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트레이드 이후 지명할당 “예상 못한 일 아냐”
이날 샬럿 나이츠를 상대한 원정팀은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트리플 A 팀인 잭슨빌 점보 슈림프, 바로 고우석이 불펜 투수로 활약 중인 팀이다.
잭슨빌 점보 슈림프는 잭슨빌 홈에서 샬럿 나이츠와 3연전을 치른 뒤 샬럿으로 이동했는데 고우석은 경기 당일인 5일 아침 비행기로 샬럿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풀고 곧장 야구장으로 향했다. 경기 전날 원정 지역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다음 이튿날 야구장으로 향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과는 다른 이동 방식이다.
경기 전 원정 팀 더그아웃에서 고우석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프링캠프 후 오랜만에 만나는데 그새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아무래도 이동이 잦고, 거리도 멀고, 원정을 많이 다니다 보니 저절로 체중이 줄더라. 아내도 많이 안타까워하는데 시즌 치르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샬럿까지 어떻게 이동했나.
“다른 팀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 팀은 선수들에게 3가지 이동 수단을 선택하게 만든다. 하나는 버스, 다른 하나는 자차, 또 하나는 비행기로의 이동이다. 샬럿으로 올 때 나는 비행기를 선택했는데 이 스케줄이 경기 전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경기 당일 이동이더라. 오늘 이곳에 와서 곧장 야구장으로 향했다. 그래서인지 조금 피곤하다.”
―지금까지 이동한 거리 중 최장거리는 어느 정도인가.
“한 번은 버스를 타고 7시간 30분 정도를 이동한 적이 있었다. 정말 불편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샌디에이고 더블 A 팀이 있는 곳이 샌안토니오였는데 첫 경기가 원정 경기였다. 이후 구단이 3가지 선택을 제안했을 때 나랑 리오(통역사) 형이랑 승용차로 텍사스 아마릴로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샌안토니오에서 아마릴로까지 2시간 넘게 걸렸는데 경기 후 새벽에 이동하는 길이 너무 무서웠다.”
―샌디에이고에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된 뒤 더블 A로 내려갔다가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 됐는데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가 되면서 40인 로스터에 제외돼, 현재 트리플 A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과정들이 어떠했다고 생각하나.
“그런 모든 걸 신경 쓰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물론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예 예상을 못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 지를 고민했다.”
―야구적인 면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가.
“마이애미로 트레이드 되고 나서 내슈빌 사운즈(밀워키 브루어스 산하 트리플 A)와의 홈경기에 1-9로 뒤진 8회 1사 상황에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50개의 공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날 구속이 마지막에 96마일(약 154.4km/h)까지 나왔다. 트레이드 직전까지 좋아지고 있는 걸 느낀 상태라 여기서 조금 더 노력하면 뭔가 기대할 수 있을 거란 ‘착각’이 있었다. 다른 선수들 콜업되는 걸 보면서 나도 조금 더 노력하면 그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무리해서 훈련을 이어갔다. 눈앞에 무언가 아른거리다 보니 계속 훈련을 더하게 되고 피로는 점점 더 누적되면서 체력이 떨어졌다. 당시 몸을 쉬어주면서 회복하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는데 훈련으로 그걸 극복하려 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인 부족함이 노출됐다. 한 마디로 엇박자를 냈다.”
고우석은 빅리그 콜업에 대한 기대보다 자신이 원하는 구위가 나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말한다. 그는 “휴식과 훈련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고 기술적인 부족함을 채우려고 한국에 있는 코치님들과 계속 연락하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훈련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술적인 문제가 보완됐지만 지금은 체력 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래서 야구가 어려운 모양이다.
―한때 구속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지금은 어떤가.
“최근 마지막 경기까지 최고 구속이 안 나왔다. 그래서 훈련 량을 서서히 줄이고 휴식을 늘리는 중이다. 한국에선 LG 트레이너 코치님들한테 관리를 잘 받았다. 여기선 욕심이 생기다 보니 안 하던 걸 많이 하고 자꾸 쫓기는 기분을 느꼈다. LG에 있을 땐 느끼지 못했던 고마움을 여기서 많이 느끼는 중이다. 힘든 일도 많지만 내가 해보고 싶어서 왔기 때문에 후회하진 않는다. 이렇게 야구와 삶에 밸런스를 찾아가는 걸 배우고 있다.”
―5월 31일 DFA 됐을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그날 야구장에 가려고 숙소에서 일찍 출발했는데 가다가 과속으로 경찰한테 걸리는 바람에 야구장에 2~30분 늦게 도착했다. 그때 통역하는 리오 형한테 연락이 왔다. 단장님한테 전화가 왔다면서. 보통 단장이 선수한테 전화하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닌가. 콜업 아니면 방출 관련해서 말이다. 살짝 긴장하면서 단장님의 전화 내용을 기다렸는데 내가 DFA가 됐다고 하더라. DFA가 된 선수들은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 감독, 코치들하고 인사도 안 한다. 그냥 자신의 글러브와 스파이크만 챙겨 들고 조용히 나간다. 나도 그렇게 해서 클럽하우스를 나왔다.”
DFA 통보를 받은 선수는 다른 팀의 영입 제안을 받아야 하지만 정해진 기간까지 영입을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마이애미에 잔류하게 된다. 고우석은 다른 팀의 ‘러브콜’을 기다리는 동안 아내와 아들이 지내는 샌디에이고로 이동해 연락오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우석을 원하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에서 짐을 챙겨 다시 가족과 이별한 다음 잭슨빌 점보 슈림프 팀이 원정 경기를 위해 찾은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이란 도시를 처음 방문하게 된다.
―어려운 일도 많이 겪었지만 표정은 스프링캠프 때보다 더 좋아 보인다.
“스프링캠프 때는 모든 게 새로워서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 많이 했는데 그래도 긴장이 좀 되더라.”
―혹시 LG 트윈스 경기는 챙겨보나.
“자주 보진 못한다. 그래도 LG가 2위하고 있는 건 알고 있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어떤 선수들과 주로 연락하는지 궁금하다.
“임찬규 형, 이우찬 형, 오지환 형과도 자주 연락하고, 특히 김용일 코치님과도 자주 통화한다.”
고우석은 LG 선수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올스타전을 맞이하는 걸로 아는데 무더위에 모두 고생하는 모습 보면 멋있기도 하고, 지난해 우승했으니 올해도 우승했으면 좋겠고. (오)지환이 형 부상 얼른 회복해서 건강히 돌아오길 바라. 나도 여기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내가 (MLB) TV 중계에 나올 수 있도록 할게. 서로 파이팅하자고!”
한편 인터뷰를 마친 고우석은 이날 경기에서 2-6으로 뒤진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피안타(2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3.60에서 4.29로 치솟았다. 이날 고우석의 직구 최고 구속은 93마일(약 149.6km/h)에 머물렀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