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총액 242억여 원 이 빠진 곳에 ‘꽉’
# 홍성흔(지명타자)
▲거취 : 롯데→두산 ▲FA 계약액 : 4년 총액 31억 원
홍성흔은 2009년부터 올 시즌까지 4년간 롯데에서 뛰며 타율 3할3푼, 59홈런, 321타점, 출루율 4할2리, 장타율 4할9푼7리를 기록했다. 4년 평균 타율 3할3푼, 15홈런, 80타점을 기록한 역대 FA 타자는 거의 없었다. 야구계가 홍성흔을 가리켜 “역대 가장 성공한 FA”로 부른 것도 이 때문이었다.
두산은 홍성흔이 4, 5번 지명타자를 맡길 바란다. 그래야 중심타선이 강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올 시즌 두산은 4번 타자 부재에 시달렸다. 붙박이 4번 타자였던 김동주는 부상으로 241타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후반기부터 윤석민이 4번 타자로 출전해 깜짝 스타가 됐지만, 상대 투수들이 느끼는 중압감과 파괴력은 김동주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다. 두산 관계자는 “3번 김현수, 4번 홍성흔, 5번 김동주, 6번 윤석민, 7번 양의지로 타순이 배치된다면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무게감 있는 타선이 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흔의 홈런수는 홈구장이 잠실구장임을 고려할 때 20홈런 이상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중간과 좌중간 2루타를 많이 치는 홍성흔의 장타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홍성흔은 밀어칠 줄 아는 강타자라, 타격정확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타율 3할, 장타율 4할5푼 이상은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주찬(외야수)
▲거취 : 롯데→KIA ▲FA 계약액 : 4년 총액 50억 원
2008년 이후 5년간 김주찬의 타율이 3할1푼 이하로 떨어진 건 2010년(타율 2할7푼6리)과 올 시즌(2할9푼4리)뿐이었다. 타격정확성은 정평이 나 있다. 여기다 김주찬은 빠른 발을 이용해 많은 도루를 생산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해마다 2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KIA가 그의 영입에 50억 원+@의 거금을 쏟아 부은 것도 타격정확성과 도루 능력을 겸비한 검증된 타자였기 때문이다.
김주찬 영입으로 KIA는 기존 이용규와 함께 리그 최강의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하게 됐다. 올 시즌 이용규는 타율 2할8푼3리, 37타점, 44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KIA 김조호 단장은 “1, 2번 타자가 도루 70개를 합작한다면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김주찬의 몸 상태다. 올 시즌 김주찬은 무릎이 좋지 않았다. 그 외에도 잔부상이 있었다. 더군다나 KIA는 재활시스템이 떨어지는 구단으로 악명이 높다. 부상만 없다면 김주찬은 타율 2할9푼, 30도루 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이호준(지명타자)
▲거취 : SK→NC ▲FA 계약액 : 3년 총액 20억 원
올 시즌 이호준은 2007년 이후 5년 만에 타율 3할 타자로 복귀했다. 70타점 이상도 2007년 이후 처음이었고, 홈런 18개는 2005년 21개 이후 가장 많았다. ‘회춘’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제외하면 이호준은 성공한 FA로 보기 힘들 수 있다. 그도 그럴 게 2007시즌이 끝나고서 이호준은 4년간 34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지만, 그가 115경기 이상에 출전한 건 올 시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성적도 올 시즌이 가장 좋았다.
NC에서 이호준은 붙박이 4번 타자로 뛸 것이다. 지금 몸 상태로 본다면 올 시즌 성적을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3번 나성범-4번 이호준-5번 조평호’로 NC 중심타선을 예상할 때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덜 위압감을 느끼는 나성범과 조평호와 정면승부를 펼치고, 이호준은 피할 가능성도 크다. 만약 그렇다면 이호준은 집중견제 속에서 성적이 떨어질지 모른다. 타율 2할8푼, 15홈런, 60타점만 기록해도 성공이다.
▲ 이현곤과 정현욱. |
▲거취 : 삼성→LG ▲FA 계약액 : 4년 총액 28억6000만 원
최근 3년간 삼성에서 권혁(182경기) 다음으로 많은 경기(174경기)에 등판했다. 투구이닝만 치자면 권혁보다 34이닝이나 많았다. 최근 5년간으로 시선을 넓힌다면 289경기에 등판해 정우람(SK)의 343경기, 강영식(롯데)의 300경기에 이어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이 등판했다. 고무적인 건 34세의 나이에 그렇게 많이 던지고도, 여전히 체력이 강하다는 것과 위력적인 속구를 자신감 있게 던진다는 것이다.
정현욱은 LG 마운드에서 필승조 셋업맨으로 활용될 것이다. 상황에 따라선 마무리로 등판할 수도 있다. 풍부한 경험과 타고난 성실성으로 내년 시즌에서도 40경기 이상 등판에 평균자책 3점대 중반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투수진의 리더였던 만큼 LG에서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이야말로 LG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 이현곤(내야수)
▲거취 : KIA→NC ▲FA 계약액 : 3년 총액 10억5000만 원
올 시즌까지 이현곤은 가장 자주 트레이드 대상자로 지목됐던 선수다. 내야자원이 부족한 팀들은 앞다퉈 KIA에 “이현곤을 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그만큼 이현곤은 내야 수비가 뛰어나고, 타격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왔다. 여기다 이현곤은 2009년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주전 유격수를 맡으며 ‘큰 경기’를 경험한 바 있다.
NC에서 이현곤을 영입한 것도 풍부한 큰경기 경험과 뛰어난 수비력 때문이었다. 이현곤은 NC에서 3루수로 뛸 가능성이 크다.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 뛴다면 한 시즌 100경기 이상에 출전해 리그 평균 이상의 안정적 수비와 타율 2할7푼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시즌 2군에서 푹 쉬었던 게 되레 ‘체력보충’이란 약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정성훈(내야수)
▲거취 : LG 잔류 ▲FA 계약액 : 4년 총액 34억 원
야구계는 처음부터 정성훈의 LG 잔류를 예상했다. LG가 시즌 초부터 정성훈의 잔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LG 백순길 단장은 “정성훈은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라며 “타격과 수비에서 정성훈보다 안정적인 야수는 없다”는 말로 그의 잔류를 만족해했다.
정성훈은 2009년 LG 입단 첫해 타율 3할1리, 10홈런, 70타점으로 맹활약하며 ‘먹튀 공포증’에 떨던 LG 프런트의 부담을 덜어줬다. 정성훈은 2010년을 제외한 2011, 2012년에도 리그 3루수 평균 이상의 성적을 냈고, 올 시즌엔 3할1푼, 12홈런, 53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FA 4년 내내 규정타석을 꼬박꼬박 채운 것도 정성훈의 강점이다. 정성훈은 최근 4년간 팀 내에서 이대형(468경기)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여기다 올 시즌 1999년 프로 데뷔 이후 최초로 4할대 출루율(4할1푼1리)를 기록하며 선구안에서도 눈을 떴다는 평가다. 타율 2할9푼, 10홈런, 45타점 이상을 꾸준히 기록할 타자다.
#이진영(외야수)
▲거취 : LG 잔류 ▲FA 계약액 : 4년 총액 34억 원
2009년 FA 계약으로 LG에 입단한 이진영은 4시즌 가운데 3시즌에서 타율 3할, 110안타, 5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4년 성적만 따지자면 이진영은 ‘성공한 FA’에 가깝다. 외야수비도 예전보다 수비범위가 좁아지고, 허슬플레이가 줄었지만,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정성훈과 달리 내구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 4년간 120경기에 출전한 2009년을 제외하고 그가 106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좌타자임에도 좌투수에 강했던 타율도 올 시즌엔 2할5푼에 그쳤고, 올 시즌을 제외하면 2009년을 정점으로 장타율(2009년 4할6푼3리, 2010년 4할6푼, 2011년 3할5푼6리)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내년 시즌 110경기 이상에 출전해 타율 2할8푼, 45타점 이상만 기록해도 몸값은 했다는 평을 들을 것이다.
# 김원섭(외야수)
▲거취 : KIA 잔류 ▲FA 계약액 : 3년 총액 14억 원
올 시즌 김원섭은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개인 역대 한 시즌 최다 경기(120)에 출전했고, 기록도 최고였다. 팀 내 타율 1위, 안타 4위, 2루타 2위, 타점 2위, 장타수 3위, 볼넷 1위, 출루율 1위에 올랐다. 여기다 FA 계약으로 KIA에 잔류하며 잭팟을 터트렸다.
하지만, 올 시즌 김원섭의 맹활약을 전형적인 ‘FA로이드’(FA를 앞두고 마치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처럼 맹활약하는 선수)로 보는 야구전문가도 있다. 김원섭은 내년 시즌 성적도 성적이지만, 치열한 외야 주전경쟁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KIA가 김주찬을 영입하며 외야진엔 이용규, 나지완, 김상현, 신종길, 이준호 등 경쟁자들이 넘친다. 외야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타율 2할7푼, 40타점, 출루율 3할7푼, 장타율 3할8푼 이상이 예상된다.
# 유동훈(구원투수)
▲거취 : KIA 잔류 ▲FA 계약액 : 2년 총액 7억 5000만 원
리그 불펜투수 가운데 인정받는 옆구리 투수다. 마무리 경험도 풍부하고,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도 안다. 올 시즌 승계주자실점률이 1할8푼4리에 그칠 만큼 위기관리가 뛰어났다. 하지만, 2009년 정점으로 조금씩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나 좌타자 피안타율과 피출루율이 2009년 2할1푼, 2할8푼1리였던 게 2010년엔 2할9푼5리, 3할3푼8리, 2011년엔 3할5푼4리, 4할4리, 2012년엔 3할2푼5리, 3할8푼6리로 높아지고 있다.
FA 계약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은 만큼 40경기 이상, 평균자책 3점대의 성적이 예상된다.
# 마일영(구원투수)
▲거취 : 한화 잔류 ▲FA 계약액 : 3년 총액 8억 원
과거엔 인상적인 선발 좌투수였다. 그러나 2010년 히어로즈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된 이후 그저 그런 불펜투수로 전락했다. 올 시즌도 55경기에 등판했지만, 평균자책은 5.55로 매우 높았다. 야구계는 “마일영은 중간보다 선발이 어울린다”며 “선발투수로 다시 몸을 만들고, 5일에 한 번씩 등판한다면 꽤 괜찮은 좌완 선발투수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한다.
박찬호의 은퇴 여부에 따라 마일영이 내년부터 선발로 전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이정훈(구원투수)
▲거취 : 넥센 잔류 ▲FA 계약액 : 2년 총액 5억 원
올 시즌 넥센에서 4번째로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4.67의 평균자책과 WHIP 1.40은 그리 인상적인 기록은 아니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시속 140㎞ 중후반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건 매력이다. 그의 포크볼도 치기 어려운 구종 가운데 하나다.
이정훈은 필승조 셋업맨보다 추격조 혹은 롱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