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인베스트먼트 대표 과거 ‘코바나파트너스 홍콩’ 대표 이력…입주 사실 알려지자 경력사항 모두 삭제
김건희 여사가 대표를 맡았던 코바나컨텐츠는 해외 미술품 전시·기획사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의 지하상가에 사무실이 위치해 있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폐업 상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는 아크로비스타 사무실이 김 여사가 디올백을 받은 장소로 지목돼 논란이 되자, 지난 2월 말 사무실을 폐쇄했다. 다만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사무실은 여전히 코바나컨텐츠가 소유하고 있다.
아크로비스타 해당 사무실에는 사모펀드 투자·운용사 B 인베스트먼트가 들어왔다. B 인베스트먼트 법인등기부를 보면 지난 2월 26일 사무실 주소를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빌딩에서 아크로비스타 사무실로 변경했다.
B 인베스트먼트 측은 아크로비스타로 사무실 이전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 B 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지난 3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사무실 이전한 것은 맞다. 왜 물어보느냐”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연락을 취해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 사무실에 2~3명의 직원이 있지만 입구를 굳게 잠그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건희 여사와 B 인베스트먼트의 연관성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B 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는 배 아무개 씨가 맡고 있다. B 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를 보면 배 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LG증권 국제금융팀·파생상품트레이딩팀·홍콩현지법인에서 근무했고, 하나증권 파생상품운용팀 과장, 우리투자증권 홍콩현지법인 부장, 한투증권 홍콩현지법인 및 싱가포르법인 이사 등을 역임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에 한국·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서 20년 이상 금융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 씨의 한투증권에서 이력은 지난 2010년 6월에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배 씨의 경력은 2017년 5월 B 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로 취임하기까지 7년 가까운 기간이 공백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력의 공백기에 배 씨에게서 ‘코바나’라는 명칭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배 씨는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 플랫폼인 ‘링크드인’의 본인 프로필에 스스로 2011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코바나파트너스 홍콩’의 대표를 지냈다고 소개하고 있다.
배 씨는 LS그룹의 계열사 LS전선아시아(현 LS에코에너지)에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맡은 바 있다. 그런데 그 회사 사업보고서에도 배 씨의 주요경력에 ‘2011년~2016년 코바나파트너스 홍콩 대표’라고 적혀있다.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와 같이 ‘코바나’를 쓰는 회사의 대표를 맡은 것. 코바나는 흔히 사용하는 상호명이 아니다. 국내 법인등기를 살펴봐도 ‘코바나’ 상호명은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와 2020년 설립된 ‘코바나 농업회사법인’ 두 개뿐이다. 이에 과거 코바나파트너스 홍콩 대표를 맡은 배 씨가 코바나컨텐츠의 아크로비스타 사무실에 입주한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
특이한 점은 코바나파트너스 홍콩이라는 회사의 정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지 전문가 등에 문의한 결과 홍콩에 코바나파트너스 홍콩 명의의 현재 등록됐거나 폐쇄된 법인이 없었다.
그런데 배 씨는 코바나파트너스 홍콩 대표 경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배 씨는 B 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 CEO 소개에도 2011년부터 2016년 코바나파트너스 홍콩 대표 경력은 올리지 않았다. 또한 B 인베스트먼트가 아크로비스타 사무실에 입주한 사실이 알려지자, 현재 링크드인에 본인의 과거 경력사항을 모두 삭제했다.
특히 일요신문은 김 여사와 배 씨가 최소 15년 전부터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류를 해왔던 것을 확인했다. 당시는 배 씨가 대형 증권사에서 임직원 경력을 마무리하고 코바나파트너스 홍콩 대표를 시작하던 시점이다. 코바나파트너스 홍콩과 김 여사의 관련성 확인이 필요한 지점이다.
한편 B 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와 배 씨의 관계’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