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돈 버는 이는 주인공뿐”
‘억’ 소리 나는 드라마 세상이다. 여자 스타들의 몸값이 1억 원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1억 원이 드라마 한 편을 마치고 받는 총 출연료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1억 원은 드라마 회당 출연료를 뜻한다. 평균 60분 분량의 드라마 한 회를 소화하고 받는 금액이 1억 원이 된 것이다. 가령 16부작 미니시리즈를 끝낸다고 치면, 16억 원의 출연료를 챙기는 셈이다. 여배우 억대 출연료 시대의 명과 암을 들여다봤다.스타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일부 연기자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가 1억 원대에 진입한 건 약 3년 전부터다. 물론 이는 극히 일부 톱스타에 국한된 상황이었다. 더욱이 1억 원을 받는 스타는 배용준 이병헌 등 대개 남자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자 스타들마저도 드라마 회당 출연료가 1억 원 안팎으로 치솟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 같은 ‘출연료 1억 원 시대’를 두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스타 캐스팅 경쟁”과 “드라마 해외 수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류스타들의 입김이 거세진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안방극장 컴백을 앞둔 여자 톱스타들은 김태희 송혜교 수애 이다해 등이다. 현재 드라마에 출연 중인 문근영 윤은혜 정려원 등의 여자 스타들도 있다. 스타를 드라마에 캐스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들을 주인공으로 발탁한 작품들은 그만큼 사전 홍보를 포함해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실제로 김태희의 복귀작 <장옥정>은 그동안 숱하게 드라마로 제작돼 온 조선시대 장희빈의 이야기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자칫 식상한 소재로 치부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톱스타 김태희가 주인공을 맡은 데다 처음 사극에 출연한다는 사실로 인해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송혜교가 주연으로 나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역시 기획단계에서부터 주목받고 있는 드라마다. 송혜교가 3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이고, 상대역은 조인성이 맡으면서 둘이 만들어낼 시너지에도 관심을 쏠린다.
드라마 출연 연기자들의 정확한 출연료 액수를 공개하지 않는 건 방송계의 관례다. 하지만 일부 톱스타들이 받는 출연료가 워낙 고액이다 보니 연예계 관계자들을 통해 금액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잦다.
실제로 최근 드라마 관계자들의 사이에서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오랜만에 복귀하는 여자 톱스타들의 몸값이다. 특히 몇 명은 회당 출연료로 많게는 1억 원, 적게는 8000만~90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싼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 방송국의 드라마 PD는 “스타 A가 회당 1억 원을 받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방송가의 핫이슈”라며 “그동안 남자 스타들 가운데 배용준 장동건 이병헌 장근석 등 극히 일부가 회당 억대의 출연료를 받았지만 여자 배우가 1억 원대에 진입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 다들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여자 스타들의 몸값 상승은 그만큼 주인공을 맡을 만한 여배우를 찾기가 어렵다는 증거다”라고 밝혔다.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출연료를 받아왔던 여자 스타들의 몸값이 부쩍 오르는 이유는 이들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류 스타란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신의>의 경우 방송 당시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중화권 국가로의 수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이들 나라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여주인공 김희선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드라마들은 국내서 방송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기획해 제작하고 있다. 이 같은 제작 환경에서 여자 한류스타들의 캐스팅은 제작진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카드다.
한편에서는 여자 스타들의 억대 출연료를 두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스타들의 몸값이 오를수록 나머지 스태프와 조연 연기자들은 제대로 된 급여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자 스타의 몸값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남자 배우의 몸값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순환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방송을 앞둔 한 드라마의 경우 남녀 주인공과 작가, PD가 챙기는 출연료와 급여가 회당 제작비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주인공의 출연료가 오르면서 상대역인 남자 배우의 출연료 역시 올랐고, 스타들을 캐스팅해 주목받은 작품인 만큼 작가료, 연출료까지 동반 상승한 탓이다.
일부에서는 “드라마로 돈을 버는 사람은 주인공과 작가뿐”이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출연료 격차가 심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제작 환경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출연료 미지급에 대한 위험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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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의 제왕>에 출연 중인 정려원(왼쪽에서 세 번째). |
또 다른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드라마는 물론 영화에서도 시청률과 흥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엄밀히 볼 때 남자 스타다. 그게 남자배우가 여자보다 출연료를 많이 받는 이유다”며 “여자 스타의 몸값이 높아지면 남자 역시 동반 상승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여자 스타들이 1억대 출연료를 받기 시작한 만큼 남녀 주인공들의 출연료를 급속히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런 상황에서 드라마 전문가들은 중요한 건 몸값에 맞는 연기를 소화했느냐가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논리에서 인지도가 높은 스타를 찾는 건 제작진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 대표는 “유명 스타가 출연한 드라마가 해외 수출도 잘 이뤄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고액 출연료를 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몸값에 합당한 연기를 했느냐를 놓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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