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가세·노조 반발…인수항로에 ‘난기류’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는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된 가운데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
대한항공이 인수하면서 마무리될 것 같았던 KAI 민영화가 현대중공업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효경쟁을 바랐던 예비입찰에서 두 차례나 대한항공만 참여하면서 무산됐던 KAI 민영화에 현대중공업이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으로 우주항공산업을 꾸준히 스터디해왔다”며 “그동안 관심은 많았지만 가격이 문제였는데, 이번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갑작스러운 참여 결정을 놓고 ‘찔러보기, 들러리’ 등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몇 차례 치고 빠지기 식 전법을 구사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번에는 최고의 자문기관을 선정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러리나 서려면 최고 자문기관을 선정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KAI 인수전에서 파트너로 삼은 곳은 전략자문에 맥킨지, 재무자문에 우리투자증권과 UBS컨소시엄, 회계자문에 삼정KPMG, 법률자문에 김앤장 등 하나같이 쟁쟁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중공업 참여로 다급해진 쪽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이 여러 차례 인수 의지를 밝힐 정도로 KAI를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지난 두 차례 입찰에서도 대한항공만 유일하게 참여했을 정도다.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기업이기에 자금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대한항공 측은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업 특성 때문에 부채비율이 올라간 것일 뿐 영업을 잘 못하거나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가 밝혔듯 “적정가 이상으로는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국제 기준에 비해 KAI가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KAI의 가치는 1조 5000억 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공개입찰 방식에 특혜가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부인했다.
현대중공업은 우주항공산업을 하고 있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나 미쓰비시중공업처럼 KAI를 인수해 종합중공업기업의 라인업을 갖출 생각이다. 경험과 마케팅에서 앞선다고 평가받는 대한항공은 KAI를 인수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항공사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강력 저항하고 있는 KAI 노조를 떠올려보면 두 회사 모두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지도 모른다. KAI 노조는 두 회사의 예비실사도 강경 저지할 만큼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곽상훈 KAI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원칙적으로 노조가 민영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주항공산업 특성상 장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국가경쟁력에서 우위에 서야 하느니만큼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곽 실장은 “대한항공은 자금 여력 면에서, 현대중공업은 진정성에서 의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KAI 본입찰은 11월 30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12월 3일에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좀처럼 파열음이 잦아들지 않아 예정된 날짜가 제대로 지켜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