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콤바인 5건
-의정갈등에 대학병원 파행진료 장기화, ‘전공의 중심 진료 탈피’
-수술 급한 암 등 중환자들 지역 종합병원으로 몰려들자 자구책
[일요신문] 지난 2월 중순 전공의 집단사직 등으로 대학병원들의 파행진료가 장기화되면서 암 등 중증환자들이 지역 중견종합병원으로 몰려들면서 두세 진료과 전문의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콤바인 수술이 새로운 치료시스템으로 정착하고 있다.
특히 콤바인수술은 여러 집도의사들이 같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수술함으로써 환자부담이 크게 줄어듦으로써 치료효과도 극대화돼 향후 전문의 중심 진료시스템 도입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9월 중순 부산진구에 사는 A 할머니는 한 달 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물만 마셔도 배가 아팠다. 게다가 설사로 이어지면서 동네 의원에 갔더니 하복부에 종괴가 관찰돼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받았다.
A 할머니는 곧바로 온종합병원에서 CT와 PETCT검사를 받았고, 외과 백승현 과장으로부터 진행성 대장암 진단과 함께 10㎝ 크기의 종양이 오른쪽 난소에까지 침범했음을 확인했다. 백승현 과장은 같은 병원 산부인과 김지연 과장과 의논 끝에 9월 19일 콤바인 수술을 결정했다.
먼저 산부인과 김지연 과장이 난관난소 절제술을 한데 이어, 외과 백승현 과장이 하부 전방 절제술과 우측 반결장절제술을 잇따라 시행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A 할머니는 지금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올해 예순넷 B 씨도 대장암과 위암, 요관 전이암 등으로 인해 2명의 외과전문의와 비뇨의학과 전문의 등 온종합병원 전문의 3명의 집도로 지난 21일 성공적으로 콤바인 수술을 받고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B 씨는 두 달 전부터 속이 더부룩해서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 대변보기가 힘겨웠고, 볼일을 봐도 잔변감이 불쾌하고 지속되면서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온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김연우과장으로부터 복부 CT검사, 위·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은 B 씨는 대장암과 위암으로 진단됐다. B 씨는 수술을 위해 곧바로 같은 병원 외과 백승현 과장으로 주치의를 변경하고, 수술 전 검사에서 대장암의 복막 전이로 인해 요관 부위에까지 침습해 협착돼 있었다.
10월 21일 오전 9시 30분 외과 주재우 과장이 위절제술로 B씨의 위암을 제거하자, 비뇨의학과 김재식과장이 이어서 협착된 요관에 스텐트(Double J stent) 삽입술을 시행했다. 마지막으로 외과 백승현과장이 B 씨의 직장-구불결장 접합부 암을 저위 전방절제술 및 회장루수술로 마무리했다. 5시간 30여분이나 걸린 대수술이었다. 회복 중인 B 씨는 앞으로 항암 치료와 함께, 석 달 뒤에 온종합병원 백승현 과장으로부터 장루를 복원할 계획이다.
온종합병원은 지난 2월 중순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큰 수술이 미뤄지는 등 대학병원의 파행진료가 장기화되면서, 10월말 현재 암 수술 5건을 전문의 두세 명이 함께 투입된 콤바인으로 시행했다.
대장암과 위암에 간 전이까지 의심되는 70대 C 씨는 지난 8월 30일 간담췌외과 김건국교수(전 가천의대 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외과 백승현 과장(부산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주재우 과장(진료부장) 팀으로부터 7시간여 걸친 콤바인 수술을 받았다.
콤바인 수술은 여러 전문 분야의 의료진이 협력해 진행하는 수술이다. 주로 복잡하고 어려운 질환을 대상으로 하며, 환자의 치료 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실시된다.
콤바인 수술은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계획을 수립하고, 수술 중에는 각 의료진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 수술 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콤바인수술을 주도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외과 백승현 과장은 “암 수술을 포함해서 그동안 많은 외과 수술을 해봤지만, 전문의 3명이 동시에 투입돼 협진으로 콤바인수술을 시행한다는 건 쉽지 않다”면서 “이번 콤바인 수술은 종양이 워낙 깊은 곳에 위치한 데다 고난도여서 수술 후 예상되는 의료민원에 대한 책임소재 등까지 고려해 볼 때 집도의들끼리 높은 신뢰도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수술”이라고 협진 동료들에게 감사함으로 표시했다.
특히 중증환자 수술참여 경험이 많은 마취과 김관식실장, 유기찬, 홍수연 과장과 영상인터벤션센터 최기복센터장 등 동료의료진이 시도 가능하다며 고마워했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은 “의정갈등으로 인한 대학병원들의 파행진료는 내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이처럼 지역 중견종합병원 근무의사들이 협진이나 콤바인 수술을 통해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은 추후 전문의 중심 진료시스템 제도 정착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1.06 10: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