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사선·항암치료에 케톤식이 등 암재활까지 도입
-부산 모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대거 이직에 ‘치료병원 찾기’
-올해 들어 5명 가운데 달랑 두 명만 남아…고형암 치료는 어려워
[일요신문] 부산 연제구에 사는 A 할아버지(77)는 2년 전 대학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았으나, 올해 11월 초 다시 재발됐다. 그는 곧바로 부산의 모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려 했으나 혈액종양내과 의료진 공백으로 온종합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항암치료를 받았다.
부산 남구에 사는 올해 69세 남성 B 씨도 지난 10월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서 진행성 위암으로 위절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으려고 했으나, 해당병원에서 혈액종양내과 의료진 공백으로 치료가 여의치 않다며 온종합병원 혈액종양내과로 안내해줘 11월 중순 항암치료를 무사히 받았다.
최근 의정갈등의 장기화되면서 과중한 업무에 지친 교수들이 속속 대학을 떠나면서 중증환자 진료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부산지역 한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들이 절반 이상 사직하는 바람에 해당병원의 항암환자들이 치료할 데를 찾아 지역 종합병원 등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은 “지난 8월부터 항암치료를 받으려고 혈액종양내과를 찾는 암환자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지난 10월엔 전달에 비해 무려 14.2%나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가 해당병원의 의료진 공백 탓에 혈액종양내과 환자들이 불가피하게 같은 지역 내 종합병원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부산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부산지역 모 대학병원은 현재 혈액종양내과에 소속교수가 두 명 뿐이고, 이들마저 혈액암을 치료하는 전문의들이어서 위·대장암, 폐암 등 고형암 환자의 항암치료는 힘든 상황이다. 이 대학병원은 올해 들어 정년퇴직 1명, 일신상의 사유로 퇴직한 교수 2명 등 모두 3명의 항암치료 전문교수들이 대학병원을 떠난 셈이다. 이 대학병원은 환자들의 진료 민원에 따라 인근 대학병원이나 암 수술과 치료가 가능한 부산지역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을 안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종합병원은 지난 2018년 100억여 원을 투입해 꿈의 암치료기인 방사선 선형가속기 라이낙을 도입하면서 암 치료전문 병원으로 자리 잡았고, 방사선종양학과와 혈액종양내과 교수들을 원자력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적극 영입했다. 간담췌외과를 비롯해 대장항문외과, 위장관외과, 유방갑상선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등 유명 교수들을 꾸준히 초빙해 고난도 암 수술과 최신 항암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온종합병원은 또 최근 암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케톤식이치료 등 대사항암치료와 함께 여러 암 치료에 지친 환자들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암 재활센터도 본격 운영하고 있다. 온종합병원 암센터는 최근 개설한 ‘암 재활병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항암·방사선·면역치료 등 기존의 항암치료와 함께 임상효과가 있다고 학계에 보고된 제4세대 항암치료인 ‘대사항암식이치료법’을 도입해 암환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
‘암낫(AMNOT : Anti-cancer Metabolic Nutrition & Oxygen Therapy)’이라는 이름의 온종합병원 암 재활센터의 항암치료법은 기존 치료법과 차별화된 케톤식 식이치료로, 해당 진료과장의 오더에 따라 임상영양사가 직접 식단을 구성한다. 케톤식 식이치료는 주로 당장 수술하기 어려운 말기암 단계이지만 음식을 잘 소화해내는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암세포가 주로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는 당질 공급을 최대한 억제하고 좋은 지방을 공급함으로써 정상세포를 유지해 ‘암세포만 굶겨 죽이는’ 식이치료법이다.
이 대사 식이치료가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암 환자뿐만 아니라, 재발공포에서 벗어나려는 수많은 암 생존자들의 식이습관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톤식 치료와 동시에 고용량 비타민제와 산소치료 등도 병행하고 있다. 온종합병원 암 재활센터는 진료효과가 의미 있게 확인되면 관련 학회 등에 이를 공식 보고할 방침이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전 부산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대학병원의 교수들이 지금 매우 지쳐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적지 않는 분들이 대학을 떠난다고 해서 너무도 안타깝다”면서도 “지역 종합병원에서는 대학병원에서 전원해오는 암 등 중증질환자들이 마음 놓고 진료 받을 수 있게 더욱 노력해야 하고, 정부도 이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동헌 병원장은 특히 “향후 중증질환 진료 중심으로 대학병원의 진료시스템이 정착하기 전까지 교수들이 일자리 불안정으로 인해 이직행렬에 내몰릴 수 있으니, 조속히 대학병원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1.28 1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