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매수권 행사 위한 실탄 확보 미지수…캘리스코 경영에 집중할 가능성 제기
현재 아워홈 주주는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38.56% △구지은 전 부회장 20.67% △구명진 씨 19.60% △구미현 아워홈 회장 19.28%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매각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씨다. 아워홈 대주주 중 한 명이 지분 매각을 시도할 경우 다른 대주주가 지분을 우선 매수할 수 있다. 즉, 구지은 전 부회장이나 구명진 씨는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보다 우선 매입할 권리가 있다.
특히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워홈에 애착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구 전 부회장은 2021년 6월 아워홈 대표에 취임했지만 2024년 6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임됐다.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이 구지은 전 부회장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현재 구미현 회장이 아워홈 대표를 맡고 있다.
다만 구지은 전 부회장이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100%를 1조 5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계산대로라면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 가치는 각각 2892억 원, 5784억 원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을 인수하려면 8676억 원의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구지은 전 부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를 동원해 아워홈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을 도울 FI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워홈이 2024년 6월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할 당시 시장에서는 아워홈의 기업가치를 6000억 원으로 평가했다. 현재는 경기 불황으로 평가가 더 좋지 않다. 아워홈 경쟁사 CJ프레시웨이의 시가총액은 2000억 원 수준이다. 아워홈의 2023년 매출은 1조 9839억 원, CJ프레시웨이의 2023년 매출은 3조 742억 원이었다.
아워홈에 대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아워홈은 2024년 3분기 매출이 증가했지만 적극적인 고객 기반 확대 과정에서 비교적 채산성이 낮은 거래처가 증가한 가운데 인력 충원에 따라 판매관리비 부담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며 “고정비 부담이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매출 증감에 따른 수익성 변동성이 내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100% 인수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만 인수해도 아워홈 지분 57.85%를 확보해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 다만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구지은 전 부회장도 결국에는 아워홈 지분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매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경영권을 지키기 어렵고, 나중에는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아워홈 지분을 매각해도 기업인으로서의 활동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구 전 부회장은 2024년 8월 캘리스코 사내이사에 취임했다. 같은 시기 구명진 씨도 캘리스코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됐다. 캘리스코는 2009년 아워홈의 사보텐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캘리스코는 사보텐, 타코벨 등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캘리스코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50%의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3월 캘리스코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0%를 확보했다.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씨는 각각 캘리스코 지분 23.00%, 17.75%를 갖고 있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 구지은 전 부회장의 관계는 원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 구 전 부회장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구 전 부회장은 2023년 5월 설립된 경영컨설팅 업체 ‘넥스토’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넥스토의 본점 소재지는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본점 소재지와 동일하다.
그럼에도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가 캘리스코 최대주주인 이상 구지은 전 부회장의 경영권 행사에는 한계가 있다. 당장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협조 없이는 구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할 수도 없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현재 캘리스코 이사진은 구지은 전 부회장, 구명진 씨, 여환주 캘리스코 대표이사, 윤치영 캘리스코 감사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환주 대표는 메가박스 대표 출신으로 2024년 6월 아워홈에 합류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의 캘리스코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구 전 부회장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아워홈 지분을 매각하면 31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투자 전문 회사이므로 구 전 부회장이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면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관건은 구지은 전 부회장과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가 캘리스코 기업가치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3월 캘리스코 지분 50%를 100억 원에 확보했다. 그러나 캘리스코의 현재 실적은 과거와 차이가 있다. 캘리스코의 매출은 2021년 702억 원, 2022년 722억 원에서 2023년 487억 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캘리스코는 2021년 3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8억 원, 1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했다. 캘리스코는 2021년 말 기준 자본총액이 마이너스(-) 35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캘리스코는 2022년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높은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다. 캘리스코의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643.76%, 자본총액은 36억 원이다. 일요신문은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현재 언론 대응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