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비서실장 “결혼하기 전의 일” 반박…법원의 주가조작 인정 기간 전부터 함께 거주 정황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하자마자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내놓은 설명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발언, 부동산등기부 등을 종합하면 이러한 해명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5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른바 '쌍특검법'이 2023년 12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지 8일 만이다. 대통령실은 쌍특검법 국회 통과 10분 만에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방침을 공식화한 바 있다. 전례 없는 속전속결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방송3법 등을 거부권 발동했을 때와 달리 이관섭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기도 했다. 이 실장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발동 이유에 대해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인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 내놓은 주장을 대통령실이 다시 한 번 반복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2012년 3월 11일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벌어지던 시점에 이미 연인 관계였다. 윤 대통령 당선 직후 방송된 채널A ‘정치 신인의 어퍼컷 윤석열 대통령 되다’ 방송에서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2년 교제 뒤 2012년 3월 대검찰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는 두 사람이 교제 시기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2011년 5월 25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위증·명예훼손 등 혐의로 피의자 신문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김명신 씨(김 여사 개명 전 이름)는 아직 결혼하지 않으셨나요?’라는 질문에 “아직 안했는데, 2011년 10월 결혼할 예정입니다. 김명신이 지금 결혼할 사람은 라마다 조 회장(조남욱 회장)이 소개시켜준 사람으로 2년 정도 교제하였습니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결혼 준비뿐 아니라 2010년에 사실혼 관계였다는 정황도 있다. 당초 김 여사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30X호를 2006년 1월 매입해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0년 10월 18일 같은 동의 170X호로 전세 계약해 이사를 간다.
그런데 이때 당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함께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이었던 2022년 1월 김 여사와 '서울의소리' 소속 기자가 나눈 ‘7시간 통화 녹음파일’을 보면, 김 여사는 “이건(3층) 원래 내 집이고. 결혼하고는 추워서 집을 옮기려고 보니까, 10평 정도가 넓은데 그게(17층) 나왔더라고”라며 이사 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전세 계약을 하고 이사한 2010년 10월에 이미 ‘결혼하고는’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의 관계였다는 것이다. 또한 김 여사는 통화 녹음에서 “혼인신고도 내가 일부러 어떻게 될지 몰라서 늦게 했는데”라고까지 말한다.
윤 대통령도 국회에서 비슷한 발언을 내놨다. 2020년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택 전입신고’ 문제를 지적하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저도 몰랐는데 아마 저희 식구가 지금 저희 사는 집(3층)에 결혼하기 전에 오래 살았습니다. 그리고 결혼하고 한번 옮겨보고 싶다 해서 하고”라고 말했다. 결혼하면서 3층에서 17층으로 집을 옮기게 됐다는 뜻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그 기간 중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 이뤄진 통정거래와 가장거래, 현실거래 시세조종을 유죄로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가 유죄 인정한 통정 가장 매매 102건 중 김 여사 계좌를 이용한 거래는 48건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앞서 언급했듯 김 여사가 아크로비스타 170X호를 전세 계약한 것은 2010년 10월 18일이다. 재판부가 주가조작 기간으로 인정한 시작일보다 3일 앞선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발언을 종합하면 두 사람은 그 이전부터 30X호에서 함께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더라도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거주하는 기간에 주가조작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결혼을 준비하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윤 대통령도 당시 대검 중수과장, 현재 대통령으로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일요신문이 대통령실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