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정몽진 지분 증여 전에…KCC ‘글라스 보유지분’ 던진 내막

“지배주주 일가 증여세 줄이기 동참” 의심 시각…KCC “재무적 판단에 따른 매각으로 증여와 별개”

[일요신문] KCC가 보유하고 있던 KCC글라스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특히 다음 날 정몽진 KCC 회장이 동생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의 자녀들에게 KCC글라스 지분을 증여한 것이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지배주주 일가의 증여세 절세를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이 나온다.

정몽진 KCC 회장(사진)이 지난 11월 28일 동생 정몽익 회장의 자녀와 배우자에게 146억 원 규모의 KCC글라스 지분을 증여했다. 사진=일요신문DB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CC는 지난 11월 27일 보유하고 있던 KCC글라스 지분 9만 3645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매각단가는 주당 3만 8375원이다. 이날 종가는 3만 8450원이었다. 

다음 날 정몽진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KCC글라스 지분 44만 4170주를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의 자녀들과 아내에게 증여했다. 정몽진 회장의 KCC글라스 지분율은 기존 8.56%에서 5.78%로 2.78%포인트 낮아졌다.

정몽익 회장 아내 곽지은 씨의 지분율은 0.43%가 됐다. 정몽익 회장의 자녀 정제선·정한선·정연선 씨의 지분율은 상승했다. 기존에 지분이 없던 정선우·정수윤 씨도 4만 7910주를 증여받으면서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몽진 회장이 정몽익 회장 가족에게 증여한 지분은 146억 2230억 원 규모다.

정몽진 회장이 정몽익 회장에게 직접 증여한 것이 아니라 정몽익 회장의 자녀에게 대거 지분을 넘긴 것은 절세를 위한 세대 생략 증여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승계 작업을 위해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할 때는 세금이 발생하는데,  그 과정을 최소화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일각에서는 KCC가 KCC글라스 지분을 넘긴 것을 두고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지배주주 측인 KCC글라스 지분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일반주주에게 풀리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그 시기가 정몽진 회장의 증여에 대한 증여세 산정 기간이라 절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에 따르면 상장 주식 증여 발생일 전후 각각 2개월의 주가 평균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부과한다. 이 기간 동안 주가가 낮을수록 증여세가 적게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KCC가 KCC글라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악재를 던졌고, 그 결과 지배주주 일가의 증여세 절세에 도움을 준 모양새가 됐다.

KCC가 KCC글라스 지분을 매각한 시점은 KCC글라스의 주가가 최근 1년 내 최저점 수준일 때다. KCC글라스 주가의 최근 1년간 최저가는 3만 6500원으로 KCC의 KCC글라스 매각가보다 고작 4.8% 낮다. KCC의 KCC글라스 매각 후 주가는 3만 6900원대까지 빠지는 등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KCC가 지난 11월 27일 KCC글라스 지분 9만 3645주를 매각했다. KCC 사옥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KCC 일반주주 입장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너무 싼 가격에 KCC글라스 지분을 매각했다고 판단할 수 있어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KCC의 KCC글라스 지분 매각 시점이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배주주를 위한 경영적인 판단으로 의심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KCC 관계자는 “재무적 판단에 따라 KCC글라스 지분을 매각했다”며 “지배주주 일가의 증여와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박호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