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묵힌 영화 아닌 ‘신생 영화’”…지구 반대편 한국인들의 생존기 그린다
12월 6일 오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제작보고회에는 김성제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김종수가 참석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 병장(권해효 분)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성제 감독은 "서울에서 가장 먼 곳이자 우리에겐 낯설고 생경한 도시인 보고타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이민자들에 관한 것들이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보고타'는 일찍 어른이 돼 버린 청춘에 관한 이야기다. 집안이 망해 가족과 함께 멀리 떠난 소년이 생존을 위해 일찍 어른이 된다. 그 과정에서 우정을 나누고, 배신하는 그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화의 촬영 시점이 코로나19 시국과 맞물리면서 해외 촬영이 필수적이었던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야 했다. 2019년 촬영 시작점부터 본다면 약 5년 만에 개봉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김성제 감독은 "간혹 '5년 전에 찍은 영화'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말은 교정할 필요가 있다. 5년 전에 찍은 영화라는 말이 속상했다"라며 "2019년 12월에 배우들이 보고타에 들어왔고 2020년부터 찍기 시작했다. 4~5년 전에 찍어둔 영화가 아니라 4년 전에 찍기 시작해서 2년 반 동안 촬영했고, 1년 반에 걸쳐 후반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옛날 영화를 지금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았고 이 영화에 걸맞은 호흡과 표현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막 만들어낸 영화를 여러분들께 보여드리려 준비하고 있다"고 작품에 대한 자신을 드러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 송중기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는 청년 국희를 연기했다. 10대부터 30대까지 한 인물의 12년간의 변화를 연기한 파격을 선보인 그는 10대 연기 장면 속 소년미를 칭찬하는 말에 "제가 평소 (동안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어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이 감사하다"라며 "(연기에)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지만 다른 작품을 맡을 때와 다른, 특별한 부담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국희에 대해서는 "제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욕망이 많은 인물"이라며 "욕망덩어리인데 그 욕망을 단순히 한 가지로 얘기하자면 '살아남아야 하니까'다. 그걸 좋게 표현하면 책임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임감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욕망을 가진 채로 이야기의 끝으로 갈수록 '용암처럼' 뜨거워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 송중기는 스페인어 연기도 직접 소화해 화제가 됐다.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려웠는데 배우기 시작하니 굉장히 재미있더라. 스페인어 특유의 리듬감이 너무 재밌었고 욕심났다"며 "드라마 '빈센조'를 찍으며 이탈리아어를 배웠는데 그것보다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희준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이자 통관 브로커 수영을 연기했다. 콧수염을 붙인 파격 분장을 선보인 이희준은 "제 마음 속의 레퍼런스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의 브래드 피트였는데 현장에선 '수퍼 마리오'나 '프레디 머큐리'로 부르더라"라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이번 작품으로 첫 호흡을 맞춘 송중기에 대해서는 "늘 대본을 보면서 '수영이 국희를 왜 이렇게 좋아하게 됐을까?' 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 답이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데, 결국 이건 설명할 수가 없다. 제가 그냥 (송)중기가 좋은 것처럼 '저 친구가 너무 좋다'라는, 그냥 그런 끌림이겠다 싶어서 연기했다"고 말하며 송중기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현장을 지키고 이끈 송중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희준은 "국희라는 캐릭터가 극중에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엄청나게 애를 쓴다. 실제 송중기는 여기서 나이가 제일 어리지만, 이 영화의 전체 프로덕션을 제일 배려하고 책임지고, 개봉하는 순간까지도 가장 많이 배려하고 있다"며 "마치 프로듀서처럼 많은 것을 배려하고 이끌고 왔다. 개인적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권해효는 보고타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이자 밀수시장의 큰손인 박 병장으로 분했다. 그는 박 병장에 대해 "1970년대 초반 남미로 이주했던 이민자들은 대부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로 갔지만 박 병장은 어떻게 흘러왔는지 모르게 콜롬비아로 왔다"라며 "충청도 사투리를 통해서 약간 편하고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속내를 알수 없는 인물을 만들었다. 변화를 위해 왔지만 굳어버린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박지환은 박 병장의 조카인 작은 박 사장 역을, 조현철은 교환학생으로 보고타에 온 수영의 학교 후배 재웅을, 김종수는 IMF 탓에 운영하던 봉제 공장이 망한 뒤 온가족을 보고타로 이끌고 온 국희의 아버지 근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김성제 감독은 "편집하면서 '내가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아주 훌륭한 배우들"이라며 이들의 앙상블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한편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12월 31일 개봉한다.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