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퍼스트레이디가 전하는 ‘수저계급론’ 넘어서기…‘타고난 운명을 넘어’ 재클린 케네디 메시지
서른하나라는 젊은 나이에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재클린의 삶은 희망과 비극이 교차하는 극적인 여정이었다. 그녀의 젊음은 변화에 대한 희망을 상징했지만, 서른셋에 남편인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목격하는 깊은 비극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재클린은 이런 시련 속에서도 절제와 품위를 잃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이어갔다.
이 책은 재클린의 삶과 철학을 ‘학생과 상속자의 대화’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풀어낸다. ‘나는 어떤 삶을 물려받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중심으로, 20대의 불안과 갈등을 대변하는 학생과 특권을 넘어서려는 상속자가 다섯 번의 만남을 통해 인생과 선택, 새로운 시작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책을 쓴 30대 작가 임하연은 재클린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수저계급론’을 설득력 있게 뒤집는 시도를 한다. 저자인 임 작가는 미국 동부의 마운트 홀리요크 대학에서 역사와 예술경영을 전공했으며,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시앙스포와 영국 런던의 소더비 예술경영학교에서 미술사를 수학하며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쌓았다. 10대 시절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전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후, 2013년 대학 첫 학기부터 재클린의 삶과 사상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임하연 작가는 “재클린의 인생철학인 ‘상속자 정신’, ‘상속자본’, ‘역사의 후계자’, ‘비혈연 관계’, ‘가상의 친족’과 같은 개념이 현재를 사는 30대에게 필요한 요소라 생각해 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는 ‘상속자 정신’을 ‘타고난 계층이나 배경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재클린의 상속자 정신은 한국 사회의 수저계급론과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 수저계급론이 불평등의 한계를 설명하는데 머물렀다면, 재클린의 ‘상속자 정신’은 그 한계를 뛰어넘어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연다. 물질적 부의 상속을 넘어 인간이 이어받은 역사적 유산과 잠재력을 기반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서른, 수저계급론을 부정하라”, “모든 고민은 타고난 운명에서 비롯된다”, “집안 배경을 버리라”, “상속자본은 어디에서 구하는가”, “원점으로 뚜벅뚜벅, 다시 돌아온다”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상속자와 학생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재클린의 철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재클린은 조용하지만 강렬한 힘을 가진 인물이었다. 화려한 주목을 받으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고,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며 우아함을 통해 자신의 철학과 지혜를 전달했다.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특권을 누렸지만 자신의 배경에 안주하지 않고 그 특권을 사회적 책임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백악관을 만인의 집으로 탈바꿈시키고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의하며 보여준 모습은 그녀의 지혜가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블레어하우스는 임하연 대표가 창의적인 작가 활동을 위해 2024년 4월에 설립한 출판사다. 현재 ‘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시리즈를 기획 중이며, 이를 통해 케네디 가문의 가르침과 삶의 지혜를 선보일 예정이다. 블레어하우스 대표이기도 한 임하연 작가 다른 저서로는 ‘점심 먹는 아가씨들’과 ‘열일곱, 괴테처럼’이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