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자랑…꽃단장…흥정은 시작됐다
▲ 하나로텔레콤이 통신업계 M&A 시나리오의 축으로 등장했다. 사진은 하나로텔레콤 광고사진 중 한 컷. | ||
이용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무선통신서비스의 최강자인 SK텔레콤(SKT) 입장은 다르다. SKT는 유선이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는 전혀 기반이 없다. KT나 LGT 통신그룹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하나로텔레콤이나 케이블TV 업체와 ‘제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하나로텔레콤이나, 케이블TV 업체 중 가장 덩치가 큰 태광그룹의 티브로드와의 ‘관계설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만간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대형 M&A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수 업계 인사들은 통신업계를 달굴 잠재적 M&A 대상으로 하나로텔레콤을 거론한다. SKT와 LGT의 하나로 인수설은 지난해 초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유선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무선통신 업계 절대강자’ SKT의 하나로 지분 인수 필요성이 큰 편이다. 유무선 인프라를 두루 보유한 KT-KTF 조합이나 이미 데이콤이나 파워콤을 품에 안은 LG의 추격을 간과할 수 없는 까닭에서다. 특히 유선 사업체인 KT는 그동안 자회사인 KTF를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KT와 KTF 양측의 가입자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안고 있다. SKT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보는 업계 인사들은 유무선 통합시대를 대비한 SKT의 시선이 하나로텔레콤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SKT의 하나로 지분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또 다른 배경엔 SKT의 풍부한 자금력이 깔려 있다. SKT의 최대주주는 SK(주)다. SK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SK(주)는 최근 현금배당을 통해 SKT로부터 1236억 원을 배당받는 등 총 1785억 원의 배당액을 챙겼다. SK(주)가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지분 보유엔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외부 M&A 물건에 눈을 돌릴 수도 있는 셈이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해 7월 하나TV를 선보이면서 한때 4670원까지 내려갔던 주가를 3월 초 7000원대까지 끌어올렸다. 하나로 측의 발행주식 총수(2억 3224만 5891주)를 감안하면 경영권 장악에 필요한 50% 지분을 차지하는 데 8600억 원가량의 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호지분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려 해도 수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하나TV의 상품화를 통한 주가 상승이 하나로텔레콤 측엔 자사의 가치 상승으로 작용했겠지만 지분 인수를 원하는 입장에선 부담감이 가중된 셈이다.
업계 인사들은 하나로 측의 행보 하나하나에 대해 M&A와 관련지어 민감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하나로 측은 지난해 3분기에 106억 원 흑자를 냈지만 4분기 실적은 33억 원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하나TV 가입자 유치 등을 위해 사용된 마케팅 비용이 지난해 3~4분기에만 2300억 원가량 투입돼 영업실적에 적잖은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하나로 측의 독자생존을 위한 몸집 강화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인수전에 대비한 몸값 올리기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팽배해 있다.
최근 들어선 태광의 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가 통신업계 M&A설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업계 인사들 사이에선 티브로드가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티브로드 계열사들의 지분구조는 대부분 이호진 회장과 그 직계가족이 대주주로 참여하거나 티브로드 계열사들의 상호 지분 보유 형태로 구성돼 있다. CJ그룹 등 외부업체가 일부 티브로드 계열사에 지분 투자를 하고 있으나 비중이 크지는 않다. 장하성 펀드의 공격을 받은 바 있는 태광 측이 티브로드 계열사들 지분 중 일부를 외부에 매각해 경영 투명성과 지배구조 합리화를 천명할 수도 있다.
티브로드 계열사들 중 일부는 자금 운용이 원활하지 못해 다른 티브로드 계열사들로부터 수십억~수백억 원대의 대여를 받고 있다. 외부로의 일부 지분 매각은 티브로드 내 자금 운용의 폭을 넓혀줄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태광은 상품권 업체인 한국도서보급을 통해 티브로드 계열사들에 대한 장단기 대여로 자금운용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상품권 업체의 호황이 꺾여버린 것이 티브로드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시각은 자연스레 지분 매각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태광 쪽에선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호진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공들인 사업이 방송과 금융 강화인데 이 양대축 중 하나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태광이 오히려 하나로 같은 사업자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 평하기도 한다. 하나로 지분을 인수해 몸집을 더욱 키워 방송 통신업계 강자로 나서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이 하나TV 론칭을 통해 자사 지분 가치를 올렸듯이 태광 측도 같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한편 통신업계 M&A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업체들 모두 다른 업체 지분 인수나 매각 소문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SK의 한 인사는 “다른 업체들이 M&A에 대비해 몸값을 높이려 우릴 걸고 넘어지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한다. ‘매물’로 지목되고 있는 하나로텔레콤 역시 박병무 사장이 직접 나서서 ‘성장을 위해서라면 추가 인수합병을 할 수도 있다’면서 하나로가 인수합병전의 종속변수가 아닌 ‘주체’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인수합병 작업에 이골이 난 박병무 사장의 공세라는 점에서 특별하게 해석되고 있기도 하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통신시장 인수합병설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