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준 대비 주호영 권영세 등 정치인 하마평…이재명 선고 이후 여야 대립, 거야 문턱 넘을 수 있을지 관건
현재 주호영 권영세 추경호 원희룡 윤상현 등 여권의 중진급 정치인들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지역을 고려해 호남 또는 충청권 인사가 발탁될 것이란 말도 뒤를 잇는다. 하지만 여권에선 총리 교체에 따른 리스크도 거론된다. 여야 극한 대립 상황에서 총리 인준이 무산될 경우, 그 부담이 윤 대통령에게 올 수도 있다는 우려다. 대규모 개각을 단행한다고 윤 대통령 국정동력이 확보될지도 의문이다.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과 이런 것에 들어가 있다. 다만 내년도 국회 예산이 마무리되면 신속하게 예산 집행을 해줘야 국민들의 민생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점, 미국 대선 때문에 1월 중에 정부 출범하겠지만 사실 모든 풀은 한두 달 사이에 전부 짜여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대응이라든가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시기는 좀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밝힌 인적개편과 국정쇄신에 대한 답변이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여권 안팎에선 국면전환을 위해 인적쇄신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대통령실 인사부터 정부부처 장·차관들까지 큰 폭의 개각 단행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월 김현숙 장관이 사퇴한 이후 9개월째 장관 자리가 공석이다.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직접적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 경질 목소리도 높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 탄핵을 당한 바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 측근 그룹, 일명 ‘한남동 라인’ ‘7인회’ 등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앞서 한동훈 대표도 지난 10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건희 라인’의 정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정부 개각 핵심은 국무총리가 꼽힌다. 윤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시작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내년 1월 초면 이낙연 전 총리(2년 7개월) 기록을 넘어서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달 수 있다.
한덕수 총리는 그동안 여러 번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3년 9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0·29 이태원 참사, 잼버리 사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채 해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등의 책임을 물어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가결시키기도 했다.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회의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한 총리도 물러나려 했다. 지난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다음 날 한 총리는 국정쇄신을 위해 윤 대통령에 사의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네 달 넘게 총리 거취를 결정하지 못했고, 결국 한 총리 유임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여권에선 마땅한 후임을 찾지 못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한 총리가 교체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올해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들었다. 한 총리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이제부턴 변화와 성과를 낼 때라는 이유”라면서 “후보군들이 이미 압축됐고, 청문회 등 여러 요소를 대비해 최적의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현역 중진 중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권영세 윤상현 추경호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외에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호남 출신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이정현 전 의원이 하마평에 오른다.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을 감안해 홍준표 대구시장을 전격 발탁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홍 시장은 최근 ‘한동훈 저격수’를 자처하며 윤 대통령을 지원사격하고 있기도 하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자리를 옮겨 총리를 맡는 방안도 제시된다.
문제는 국무총리 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이다. 총리는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범야권이 190석 이상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거야가 ‘총리 임명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이후 한 총리를 유임한 것도 신임 총리 인준에 거야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권영세 의원 등 현역 중진들이 유력하게 떠오르는 것도 야당 의원들과 관계가 나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당내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11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한 총리 후임에 대해 “(국회 인준 장벽에) 총리는 기존 정치인들이 하는 것 외 대안이 쉽지 않다. 용산에서도 ‘정치인 출신 중에서 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호영 국회부의장, 추경호 원내대표, 원희룡 전 장관 등에 대해 “야당도 이들 여당 정치인과 그동안 커뮤니케이션이 있었기 때문에 반대하기가 좀 부담이 있고, 상대적으로 검증도 많이 돼있어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징역형 선고 이후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누가 후임 총리 후보자로 와도 인준에 ‘실력행사’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야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검찰과 사법부를 앞세워 정적 죽이기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당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윤석열 정부에 타격을 줘야 한다. 후임 총리 후보자는 무조건 낙마시킨다는 각오다. 이런 희생양으로 서고 싶은 후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후임 총리 후보자로 낙점되어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집중 견제로 만신창이가 되고 국회에 총리 인준도 받지 못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다 보니 후보군에 오른 정치인들도 총리 제안이 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야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이제 임기 반환점을 돌았지만 지지율이 20%선 아래로 추락해 ‘데드덕’ 상태다. 후임 총리가 행정부를 이끌고 뜻대로 운영하기도 힘들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순장조’가 될 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며 “실익도 없는 총리직을 누가 수락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 중 권영세 의원, 추경호 원내대표 등은 총리보다는 각각 차기 서울시장과 대구시장 출마로 노선을 선회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협조를 받아 총리를 인선하고, 대규모 대통령실 참모 교체와 장·차관 개각을 단행한다고 해도 임기 후반기 국정동력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현재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은 한덕수 총리나 부처 장·차관들이 제대로 일을 못하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공천개입·국정개입·검찰의 무혐의 처분 등 각종 의혹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제대로 된 방안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런데 개각만 한다고 국정동력이 생기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2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의 ‘잘하고 있다’ 응답은 20%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한 응답자에 그 이유를 묻자 ‘김건희 여사 문제’가 16%로 가장 높게 나왔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세 번째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김 여사의 공천 개입·국정 개입 정황이 담긴 증거와 녹취록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을 김 여사 문제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 총리 교체 등 개각으로 반등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 나온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