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과 구별되는 비상계엄 선포 상황에도 서울 시내에 군대 진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비상계엄을 풍자하는 ‘밈(Meme)’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 영화 ‘서울의 봄’이 있다. ‘서울의 봄’ 속 전두광(황정민 분) 얼굴에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밈 사진에는 ‘서울의 겨울’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번 비상계엄은 ‘서울의 봄’과 차이는 있지만 시민들 입장에선 한밤중 서울 시내에 총을 든 군인과 군용 헬기, 전술차량 등이 오가는 상황의 충격과 공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핵심은 특전사와 수방사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 비상계엄에서 직접 작전 실행을 한 군 핵심인물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육사 38기),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46기)과 계엄군 병력을 동원한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47기),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48기) 등 육군사관학교 출신 4인방이 지목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곽종근 사령관, 이진우 사령관, 3명은 올해 초 논란을 야기한 ‘공관 모임’ 멤버다.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이던 올해 초 한남동 공관에서 한 모임으로 곽 사령관과 이 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육사 48기) 등이 모였다. 이 공관 모임으로 ‘충암파’(충암고 출신) 논란이 불거졌는데 김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충암고 9년 후배다. 만약 계엄령이 지속돼 계엄사령부가 편성됐다면 여인형 사령관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을 것이다.
12월 4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소속을 707특수임무단(707특임단), 1공수여단, 특수작전항공단, 군사경찰특수임무대(SDT) 등 4개 부대로 특정했다. 이는 복장과 SCAR-L 돌격소총 등 화기 등을 통해 확인됐다. 박 의원은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 주 상하이 총영사,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지냈다.
국회 본청에 진입을 시도한 계엄군은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예하 707특임단과 1공수여단 소속 병력으로 특정됐다. 수도방위사령부 SDT도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특수작전항공단은 특전사 직할 부대로 계엄군의 빠른 이동을 위해 군용 헬기(UH-60P 블랙호크)를 동원했다. 또 특전사 예하 제3공수특전여단(3공수여단)은 전시 계엄지휘소로 예정된 경기 과천 B-1 벙커로 출동했고, 특전사 예하 13특임여단도 작전대기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전사의 모체 1공수여단…12·12는 물론 이번에도 출동
영화 ‘서울의 봄’ 의 배경인 12·12 군사반란은 계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10·26 사건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계엄이 선포됐고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이 된다. 12·12 군사반란은 전두환 국군보안사령관(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이 육군 내 불법 사조직인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와 함께 쿠데타를 일으킨 사건이다.
1979년 12월 12일 밤 신군부가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불법 연행하면서 13일 새벽까지 대한민국 군은 신군부의 ‘반란군’과 정상 지휘체계의 ‘육군 지휘부’로 양분된다. 이번 비상계엄에선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방사령관이 작전을 실행한 군 핵심인물로 분류됐지만 12·12 군사반란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과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반란군이 아닌 육군 지휘부였다. 현재의 수도방위사령부는 1979년 당시 수도경비사령부였는데 1984년 개칭됐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 합동수사본부장의 실제 모델은 전두환이며 이에 맞서는 육군 지휘부의 중심인물로 그려진 이태신 수경사령관(정우성 분)의 실제 모델은 장태완 수경사령관이다.
12·12 군사반란 당시 투입된 군 병력의 중심은 특전사였다. 반란군은 1공수여단을 출동시켜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점령했고, 3공수여단은 영내에 있는 특전사령부 본부 건물을 습격해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했다. 5공수여단도 효창운동장으로 출동해 대기했다.
육군 지휘부는 9공수여단을 신군부 수뇌부가 모여 있는 경복궁 30경비단으로 출동시켰지만 반란군과 신사협정을 맺은 뒤 부천에서 회군한다. 그렇지만 반란군은 신사협정을 깨고 1공수여단을 서울로 진입시켜 육군본부와 국방부을 점령해 승기를 잡는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2공수여단을 이끌고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점령한 도희철 준장(최병모 분)의 실제 모델은 당시 1공수여단장이던 박희도 준장이다. 공수혁 특전사령관(정만식 분)을 체포한 4공수여단장 김창세 준장(김성오 분)의 실제 모델은 당시 3공수여단장인 최세창 준장이다. 공수혁 특전사령관의 실제 모델은 정병주 특전사령관이다.
영화 ‘서울의 봄’은 실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실존 인물이 아닌 별도의 캐릭터 이름을 만들어 영화에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부대명도 실제 부대와 다르게 붙였다. 1공수여단이 2공수여단, 3공수여단이 4공수여단, 9공수여단이 8공수여단이 됐는데 실제 공수여단은 짝수는 사용하지 않고 홀수만 사용한다. 현실에서는 2, 4, 8공수여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육군 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이지만 상황은 달라
정상호 계엄사령관(이성민 분)의 실제 모델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다. 이번 비상계엄에서도 계엄사령관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그렇지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의 계엄사령관 임명은 다소 이례적이다. 1979년 당시에는 육군참모총장이 군령권과 군정권을 모두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합동참모본부(합참)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현재는 군령권이 합참에 있어 합창의장이 계엄사령관이 되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합동참모본부 직제 제2조 12항에 ‘계엄과 관련된 업무’가 명시돼 있어 합참에는 계엄 하에 초기 행정 및 법적 근거를 총괄하는 ‘민군작전부 계엄과’도 존재한다.
계엄법 제5조 1항이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급 장교 중에서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현역 장성급 장교’인 육군참모총장도 국방부 장관 추천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될 수 있다. 따라서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의 계엄사령관 임명을 두고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김명수 합참의장 대신 같은 육사 출신인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을 추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