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던지고 싶다”
▲ 모국 무대에서 남은 야구 인생을 펼치고 싶다고 말하는 백차승. 일요신문 DB |
국적까지 버리는 초강수를 뒀지만, 백차승의 야구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르내리다 일본 오릭스 버펄로스에 입단했고, 결국엔 2군에만 머물다 방출의 아픔을 맛봤다. 현재 백차승은 모국 무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 한다. 백차승의 지인은 “(백)차승이는 간절하게 한국 복귀를 바라고 있다”며 “국내 야구 복귀를 불행했던 과거를 속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차승의 복귀에는 여러 난제가 있다. 먼저 국적이다. 만약 국내 구단과 계약한다면 신분은 외국인 선수이기 때문에 과연 국내 구단들이 몇 년째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백차승을 외국인 선수로 영입할지 의문이다.
설령 그를 영입하는 구단이 있어도 대한야구협회가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철회하지 않는 한, 백차승은 당장 국내 무대에서 뛸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본부장은 “KBO와 협회 협약서엔 ‘무기한 자격 정지 선수는 징계가 철회되지 않는 한, KBO리그에서 뛸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며 “백차승이 국내에서 뛰려면 협회의 징계철회가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다. 백차승의 징계는 과거 한국 국적일 때 벌어진 일이다. 현재 그는 미국 시민이다. 따라서 한국 국적자일 때의 징계가 미국 국적자인 현재에도 유효하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KBO도 이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 본부장은 “백차승의 국내 구단 입단이 기정사실화될 때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를 수 있다”며 “만약 논란이 불거지면 KBO에서도 면밀히 이 문제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백차승처럼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던 봉중근(고2 때 신일고를 중퇴하고 애틀랜타에 입단한 봉중근은 규정 위반이었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봉중근은 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은 어째서 고국 무대 유턴 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봉중근은 2007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LG에 입단한 바 있다. 특히 봉중근은 ‘징계가 철회돼도 그로부터 1년 안에 국내무대에서 뛸 수 없다’는 KBO 조항 역시 적용받지 않았다.
KBO 관계자는 “봉중근은 월드베이스볼(WBC)의 최대 수혜자”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6년 제1회 WBC를 준비하며 KBO와 야구계가 드림팀을 만들려고 동분서주했다. 당시 미국에서 뛰던 봉중근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좌완이었다. 미국야구도 잘 알아 큰 효과를 보리라 기대됐다. 하지만, 무기한 자격정지자라 대표팀에 뽑을 수 없었다. 결국 KBO가 협회에 부탁해 무기한 자격정지를 철회하는 데 성공했다. 협회도 대승적 차원에서 KBO의 부탁을 들어줬다. 만약 봉중근이 WBC에서 뛰지 못했다면 그도 백차승처럼 시련을 겪었을 것이다.”
2009년 제2회 WBC에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한때 백차승 선발을 고려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KBO 관계자가 백차승을 ‘불운의 사나이’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