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문 정부 검찰이 차익 무리하게 산정”…당시 수사 책임자 ‘검사 탄핵 대상자’ 김영철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및 명품백 수수 사건이 다뤄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3억 원 가까이 벌었다는 주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내용은 검찰이 1심 판결을 앞두고 2022년 12월 30일 재판부에 마지막으로 제출한 종합의견서에 담겨있었다.
검찰이 이렇게 수익을 산정한 근거는 한국거래소의 이상거래 심리분석 결과였다. 검찰은 의견서를 쓰기에 앞서 한국거래소에 김 여사와 최 씨를 비롯해, 이 사건에 관여한 권오수 전 회장 지인들 계좌의 매매차익 현황을 분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이 의뢰한 심리 대상기간은 2009년 4월 1일부터 2011년 12월 30일까지 총 2년 8개월이었다.
한국거래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1년 12월 30일 기준, 주식을 매도해 실현된 수익이 김건희 여사는 13억 1140여 만 원, 최은순 씨 8억 2480만여 원이었다. 두 사람이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도로 21억 3630만여 원의 현금을 실제 손에 쥔 셈이다. 미실현 차익까지 더하면 김 여사는 13억 9000만여 원, 최 씨는 9억 130만여 원으로, 두 사람의 총 차익은 22억 9130만여 원이다. 한국거래소가 의뢰를 받고 산정한 김건희 여사 모녀의 이러한 수익 결과를 검찰이 재판부에 낸 마지막 종합 의견서에 담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 정권 당시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김 여사 모녀의 매매차익을 무리하게 산정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실 초대 법률비서관을 맡는 등 ‘찐윤계’로 분류되는 주진우 의원의 말이다.
“이성윤 검사장 시절에도 김건희 여사를 하나도 기소 못했다. 현재 항소심에서도 금감원 분석이 이상하다는 내용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한 피고인 전원이 무죄를 다투고 있다.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 (검찰 종합의견서) 수익 23억 원 부분도 수사검사가 수익 본 일부 구간을 뽑아서 가정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피해 본 구간은 계산 안 했다. 전체 계좌내역을 들여다 본 것도 아닌 상태에서 수익 본 구간의 이득을 계산하다보니 23억 원이라는 숫자가 나온 건데, 말도 안 되는 추정이다. 이만큼 수익이 됐을 리 없다.”법사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은 유상범 의원도 힘을 보탰다.
“검찰의 (종합의견서) 문건이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했던 검사들이 아직 공소유지를 하고 있다. 그들이 가정적으로 한 수사 보고다. (김 여사) 아직 기소도 안 됐기 때문에 부당이득액 계산할 수 없다. (중략) 23억 원은 말도 안 되는 숫자다. 어떻게든 김건희 여사를 걸어서 기소해보려고 한 거다.”
“검찰이 기소도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김건희 여사 모녀가 주식 거래로 23억 원 수익을 올린 사실을 종합의견서에 넣는다, 이거야말로 고도의 정치적 행태다. 기소도 되지 않았는데 거기다(종합의견서에) 왜 넣느냐. 전부 다 우리 정권이 바뀌기 전에 검사들이 기소한 자료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중략) 즉 의미 없는 자료를 가지고 마치 23억 원이 기소되고 입증된 것처럼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담당했다. 종합의견서를 작성한 당시 반부패수사2부의 부장검사는 김영철 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였다. 김 차장검사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9월 반부패수사2부장으로 수사를 총괄했다.
김영철 차장검사는 ‘윤석열 검찰사단’으로 분류되는 특수통이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윤석열 대통령이 팀장을 맡은 4팀에 배치, 한동훈 당시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현 국민의힘 당대표) 등과 함께 뇌물죄 관련 대기업 수사를 담당했다.
특검 활동을 마친 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사단’으로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 및 대검 반부패1과장 등 요직을 차지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으로 재직하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뿐 아니라 김 여사 관련 다른 사건도 담당했다. △코바나컨텐츠 기업 협찬 의혹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의혹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전세권 설정 의혹 등이다. 이들 사건에 대해 반부패수사2부는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야권으로부터 ‘봐주기’ 수사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수부 검사로 탄탄대로를 걷던 김 차장검사는 민주당이 7월 2일 발의한 ‘현직 검사 4인 탄핵소추안’에 검사 4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 차장검사는 국정농단 특검 파견 당시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 조카 장시호 씨를 회유하거나 증언을 연습시켰고, 사적인 관계로 지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종합의견서를 보낸 것은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인 2022년 12월 30일이다. 문재인 정권 때라는 주진우 유상범 의원의 주장은 시점부터 맞지 않다.
또한 두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윤석열 사단’인 김영철 차장검사가 당시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로 김 여사 모녀에게 불리한 한국거래소의 매매차익 분석 결과를 종합의견서에 넣어, 김 여사를 어떻게든 기소해보려 정치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일요신문은 주진우 의원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유상범 의원 역시 연락을 받지 않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