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긴장, 미 극찬 - ‘질주는 시작됐다’
▲ 지난 5일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현대차의 소형 쿠페 콘셉트카 HND-3(벨로스터).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2007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가 열린 4월 5일. 현대자동차는 최재국 사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과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차 남양디자인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콘셉트 카 ‘HND-3(벨로스터)’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쿠페(3도어의 낮은 차)의 스포티하고 개성적인 특성에 해치백의 실용성을 결합한, 자유와 개성을 추구하는 신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스타일의 콘셉트 카였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 전시장 중앙에 900여 평의 대형 전시관을 마련하고 콘셉트 카 3종과 신차 3종을 포함 총 21대의 완성차와 10종의 신기술을 공개했다. 현대가 이번에 공개한 콘셉트 카들은 소형 쿠페, 소형 CUV(승용차와 SUV의 장점을 결합한 차), 준중형 SUV 등 그동안 현대차의 라인업에서 제외되어 있던 새로운 개념의 차종들이다.
기아차 역시 이번 모터쇼에서 준중형 SUV 콘셉트 카 KND-4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SUV와 세단의 장점이 결합된 중형 CUV KED-3과 준중형 3도어 쿠페형 해치백 런칭 콘셉트 카 KED-2, 준중형 3도어 해치백 베이스의 소프트탑 컨버터블 해치백 모델인 KED-3도 함께 공개했다.
이들 차종들은 속도와 스타일을 추구하는 20~30대의 마니아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영역으로서 그동안 수입차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현대와 기아의 콘셉트 카 발표에는 수입차에게 안방을 내어줄 수 없다는 국내 자동차 생산회사들의 결의가 담겨 있는 것이다.
국산차 회사들은 이제 품질 면에서는 국산차도 세계 수준에 올라 있다고 자신감에 차 있다. 지난해 7월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현대자동차는 2년 전 84위에서 75위로 9단계 상승했다. 또 현대차의 그랜저는 세계적인 자동차평가기관인 JD파워사의 ‘2006년 자동차품질 및 디자인만족도조사(APEAL)’에서 대형 승용차부문 1위를 차지했고, 지난 10월에는 기아차의 그랜드카니발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실시한 미니밴 충돌테스트 결과 최고의 안전등급을 획득했다.
▲ 2007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기아차의 쿠페형 콘셉트카 KED-2 프로씨드(왼쪽)와 르노삼성의 H45 쇼카 QMX.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2001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주행시험장에서 갈색 천으로 완전히 포장한 채 창문만 내놓은 차량 두 대가 나란히 질주를 거듭하고 있었다. 운전자가 차량을 식별하지 못한 상태에서 테스트 드라이브를 진행한 뒤 점수를 매기는 ‘브라운 백 챌린지 테스트’였다. 현대차 EF쏘나타와 도요타의 캠리가 대상이었다. 당시 캠리는 미국 시장에서 잘나가는 인기 차종이었지만 쏘나타는 ‘싸구려 차의 대명사’쯤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테스트에 참가한 528명의 소비자 중 67%인 354명이 쏘나타의 손을 들어준 것. 가시성과 제동성, 인체공학, 핸들링 등 대부분의 평가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올 3월 베라크루즈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현대차는 다시 한 번 도요타에 도전장을 내었다. 대상모델은 렉서스 RX 350. 72명의 자동차 전문기자들을 상대로 캘리포니아의 온오프로드에서 비교 시승을 제의한 것. 이는 품질과 성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현지 언론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최신호에서 ‘현대차, 미국 럭셔리 시장에 진입하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현대차가 베라크루즈와 제네시스로 다시 한번 미국을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전문 블로그 사이트인 오토블로그는 ‘렉서스 조심하라,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제목으로 “현대차가 베라크루즈 출시와 제네시스 발표로 업-마켓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내년까지를 브랜드 경영 강화기로 선정하고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의 이런 도전은 럭셔리 브랜드로 세계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지 않고서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도약은 이미 출시된 베라크루즈와 프로젝트명 BH(콘셉트명 제네시스)가 이끌게 된다. 고급 SUV 시장은 베라크루즈가, 고급 세단은 BH가 맡는다. 그리고 에쿠스보다 더 고급차종인 초대형 세단(프로젝트명 VI)이 2009년 출시되어 럭셔리 이미지를 뚜렷하게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콘셉트명 ‘제네시스’로 알려진 BH를 두고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모터 트렌드>는 “현대차를 럭셔리 메이커의 반열에 오르게 할 놀라운 차”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GM은 물론 도요타, BMW, 벤츠까지도 이 차를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명품 브랜드의 꿈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백영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