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손때 묻은 곳 ‘과거 속으로’
▲ 창업주 구인회 회장. | ||
연곡원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 8-xx번지 대지 216평 규모의 3층 주택 건물과 이 대지를 둘러싼 임야 600평으로 이루어져 있다. LG 쪽에서는 그동안 이 건물을 사내 회의용이나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 등을 여는 데 사용해왔다. 연곡원 좌우로 옛 포스코 영빈관, 신명수 전 동방유량 회장의 집이 있고 집 뒤엔 산으로 이어지는 숲이 펼쳐지는 전형적인 저택 단지다.
이 건물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LG그룹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이나 2대 회장인 구자경 회장 등 LG 오너들과 관련이 깊은 건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성북동 일대에는 연곡원이 구인회 회장 댁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서울 성북동 대교단지와 성락원은 재벌 회장댁이 몰려있는 국내 최고의 부자동네다. 연곡원 역시 성락원 단지 끄트머리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아 전망이 좋다. 바로 뒤로 북악산 능선을 타고 스카이웨이가 지나간다.
이 건물은 최근 한 드라마에서 재벌가 결혼식 장면의 배경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는 LG그룹에서 이 건물을 매각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너들과 관련이 깊은 건물을 LG그룹은 왜 매각했을까.
애초 이 건물은 지난해 초 인근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호가는 최소 100억 원 이상. 하지만 이 매물은 곧 시장에서 사라졌다.
등기부상 소유주인 LG전자에서 이 매물을 직접 팔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 건물은 지난해 4월 B 사 오너인 이 아무개 씨 부부에게 팔렸다. B 사는 평창동이나 장충동, 경기도 기흥 등에 고급주택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는 회사다. B 사에서는 이 성북동 집에 관한 사항이 사장만 알고 있다며 알 수 없다고 밝혔다.
▲ 오너 일가와 인연이 깊은 성북동 연곡원이 지난해 매각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하지만 산 쪽이나 판 쪽에서도 입을 다물고 있어 매매가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평당 1000만 원이라고 쳐도 21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연곡원의 서류상 주인은 LG전자. 매각이 진행되던 당시 LG전자는 김쌍수 부회장.
재계에서는 연곡원의 특별한 내력 때문에 매각 작업을 김 부회장이 주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연곡원 매각을 구조조정책 중 하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LG전자의 실적이 지난해 어려웠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23조 원의 매출에, 2127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순이익률이 1%대에 불과한 것으로 주력인 가전에서는 호조를 보였지만 휴대폰 등 소위 대박사업이 없기에 이문이 박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내부 유휴 부동산 등을 팔아 수익성 개선에 보탰을 것이란 얘기다.
재벌가에서 오너 소유의 건물을 공개하는 일은 거의 없다. 특히 선대 회장과 관련이 깊은 개인 주택은 기념관 등으로 활용하는 게 통례다.
같은 성북동의 중앙일보 홍진기 회장의 개인주택은 유민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고, 종로구 계동의 구자경 회장이 살던 집은 상남기념관으로, 청운동의 정주영 회장 집 역시 후손에 의해 기념관으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LG그룹에서 이 건물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