 에버랜드 수사를 맡고 있는 이원석 검사가 그동안의 서울중앙지검 파견근무를 끝내고 수원지검으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이 검사는 2005년 에버랜드 사건 1심 재판 때부터 수사를 담당해왔으며 지난해 가을 수원지검으로 발령받았지만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관계로 파견 형식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남아있었다. 검찰 측은 이 검사가 수원지검으로 복귀해도 수사에 계속 관여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조치로 결국 이 회장에 대한 소환이나 기소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 회장을 향한 정부의 시선과 관련한 논란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박용성 전 두산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아 IOC 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전념하게 된 것은 결국 IOC 위원인 이 회장의 해외 활동 폭을 넓혀준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말 4대 재벌 총수들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2012년 세계박람회와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해외 유치 활동에 정부가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 해석하는 시각도 제법 많아지고 있다.
7월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이후엔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전국을 뒤덮을 것으로 보인다. 올 7월쯤이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있을 것이며 범여권 통합신당의 윤곽이 드러나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을 것이다. 이 회장의 장기 외유가 끝나고 나면 삼성에버랜드 사건 항소심에 대한 여론의 열기가 식어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7월 개최지 선정 이후 이 회장의 귀국 장면은 지난해 2월 당시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던 모습과는 대조적일 것이란 지적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